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토끼


<겨울연가> 시청자 게시판을 읽다보면 로브 라이너의 영화 <미저리>(1990)가 떠오른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폴 셸던은 여주인공을 죽이는 것으로 로맨스 소설을 끝낸 뒤 자동차 전복사고를 당한다. 열광적 팬이자 전직 간호사인 애니는 폴 셸던을 치료하면서 소설의 여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살려내라고 협박한다. 영화 <미저리>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관계를 심각하게 묻고 있는 셈이다. 과연 대중소설은 작가의 것인가 아니면 독자의 것인가.

<겨울연가> 시청자들도 연출가인 윤석호씨와 극작가인 윤은경씨 등에게 애교있게 협박한다. 매일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오는 7000∼8000건의 의견 가운데 반 이상은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이가 사랑으로 결론 맺어줄 것을 간절히 요청하는 내용이다. 행복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한국방송공사를 폭파하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으로부터 "유진이가 10년 동안 그리워한 사람인데, 이렇게 죽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라는 호소까지 준상이를 죽이지 말 것을 간청한다.

시청자들이 작가에게 이렇게 폭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 현상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전작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제작자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 전개를 수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호씨의 전작이었던 <가을동화>(2000)나 에스비에스의 <아름다운 날들>(2001)에서도 비슷한 시청자의 요청이 있었다. <가을동화>는 시청자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아름다운 날들>은 시청자의 바람에 따라서 백혈병에 걸린 연수(최지우)를 살려냈다.

<겨울연가>는 일차적으로 연출가와 극작가의 작품이므로 반드시 시청자의 의지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비극이 갖는 정서적 환기력은 오랜 울림으로 남기 때문에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본질을 묻게 만든다. 그러나 <겨울연가>가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름다운 첫사랑의 순수였다면, 그것을 이미 충분히 그려낸 상황에서 굳이 준상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가지 않아도 될 듯싶다. 다만 준상의 아버지가 누구인가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흐르는 것은 어색하다.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시청자는 더이상 수동적이지 않다. 시청자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작품이 작가의 것만이 아니라 시청자의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주장한다. <겨울연가>의 시청자 게시판을 읽으면서 시청자도 이제는 공동작가라는 점을 새삼 확인한다.

한겨레신문 3.7자

주창윤/서울여대·언론영상학과 교수

댓글 '4'

운영1 아린

2002.03.07 23:30:49

맞다고요..우린 벌써 아름다운 첫사랑의 영원함을 알았다니깐요....둘이 영원히 함께 하게 해주세요

하얀사랑

2002.03.08 00:20:14

깜찍토끼님 기사 잘봤어요...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유진과 준상의 사랑이여,,, 영원하라...

Jake (찬희)

2002.03.08 02:08:20

준상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거...이거 드라마에 없어도 잼있었을텐데.... 꼭 그런걸 써야했는지...

세실

2002.03.08 07:40:04

이미 준상과 유진의 첫사랑은 헤어짐을 겪었는데...이제 다시 헤어짐은 여운은 커녕 짜증만 남을 것 같은데...난 행복한 유진과 준상의 모습이 훨씬 더 여운이 길 것 같아.~~지나친 꼬임은 화나지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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