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3년 .. 정유진[2] 재회

조회 수 3023 2003.06.20 11:04:54
소리샘
그 후 3년.. 정유진 (2) - 재회..


공항이다.
이제 난 3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서울로 돌아간다..
홀가분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공부와 아르바이트.. 이게 전부다..
난.. 죽도록 공부와 일에 매달렸다.
내 몸과 정신을 혹사시켜.. 밤이면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그렇지 않고는.. 하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사람 때문에..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에..

그치만..아무리 애를 써도..
맘 한구석에 늘 떠나지 않는 생각들..
준상이..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젠..괜찮아졌을까..
그 사람이.. 죽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듯.. 그 사람은.. 죽지 않을것이다.. 그럴 것이다..

난.. 이곳에서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만 가끔 안부를 전했을 뿐이다.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혹시나 알고있을..그의 소식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그의 소식을 듣게 되면.. 난..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어질테니까.
그에게 향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이제 곧.. 비행기에 오르고.. 난 서울에 간다..

인천공항...
아무에게도 내가 도착한다는 얘길 하지 않았다...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변한게 없다..여전히 바쁘고.. 소란스러운 모습들..
3년전.. 그를 찾아 헤매던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울컥...눈물이 나올것 같다..
난.. 서둘러 공항을 빠져 나오고 만다..

춘천에 간다..
터미널에 엄마와 희진이가 기다리고 있다..
엄마.. 그새 많이 늙으셨구나...
내가.. 엄마에게 너무 많은 걱정거릴 드린것 같다..
희진이.. 이젠.. 아가씨 티가 난다..

춘천에 오래있진 못할 것같다..
서울에 해야할 일들이 많다..
진숙이와 용국이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쁜 딸을 낳았다는 소식도...
웃음이 난다.. 얼마나 재밌게.. 아웅다웅 하면서 살지.. 눈에 보이는것 같다.
어서.. 서울에 가야겠다..
상혁이.. 채린이.. 진숙이.. 용국이.. 모두 보고싶다..

상혁이를 만났다..
안경을 썼네?..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유진아..]
[상혁아..]
[잘 지냈니? 그 곳에선.. 어땠어?]
[으응.. 좋았어.. 넌 잘지냈니?]
[그럼.. 너 없으니까.. 신경쓸일 없어서 좋더라..하하]
[치.. 그럼 다시 나 갈까..?]
[야.. 됐어.. 농담이야.. 빨리.. 용국이네 가야지..]
[그래.. 채린이도 온댔지?]
[그럼.. 당연하지.]
[채린인 어떻게 지냈어?]
[걔... 무지 바쁘게 지냈어.. 의상실도 더 늘리고..]
[잘됐네.. 축하해줘야겠다.. 그런데..
..... 준.. 상이.. 소식은.. 들었니..?]
[.... 아니.. 미국에 간뒤로.. 소식없었어..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어... 그래?.... 야..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응?]
[그.. 그래... 가자.]

역시.. 아무도 준상이 소식을 모르는구나.
잘.. 있는건지...
준상아.. 잘 있는 거지?.. 그렇지?

진숙이와 용국이는 예전에 살던 그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 들을 보니..웃음이 난다..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훗..
진숙이와 용국이가 잠시 장을 볼 동안 상혁이와 내가 지현이를 보기로 했다.
너무나 귀여운 아이.. 진숙이를 닮아 눈이 참 예쁘다.
[지현아!..]
아휴... 저런.. 지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운다..
우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진숙이와 용국이도 오고.. 저 위에서 채린이가 부른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다..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날.. 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진다..
이상하다.. 왜 눈물이 나지?..
뭔가.. 그리운것을 놓쳐버린 것 같다... 뭘까...

우린.. 오랫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주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모두들 웃으며.. 떠들고 있다.
한 사람.. 준상이만 빠졌구나.. 준상이만..
아니다.. 그런 생각하면.. 안돼..
이렇게 즐거워 하는데.. 그 사람 생각하며.. 슬퍼할수는 없다..

폴라리스에 들렀다.
난 다시 이곳에서 일을 할 것이다..
고맙게도.. 정아언닌.. 내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
그동안.. 내 빈자리때문에 많이 힘들었을텐데..
당장.. 일을 시작해야겠다..

