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조개껍데기들이 푸른바다를 향해 열린 듯한 시드니 오페라 하 우스.

22일 밤 이곳 메인콘서트홀에서는 1973년 개관이래 최초의 패션쇼가 펼쳐졌다.

‘한국 패션대사’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20 02월드컵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무대였다.

호주 문화관광부 초청, 한국관광공사후원으로 이뤄진 이 쇼는 한 국과 호주의 문화교류를 증진하고, 한국이 월드컵 주최국임을 알 리는 의미있는 행사.

이를 위해 주한 호주대사관측이 나서서 오 페라하우스 무대확보에 큰 힘을 보탰다.

쇼에 앞서 한국관광공사가 월드컵 홍보영상물을 선보였고, 현대 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대표적 한국기업의 이미지홍보도 있었다.

“2000년 7월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시드니에서 패션쇼를 가졌 었죠.

이제 예술가라면 누구나 꿈꿔온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첫 패션쇼를 갖게 되니, 한국디자이너로서 자부심과 기쁨을 느낍 니다.

” 패션쇼가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무대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 술작품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는 앙드레 김.

그는 ‘월드컵 성공 기원’을 내세운 이번 쇼에도 축구의 이미지를 직접 의상에 담 지 않았다.

대신 “나의 작품세계가 그대로, ‘투란도트’같은 한편의 오페라명작처럼 감동깊은 문화축제로 사람들의 가슴에 닿 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날 2000여석의 행사장에는 교민과 호주정부 인사 등 현지 외국 인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호주의 언론들도 월드컵과 앙드레 김, 오페라하우스에서의 첫 패 션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쇼에 선보인 의상은 봄 여름을 위한 작품 158점.

는 앙드레 김 패션세계의 중심이 돼온 동양과 한국의 전통미, 이를 현대적 으로 승화시킨 화려한 옷들이 속속 무대를 채웠다.

먼저 상체를 꽃과 레이스 만으로 장식한 순백의 이브닝드레스가 등장하고, 허 리를 강조한 다양한 디자인의 정장들이 활기찬 모습의 모델들이 슈트 위주의 남녀일상복들을 선보였다.

이어 흰바탕에 빨간 물방울무늬의 오건디 드레스, 여러겹의 러플 (주름)장식을 덧댄 보랏빛 실크드레스 등 이브닝웨어의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동양의 왕실의복에서 모티브 를 얻은 옷들은 바스락소리가 날 듯한, 은은한 광택의 실크에 용 사슴 나비 잉어 난 등을 추상화한 문양이 색색의 크리스털과 함 께 장식되었다.

앙드레 김 패션쇼의 절정은 칠겹드레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일곱빛깔 전설’을 표현한다는 앙드레 김은 투명한 오건 디로 만든 일곱빛깔의 옷에 겹쳐입는 것.

앙드레 김은 이 옷에 한국여인의 그리움·꿈·한을 표현했고,해 왔다.

외국인들은 이 이국적인 정서에 매료됐다.

고(故)김소희 명창의, 구음으로 시작 되는 느린 뱃노래에 맞춰 모델이 춤을 추듯 한겹씩 드레스를 벗어 무대에 던질 때 객석은 숙연해 졌다.

이 쇼의 또다른 주인공은 단연 탤런트 배용준과 최지우.

이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교민들의 박수가 터졌다.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겨울연가’가 비디오테이프로 이틀만에 호주교민들에게 도착, 대히트한 때문.

배·최 커플이 ‘아베마 리아’를 배경음악으로 순백의 웨딩웨어를 입고 마지막 무대에 등장했을 때는 드라마의 결말이 현실화한 듯한 행복감이 객석을 채웠다.

교포 신의철(48)씨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딸에게 이 무대를 보 여주러 왔다”며 “오페라하우스에 선 앙드레 김이 자랑스럽다” 고 말했다.

시드니 르네상스호텔의 세일즈매니저 데보라 폴록씨는 “동양과 서양이 절묘하게 조화된 의상, 특히 황금색 용이 새겨진 긴 코트 가 매혹적이었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