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락 없이 아프지 마...

조회 수 3019 2004.12.30 20:42:33
토미
  어제 동생이 녹화해 놓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마지막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 온종일 ‘은채’가 ‘무혁’의 무덤 앞에서 자살하기 전에 했던 독백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살아서도 지독하게 외로웠던 그를 혼자 둘 수 없었습니다.”

  이 독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 상희’의 시 <내 허락 없이 아프지 마>가 생각이 났습니다.

     꽃이 필 때는
     불어오는 바람에게
     아프다고 말하잖아

     진주조개는
     상처가 쓰리면
     파도에게 하소연하는데

     아프려면
     사랑하는 당신
     물어보고 아파야지

     그래야
     아픈 상처
     바람에게
     호~ 불어 달라 부탁하지

     쓰라린 가슴
     비에게 일러
     어루만져주라 얘기도 하지

     정말이야
     이제는 당신
     내 허락 없이 아프지 마

  당신이 아프면 내가 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당신 대신 내가 아픈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당신, 제발 건강하셔야 합니다.
  내 허락 없이 아프지 마세요. 당신은 나의 생명이며 내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은채가 무혁을 볼 때마다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도
     청춘의 정기를 잃으면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여 나는 사십이 넘은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드물게 본다.
     ‘원숙하다’ 또는 ‘곱게 늙어간다’라는 말은 안타까운 체념이다. 슬픈 억지다.
     여성의 미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약방문은 없는가 보다.
     다만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그런 것들이
     미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피 천득’의 <인연>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청춘의 정기는 나이에 따라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파란 나이의 젊은이도 청춘의 정기가 송두리째 메말라 늙은이가 되어 버린 사람이 있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에 머리는 반백이어도 청춘의 정기가 시들지 않은 채 젊은 기운을 내뿜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여자든 남자든 청춘의 정기를 잃으면 시든 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을 먹고서 사무실로 들어오다 극장 매표구 앞에 줄을 서 있는 노부부를 보았습니다.
  요즘 세대라면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시간에 맞춰서 극장으로 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참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나이에 정정하게 걸어 다닐 수 있고, 손을 놓으면 마치 길을 잃어버릴 것처럼 부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젊었을 때는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표를 예매해서 부모님에게 드리든, 아니면 모시고 극장에 가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위가 날이 가면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럼...

댓글 '3'

2004.12.30 22:11:33

토미님 미사마지막회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요...
부모님생각,사랑하는아이들,그리고 남편을 내가 얼마나 사랑 하는지 새삼 나의 모든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요.....토미님 행복하세요....

★벼리★

2004.12.31 02:52:13

저도 마지막회 보고 한시간동안 대성통곡을했다죠..
미안하다사랑한다. 오래간만에 너무 재미있게본 드라마 였어요~

달맞이꽃

2004.12.31 15:27:49

마지막회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면서 우리 세모녀가 얼마나 울었는지요 ..
이성간에 사랑보다 저는 혈육간에 사랑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
아들인지도 딸인지도 모르고 온갖 함한 말을 쏘다 붓던 어머니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
다시금 너무 쉽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을 보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한한 책임과 의무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
토미님 .. 내일이면 원하지 않아도 한살 더 보태지는 새해 입니다 .
건강하시구요 ..이루려는 소망이 있다면 꼭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래요
복 많이 받으시구요...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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