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어린아이

조회 수 3014 2005.01.06 19:18:02
토미
     모든 이의 마음에는
     어린 영혼이 존재합니다.
     내 마음속의 어린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내면의 욕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첫걸음입니다.
     나는 내 영혼을 만나는 최초의 인간입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는 난생 처음 내 안의
     소리를 듣고 보살핌을 원하는 어린아이의
     상처를 보게 될 것입니다.

  A.J 셰블리어의 <인생반전연습>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내 안의 어린아이, 또 하나의 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맑고 순수했던 내 영혼의 최초 모습이며, 언제나 나를 다시 비쳐보게 하는 내면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더라도 내 안의 어린아이는 늙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최초의 순수함 그대로의 천진무구함과 풋풋함이 시들지 않고 오래오래 내 안에 머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방학을 맞이한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조카들이 어제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뭐가 그리 좋은지 떠드는 녀석들을 보며 하품만 반복하였습니다.
  그래도 녀석들이 집에 돌아온 게 기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아침에 사무실로 나오면서 잠들어있는 조카들의 방문을 열어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가관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던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큰 조카는 침대가 좁은지 바닥으로 내려와 이불을 둘둘 싸고 굴러다니며 자고 있고, 이제 6살이 되는 둘째 조카는 침대에서 얌전하게 엄지손가락을 빨며 자고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베개를 제대로 베어주고, 침대 모서리에서 얌전하게 자고 있는 둘째 조카를 안쪽으로 밀어주고 잠시 쳐다보고 있으려니... 저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곳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 혹은 이웃과 함께.
     여행은 어디로 가는 것이라고 해도 좋지만
     사실은 어디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해도 된다.
     여행은 나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무수한 삶을 찾아 헤매는 절실함으로
     내 안으로 들어가면서 사색하는 행위일 터이다.
     여행의 목적지가 다르다고 해도
     되돌아오는 곳은 같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기억하는 행위이다.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람은 때때로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가던 길이 막혔을 때, 새로운 활력과 영감이 필요할 때,
  항상 머물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번쯤 먼 곳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는, 이내 곧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저 먼 곳 낮선 땅에서 새롭게 찾아낸 ‘새로운 나’를 가방에 가득 담아서 말입니다.
  여행도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책冊 속에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여행을 함께 하자고 하면 집 떠나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산에 가자고 하면 힘든 일을 왜 고생하면서 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불편과 고생을 현실의 좌표로 삼고, 그것들을 잊고자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기억은 미래를 향할 때 가능하다.
     불편하지 않고, 고생하지 않을 미래, 그러나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은 불편과 고생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떠도는 움직임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잃지 않음이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기억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여행은 안에서 바깥으로 나와 오래된 미래로 향하는 출발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치열한 반성이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여행을 ‘꿈같은 약속이 든 마법의 상자’라고 말했다.
     여행이란 단어는 군더더기가 없이 열려 있다.
     발음되지 않는 음소가 없고, 음소끼리 충돌되어 달리 변형되어 울리지도 않는다.
     여행은 글자 그대로 홀가분하게 발음된다. 닫힌 음이 아니라 열린 음들이다.
     발음을 하고 나면 첫 자음 ㅇ처럼 입이 벌어지고 닫혀지지 않는다.
     여행이 시작되면 그 열린 입으로 ‘아!’와 같은 놀라움과 아쉬움, 홀로 있다는 외로움이 빠져 나간다.
     여행이 끝나도 그것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말 ‘떠돈다. 떠돎’이라는 말의 울림도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 같다.
     여행이 끝나면 그 자리에 기억이 저장된다.

  “옛길이 지닌 인내와 겸손의 시간을 기억하라.”는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의 말처럼 확실히 산에서 만나는 옛길은 무언가 말을 전하듯 아련히 멀어져가곤 합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고갯마루에서는 꼭 가로질러 넘어가는 옛길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옛길은 효율적인 산행을 즐기는 요즘 등산객들이 만들어놓은 곧게 뻗은 등산로가 아닙니다. 쉬엄쉬엄 고개를 넘어갔던 옛사람들의 심성을 그대로 빼닮은 듯 옛길은 고갯마루에서도 한달음에 넘어가지 않고 휘휘 에둘러 조금씩 넘어갑니다.
  이를 지오노는 ‘인내와 겸손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걱정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막내가 천식이 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날씨가 따뜻해지길 바라며... 모두 쉬세요.
  그럼...

댓글 '4'

onlyJW

2005.01.07 01:29:02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님이 주신 글 읽다보면 무엇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생각을 하게되 너무 좋네요....글필이 너무 좋으시니 부럽기도 하구요. ^^*

달맞이꽃

2005.01.07 09:35:33

토미님 .....날씨는 조금은 온화 해 진것 같은데 마음이 추운 아침입니다 .
등산 좋아하세요?
아직 시간이 없는 관계로 산을 오르지는 못 하지만 여유가 생긴다면 산을
가까이 하며 느끼며 지내고 싶습니다
내가 처음 태너난 그때 그 시절의 나의 고향처럼 .
무엇이든 단숨에 이루려는건 실패가 크지요
산도 마찬가지 너무 단시간의 산을 오르려 한다면 숨만차듯이 꾸준히
성실하게 하다보면 숨도 고르고 주위도 돌아보게 되지요
앞만 보고 걷다 보면 주위에 꽃이 피었는지 나무가 울창한지 느끼지 못하거든요 .
순리대로 천천히 앞도 옆도 살피고 걷다 보면 마음의 여유도 찾아지고
나만의 정서도 즐길수 있고..그러고 보면 산 속에 진리가 있는것 같지요?
그 속에서 나를 찾을 수도 있고 ...암튼 그런것 같아요 .
오늘 아침은 유난히 마음히 허했습니다
덕분에 양껏 궁사렁 궁시렁 마음 진정하고 갑니다 .
님의 글은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후후~
고맙습니다.^0^

김문형

2005.01.07 12:17:30

토미님.
너무나도 오랜만에 댓글을 다네요.
건강하게 잘 계시죠?
토미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제 마음이 정화되어 감을 느껴요.
오늘 기분이 좀 그런데 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혀야 겠어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늘 건강하세요. ^ ^

보름달

2005.01.07 21:28:11

토미님...안녕하세요.^^
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복잡한 생각들과 이기심으로 심난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니 신기합니다.
늘 좋은 글에 감사드리며...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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