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조회 수 3025 2002.05.24 21:24:22
토미
     나의 경제적인 여건이 아무리 좋아진다 해도
     경제력의 한계를 벗어난 곳에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그대로 있다.
     수입이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한계가 형성되고
     나는 상대적인 부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 동안 못 가졌던 몇몇 물건을 소유하거나,
     수입이 늘게 되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지만,
     수입이 많아지게 되면 새로이 이룩한
     경제적 위치에서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새로운 물건들을 발견함으로써
     다름없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행복이란 미래의 물질적 풍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마음가짐을 터득할 때
     비로소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휴 프레이더'의 <나에게 쓰는 편지 -Spiritual Notes to Myself>中에 나오는 구절로 서두書頭를 시작하여 보았습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나서요.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서 E-mail을 확인하고, mail에 대한 답장을 쓰다가 생각난 詩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 같은 웃음을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을 주는 사람보다는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늘 들꽃 같은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편안한 이름이 되고 싶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편지로 띄워 주고
     제일 먼저 첫눈이 내린다고
     문득 전화해서 반가운 사람
     은은한 침묵의 사랑으로 서성이며
     나도 몰래 내 마음을 가져가는 사람
     아무리 멀어도
     갑자기 보고 싶었다며 달려오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저도 예전에 한 사람에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고, 또 그 사람이 저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랬는데...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를 않네요.
  이제는 제 서랍舌盒과 지갑에 있는 사진 속의 사람으로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그 사람 처음 볼 때 눈빛이 생각이 납니다.

     처음 눈빛만으로도
     나는 너를 다 받았다

     네 눈빛에 담아온
     일생을 그리움을
     네가 딛고 선 세상을

     처음 눈빛만으로도
     너는 나를 다 열었다

     나는 네 몸 속으로
     너는 내 몸 속으로

  박노해님의 <겨울이 꽃핀다>中에서 나오는 구절인데... 제 느낌을 잘 표현한 거 같아서요.
  처음 눈빛에 모두 드러납니다. 처음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처음 눈빛은 거짓이 없습니다. 사랑과 의심, 인격과 품격도 처음 눈빛에 다 나타납니다.
  처음 그 눈빛이 끝까지 가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그렇게 마음 깊이
     가슴 싸 하게 느껴 본 적 있으신지요.
     아마 없으시겠지요.
     앞으로도 없으시겠지요.
     하늘을 보고 허공을 보다가
     누군가 보고싶어
     그냥 굵은 눈물 방울이 땅바닥으로
     뚝, 뚝 떨어져 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으시겠지요.
     없으실 거예요.
     언제까지나 없으시길 바래요.
     그건 너무나, 너무나....

  원성스님의 시詩 '어떤 그리움'입니다.
  지금 제 마음상태에 가장 맞는 거 같아서요.

  어째 이번 글은 모두 제 넋두리를 쓴 거 같습니다.
  그래도 이해해주세요.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글을 맺으려는 순간에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정채봉님이 투병中에 쓰신 마지막 소설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럼... 쉬세요.

     "삼촌, 무슨 물이 저렇게 많이 엎질러져 있어?"
     "물이 엎질러져 있다니? 오호, 산촌에서만 커서 바다를 처음 보는 게로구나."

     "삼촌, 누가 물을 저렇게 많이 엎질러 놓았냐니까?"
     삼촌의 대답은 간단했다. "하느님이시지."

     나는 무심히 말했다. "하느님은 그럼 우리 외할머니한테 혼나겠다."
     "뭐라고? 하느님이 너희 외할머니한테 혼난다고?"

     "그렇지. 내가 요강을 한 번 엎질렀다가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 삼촌!"


댓글 '4'

정아^^

2002.05.24 21:30:55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저의 소망입니다.... 토미님~ 넋두리라 그러시지만 참 좋은글이네요~~ 감사하구여~ 좋은밤되세요^^*

운영1 아린

2002.05.24 21:31:51

나는 어떤사람으로 기억될까요? 나자신을 돌아보는 하루하루지만 답을 얻기가 쉽지 않네요

sunny지우

2002.05.24 21:49:20

토미님의 준비된 사랑을 받아드릴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셨으면 좋겠네요. 제 중보기도 목록에 님의 여인을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국수 먹을 일을 위해서...

세실

2002.05.24 22:12:30

처음 눈빛으로 토미님을 그리움속에 빠트린 여인은 어떤 분일까 ~~ 토미님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으신가봐요. 어쩜 토미님은 지나간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는게 하는지...전 이렇게 약간 풀어진 토미님이 좋은데..오늘같은 날 "사월의 노래"를 들었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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