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생긴일 (펌)

조회 수 3017 2003.04.23 20:21:25
버스에서 생긴일  

시장통 정류장에서 남루하고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분이 커다란 짐을 들고 탔는데,
길거리 노점상으로 아주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엉거주춤 서서 호주머니를 한참 뒤지고 있었고
아무래도 차비가 없는것 같았어요  

버스는 출발했고, 호주머니를 계속 뒤적이던 할머니는 말했습니다
"기사 양반, 이거 미안해서... 돈을 깜빡 잊고 안 가지고 탔네요."  
"돈을 안 가지고 탔다구요 ?"  
기사는 급히 부레이크를 밟더니, 할머니에게 막 소리쳤어요

"돈 없으면 걸어가지 버스는 왜 타요 ? 버스가 맹물로 다니는 줄 알아 ?
돈을 잊고 탔다면 누가 그걸 믿냐구 ? 상습적으로 돈안내고 타려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
하며 큰소리로 면박을 주면서 당장 내리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푹 떨구고 힘없이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했어요
"미안해요. 다음에 두사람 몫 낼께"  
  
기사는 갈수록 분이 나는지 버스를 세워놓고 할머니에게 내리라고 계속 고함치고 있었고, 승객들은 불평하기 시작했어요
"돈도 없이 왜 버스를 타서 난리야 ?"
"기사 양반, 그만하고 출발 합시다"
"돈없으면 빨리 내려요"    

차비를 대신 내줄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고,
승객들은 빨리가자고 서로 고함만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갓 교복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어린 중학생 하나가 손님들을 비집고  
운전석 쪽으로 가더니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한장을 꺼내  
기사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기사 아저씨, 여기 1,000원 있어요. 이 할머니 차비 하세요
남은 돈은 이렇게 돈없이 타신 어르신들 차값으로 두시고, 욕하고 그러지 마세요."  

버스 안은 갑자기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어요  
운전기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천천히 버스를 출발시켰습니다
어린 마음에 어디서 그런 생각과 용기가 생겼는지 모두 마음속으로 감탄했고,
버스에 탔던 어른들은 중학생만도 못한 자신들의 행동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
이글을 읽고 속초에 사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고3 어색지우님이 생각납니다
예로부터 충신과 효자는 그 근본이 같으며(忠孝一本), 효자중에 범죄자는 없다고 했습니다
서구화가 이기적인 개인주의로 비춰지고 있지만
요즈음에는 효사상을 배우려는 서구인이 늘고 있다고 하며,
그들은 경로사상(敬老思想)을 지켜야 할 좋은 풍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 Take me home, country roads - by John Denver

댓글 '4'

폴라리스

2003.04.23 20:55:14

^^~ 감동적인 글이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폴라리스

2003.04.23 20:55:29

.. 감동적이라고 하니 쩌금 이상한데요..

sunny지우

2003.04.23 22:27:22

펌님~
감사합니다. 따듯한 글을 올려주셔서...
저도 님의 글을 보면서 문학소년 어색지우님 생각이드는군요.
지금은 타계했지만 제가 좋아하던 John Denver
의 노래 잘듣고 갑니다.
좋은 저녁 시간되세요...

★벼리★

2003.04.24 02:01:33

ㅇ ㅏ. 나도 이런일 일어나면..꼭 이렇게해야죠..
그치만 이전에 이런 버스기사 아저씨가 없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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