밖에 나갔던 언니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내 앞에 잡지하나를 던져준다.
[애.. 유진아. 이것 좀 봐..]
[뭘...?]
[이 집말야.. 이거..예전에 니가 설계했던 그 불가능한 집 아니니?]
자세히 들여다 본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입술이 떨린다..
난 한눈에 알아본다...그 불가능한 집.. 어떻게 이 집이 있을 수 있지?
[누가 니 아이디어 도용한거 아냐? 너 이거 누구한테 보여줬었어?]
이 집을 보여준건.. 준상이 뿐인데...
설마.. 설마..
[언니.. 이 집..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

다음 날.. 아침 일찍 비행기에 올랐다.
가는 내내... 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다..
준상이가.. 만들었을까...?
그럴리가.. 준상인.. 미국에 있을텐데..
준상이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심장이 쿵쿵거린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버스를 타고 또 한참을 간다..
그리고 또 배로 갈아탄다..
작은 선착장에 도착한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 걷는다..
나뭇잎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이 눈이 부시다.
걷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는다..
참.. 예쁜.. 오솔길이다..
누가..만들었을까.. 꼭 내 맘에 들어왔다 간 사람같다..

오솔길이 끝나고..
앞에 펼쳐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그림같이 자리한 집.. 정원..
내가 상상만 했던..바로 그런 모습이다...
불가능한 집이 아니었어..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집앞에 섰다..
안을 살펴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난..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간다..
아.. 너무나.. 예쁘다..
마치 내가 직접 지은 듯하다.. 모든게..내가 원했던.. 그대로다..

벽에 걸린 퍼즐판에 눈이 멈춘다..
퍼즐... 그의 사무실에서.. 마지막 한조각을 끼워넣자..
그가 나타났었지.. 마치.. 마법처럼..
그때처럼.. 퍼즐 한조각이 빠져있다..
바닥에... 퍼즐 조각이 떨어져있다..
난.. 숨을 멈추고.. 나머지 한조각을 끼워넣는다..
그때처럼.. 그가 나타나지 않을까..
후.... 그럴리가 없지.. 그런 마법같은 일이 또 일어날리가.. 없지..

작은 테이블이 있다..
방금까지 누가 있었던 걸까.. 커피잔에 온기가 남아있는듯 하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가 참.. 아름답다..
잠시.. 난.. 바다와.. 정원을 바라보았다..

아.. 이젠.. 가야겠다..
이 집을 지은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으니.. 할 수 없지..
한숨을 쉬고.. 돌아서다..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힌다..

쨍강!

이런.. 몸을 돌렸다..
아... 난.. 움직일수가 없다.
준..상아..?

[누구..시죠?]
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누구..냐니..? 내가 누군지 모른단 말인가..?
날.. 못알아보는 거야...?

[누구.. 시죠?]
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날 보면서도..날 보는게 아닌 눈빛..
촛점이 없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
그는.. 시력을 잃었구나.. 아무것도.. 또 나도.. 볼 수 없게 되었어..

[유진..이니..?]
나를.. 알아보는거야?
보이지 않아도.. 날 느끼는 거니?

[준상..이니..?]
준상아.. 너 맞지?... 정말..너.. 맞지..
내가.. 사랑하고.. 기다린.... 너..맞지...?
눈물이.. 흐른다...

[유진아....]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널.. 다시 보게 되다니.. 꿈만 같아..
날.. 만나러.. 다시 와줄 줄 알았어..

준상아..
이젠.. 난.. 너와 다신 헤어지지 않아..
그럴꺼야.. 그럴꺼야..

*****************************************
겨울연가사람들 녹차향글방펌








댓글 '5'

이지연

2003.06.20 13:20:16

겨울연가 20회를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유진이와 준상이의 멈출수 없는 사랑..
그리고 유진이와 준상이의 절대적인 사랑을 보면서..
오늘도 소리샘님으로 인해 지난겨울 유진이 준상이 잘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소리샘

2003.06.20 14:38:15

지연님
저요 요즘 영진공원 [햇님아파트 뒷편]을 밤 마다
돌거든요 공원바로 길건너 지연님 아파트가 보이죠
황당한 생각 어느날 공원에서 만나지 않을까?
어두운 밤이라서 옆에 지나가도
잘 알아 볼 수 있을까 싶지만 ...

달맞이꽃

2003.06.20 20:14:59

소리샘님이 대전 사시는군요 ..
두분이서 나란히 야밤에 공원돌기 해보심이 후후후~재미있을것 같은데 ㅎㅎㅎ제비꽃인가요 ..노래를 들으니 그들에 숨소리가 들리는듯 ..서로를 확인하기위해 옛기억을 더듬던 예쁜 겨울연가 연인들에 모습이 생생하네요 ..유진과 준상 그들에 흔적이 오늘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군요 ....좋은밤 되세요~^*

소리샘

2003.06.20 20:25:19

"기억속으로" 입니다
겨울연가 o.s.t 에 들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이지요




명이

2003.06.21 00:17:55

저도 이 피아노 소리가 너무 좋아요;;;
음.. 저도 잘 보고 갑니다~!!!
^^ 좋은 저녁 되세요~!!! 마지막;; 장면을 혼자
되새기며 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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