비비안리
최지우는 '여배우들'(뭉클픽쳐스, 이재용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일단 승낙했다가 촬영 일정이 다가올수록 점점 망설여졌다.

촬영 두 달 전 제안받았을 때는 최종적으로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전달된 시나리오는 얇아도 너무 얇았다. 그만큼 임기응변과 애드리브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 난생 첫 밉상 캐릭터

또 '기 센' 여배우들과 서로 리얼하게 부딪쳐야 하는 역할이라 그간 해왔던 '히메(공주)' 이미지와는 작별해야 했다. 실명으로 등장, 고현정과 다퉈야 하는 설정도 부담이었다.

"이전까지 고현정 선배는 길 가다가 본 적도 없었어요. 촬영 첫날 처음 만나서 싸우는 장면을 찍었어요.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죠. 애드리브도 힘들고, 나랏님도 없을 땐 욕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심하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중엔 한계를 경험했어요. '나는 이런 영화에는 안 맞나보다'하고요."

1994년 MBC 공채 23기로 데뷔한 후 이런 얌체같은 역할은 처음이었다. 고현정에 맞서 얄미운 대사를 던질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하면 욕 좀 먹겠구나"하면서 이재용 감독에게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불만과 애원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여러 번. 그러나 이미 영화를 되돌리기엔 늦었다.

그때 고현정이 촬영장 뒤쪽 계단으로 그를 불렀다. "같이 한번 연습해보자. 네가 세게 하면 더 센 대사를 칠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하라"는 말이었다.

▶ 고현정의 "계단으로 나와볼래"

다가가기 힘들 것 같던 고현정의 배려에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초반에 주춤했던 그의 캐릭터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점점 더 세졌다. 조바심을 내던 이 감독의 얼굴에도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

"리얼이라고 해도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 연기의 선을 긋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그러나 여럿이 같이 한다는 데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컸고요. 개봉 전까지는 편집본도 안 보여주신다고 하는데 전혀 걱정 안 해요. 오히려 지금은 좀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드네요."

최지우를 포함한 6명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이번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실명으로 나와서 사실인지 허구인지 알쏭달쏭한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감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 사생활을 노출하고, 욕설을 하며 각자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했다는 설명.

"스스로 뭔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모일 기회가 어디 흔하겠어요? 서로 위안과 위로가 됐죠.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촬영 도중에 정말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거든요. 아마 이걸 담은 비하인드 카메라가 있다면 정말 '대박'일 거예요.(웃음)"

크리스마스 이브에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배우들의 수다를 그린 '여배우들'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jink@joongang.co.kr]

댓글 '1'

2009.12.02 08:13:24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감사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481 "도시의 연인" 고사 현장 모습~ file [4] saya(staff) 2012-07-03 10159
480 지우님, 생일 축하 합니다~~~~~~!! file [11] 코스(W.M) 2019-06-10 10169
479 천국의계단 줄거리입니다.. [3] 코스 2003-11-18 10236
478 [포토엔]‘겨울연가’ 배용준-최지우, 7년만에 한 무대에 [7] 이경희(staff) 2009-09-29 10252
477 [포토엔]한류스타 최지우, 추상미 결혼 빠질 수 없죠! [14] 눈팅 2007-11-05 10255
476 Is this Jiwoo's new CM. [4] jiwoolove2007 2008-06-06 10271
475 몇몇분들,,좀 지나치네요..-.- [6] 유지니 2005-07-01 10336
474 컴도 안돼구..그래서오래간만에글남기네여... [2] 소심이 2001-08-20 10345
473 최지우 뻣뻣댄스 ‘웃음폭탄’, 연출한 감독마저 “진짜야? 연기야?” [1] 비비안리 2011-09-30 10357
472 [스타, 그때의 오늘] 1996년 최지우, 이자벨 아자니 닮은꼴 선발대회 1위 [1] ★벼리★ 2011-05-18 10373
471 Indomitable Choi Ji-woo ......! Thomas 2010-10-17 10404
470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VOD(2007.2.21). [16] 이경희 2007-02-21 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