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속으로.... 일진회<1>

조회 수 3040 2003.08.20 12:19:00
모모

대한제국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1904년 8월20일 친일단체 일진회가 창립됐다. 이 단체는 한일합방 조약이 체결된 다음달인 1910년 9월26일 해체됐다.
일진회는 노다 헤이지로(野田平治郞)라는 이름으로 일본 야마구치현(山口縣)에서 누에치기에 종사하다가 러일전쟁 발발과 함께 일본군 통역으로 귀국한 송병준(宋秉畯)이 1904년 8월18일에 조직한 유신회(維新會)가 이틀 뒤 이름을 바꾼 것이다.

송병준은 독립협회 활동을 한 바 있는 윤시병(尹始炳)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그 해 말에는 동학당의 친일 분파를 이끌던 이용구(李容九)를 끌어들여 13도 총회장에 앉혔다. 그 자신은 평의원장(評議員長)을 맡았다.

일진회가 겉으로 내세운 것은 문명 개화와 정치 개혁이었지만, 그 슬로건의 속살은 일본 제국주의에 내응(內應)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합방의 길을 닦는 것이었다. 한국 근대사에서 흔히 진보성의 표상으로 이해되고 있는 독립협회나 동학당의 구성원들이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다.

그것은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 지식인들의 세계 인식이 그 만큼 피상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시대에 대한 역사 교과서의 기술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그 시대의 ‘개화파’ 지식인들이 대체로 천박하고 잔인한 사회적 진화론자들이었다는 것은 오슬로 대학의 박노자 교수가 최근 저서 ‘나를 배반한 역사’에서 단단한 논거로써 밝혀놓고 있거니와, 제폭구민(除暴求民)ㆍ보국안민(輔國安民)ㆍ척양척왜(斥洋斥倭)의 기치 아래 반외세ㆍ반봉건 농민전쟁을 벌였던 동학교단도 이미 이 시기에는 그 주류가 친일 대열에 합류했다.

한일합방은 한국 현대사를 비틀어놓은 결정적 사건이었지만, 이 민족사적 불행의 책임이 오로지 일본에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고종석 한국일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446 jude님이 주신 지우님 사진입니다. [5] 코스 2003-10-10 3016
445 어찌..이리도 모자까징 잘 어울린단 말입니까요 [5] 코스 2003-10-14 3016
444 ♥ 하면 할수록 좋은말들..♥ [6] 코스 2003-11-01 3016
443 천국의 계단 촬영지~~ [1] 눈팅팬 2003-11-13 3016
442 [천국의 계단 대박!!]`우유는 과연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을까[건강상식] 이뿐지우 2003-11-20 3016
441 마음을 열어주는 30가지 방법 [2] 제니 2003-11-25 3016
440 거울속의 아름다운 정서를 보실래요? [3] 지우바라기 2003-11-25 3016
439 기억은 내꺼니까.. [겨울연가 동영상] [1] 자유의 여신 2003-11-26 3016
438 누나들에게 한마디씩..ㅋㅋ(저아시는분은 꼭^^;;) [1] 위영석 2003-12-01 3016
437 [굿데이] '천국의 계단' 순조로운 출발 [2] 운영자 현주 2003-12-04 3016
436 쌀쌀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6] 무녕이 2003-12-07 3016
435 네티즌이 뽑는 2003 SBS드라마 최고의 연기자는 누구? [3] 성희 2003-12-08 3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