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조회 수 3057 2002.06.26 22:01:05
※꽃신이※

오늘은 어제 너무 무리한탓에 하루종일 혼수상태였어요.
무슨일이 있어도 집에 일찍 가서 자겠다고 다짐하고 정말 일찍 집에 왔죠..7시쯤..

요즘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거든요..
워낙 연세가 많으셔서.. 버릇처럼 아픈... 그런거 있잖아요..
집에 왔는데 할머니 혼자 계시더라구요..
끙끙 거리시면서..
매일듣는소리라 그러려니.. 하구 무시해버렸죠..

잠들무렵.. 할머니가 자꾸만 불르는거예요..
언제나처럼 화를냈죠.. 잘라구하는데 왜깨우냐구..
근데.. 할머니가 따뜻한물좀 받아달래요..
목욕한신다구..
너무너무 아파서.. 따뜻한물에 몸좀 당궈보신다구요..
또 화를냈쬬..
아픈데 무리하면 더 아푸다구.. 쫌 낫으면 목욕 시켜주겠다구요..
근데 자꾸만 고집 피우시는거예요.. 할꺼라구..
한마디.. 너무 아파서 죽으면안돼니까.. 지금 해야된다구요..

따뜻한물을 욕조에 한가득 받아놓구..
할머니물에 포~옥 당궈두고.. 혼자 욕실에서 노래불르구있었어요..
나가면 할머니가 자꾸만 오라구하니까.. 그냥 욕실에앉아서.. 놀았죠..

할머니가 등좀 밀어달래요.. 파스발라서 자꾸만 간지럽다구요..
놀긴 글렀다.. 싶어서 포기하구 타올을 들었어요..
건성건성.. 대충대충.. 밍기적밍기적.. 투덜투덜..
이 네단어로도 충분히 내모습 다 말할수있을꺼예요.. 이렇게 나뿌죠..

할머니가 갑자기 옛날얘길 하셨어요..
니 어릴때.. 내가 니 등밀어줬는데.. 하시면서요..
내가 목욕할때 자기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아냐구요..

우리할머니.. 항상 혼자였던거같아요..
나.. 할머니가 다 키웠는데.. 난 항상 할아버지만 좋아하구..
할아버지 돌아가시고도.. 할머닐 사랑하지 못한거같아요..

그렇게 외롭게.. 혼자서.. 날 이만큼 키우셨는데..그동안 그세월동안 이렇게 늙으셨구나..

이렇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할만큼 늙어버리셨구나..

우리할머니.. 건강해야해요..
돌아가시면 안돼거든요..
너무말라서..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가죽이지만..
너무 아파서.. 하루종일 베지밀 한캔으로 살으시지만..
그래도 절대 돌아가시면안돼요..

우리 할머니.. 사랑하는우리할머니..
할머닌 항상 저한테 매정하다고.. 다른할머니한테도 못그럴텐데.. 어떻게 널 키운 나한테 그러냐고..
화내시지만..
그래도 이거 꼭 아셨음 좋겠어요..

할머니 잠드셨을때.. 정말 아무소리없이 잠드셨을때..
너무 불안해서 할머니 가슴에 손대본다고..
할머니 뛰는심장.. 오르락 내리락거리는는거 보면서.. 기도하고있다는거..
우리 할머니가 꼭 아셨음 좋겠어요..
나 마음속으론 이렇게 사랑하고있다는거요..

기도해주세요.. 우리할머니..
이제 조금만 아프시라구요.

댓글 '8'

이지연

2002.06.26 22:10:07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애정아 ....어제가 우리할머니 첫제사였지...우리할머니 나만 이뻐했다고 지금도 내동생 서운하다고 하더라..그런 우리할머니인데 ....난 우리할머니 임종도 못 보고.... 너무 많이 마른 그래서 이분이 우리할머니인가 다시한번 본것이 병원에서 그렇게 본것이 마지막 이었지...애정아 할머니 살아계실때 잘해드려라 ... 언닌 어제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더라

마눌

2002.06.26 23:21:50

꽃신아~ 글을 읽다보니 ..니가 부럽다. 난 아주 어렸을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거든.그리 많은 기억이 나는건 아니지만... 문득 할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진다.

바다보물

2002.06.27 07:18:12

애정아 언니도 할머니가 내가 돌도 지내기 전에 돌아가셨단다 니 글 읽으면서 기억도 안나는 할머니가 무지 보고싶다....음악이 니글이 .....할머니 오래 사세요

세실

2002.06.27 08:49:32

나도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랑 같이 살았어. 지금도...지금 우리 할머니 대장암 수술 받고 병원에 2달째 누워계시는데...몹시 고통스러워하시는데...마음과 표현이 다른 내가 ...할머니는 내가 할머니 사랑하는 것 아실까? 귀찮아한다고 여기진 않으실까? ..나이들어도 철이 더 들진않는것같아..그래도 애정이 할머니 목욕시켜드리고 그것도 성심껏 못한것같아 이렇게 후회하고 가슴아파하니 ...할머니,꽃신이 할머니,...세상의 모든 어머니 건강하세요.

명이

2002.06.27 10:07:32

애정아. 오랫만이지..많이 힘들구나..나도 가끔 종종 걸음으로 걸어오시는 할아버지가 늘 걱정이고 불안하단다.. 애정이처럼 마음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행동으론 그게 잘 표현 되지 않고 말이야..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애정이 할머니가 많이 건강해졌으면 한다..~ 기도 할께~ 애정아 힘내고 화이팅이다~! 사.랑. 해.

찬희

2002.06.27 12:13:21

저도 작년에 할머님께서 돌아가셨어요... 침에가 있으셔서 같이 대화도 많이 안하고 그렇게 쓸쓸히 게시다 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누나들, 어머니, 형수님께서 기저기를 가라주시고 목욕해드리고... 전 가끔 스프 끌여다 먹여드리는게 전부였지요... 하지만 5남메와 그의 식구들, 손자들...모두 보시고 그제서야 떠나시더군요...

sunny지우

2002.06.27 13:19:05

신아! 기도해줄께. 많이 힘들겠구나. 두렵기도하고...마음의 평안이 있기를 ....할머님께서 빨리쾌유하시길 ...

정아^^

2002.06.27 14:20:03

애정아~ 나두 기도할께~~ 울 할머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철들기 전에말여~~ 잘해드리지두 못했는데... 흑... 건강하실꺼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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