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상이 없는 곳에서 유진이의 10년 [11]

조회 수 3038 2003.07.09 12:58:03
소리샘
준상이가 없는 곳에서.. (11)


작성일: 2002/07/24 05:04
작성자: 녹차향(ippnii76)


새로운 교실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진숙이와 용국이가 나와 같은 반이 되었다.
상혁이와 채린인 다른 반으로 배정받았다.
제일 좋아하는 건 진숙이다.
말로는 나와 같은 반이 되어서 좋다고 하지만..
용국이와 같은 반이 된게 더 좋은 모양이다.
용국이를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진숙이가 용국이에게 가니.. 주위가 다 조용해진 것 같다.

그제서야.. 교실을 둘러보았다.
몇몇 낯설은 아이들이 보이고.. 눈에 익은 아이들이 그 속에 뒤섞여있다.
순간.. 묘한 기분이 든다.
같은 학교에서 교실만 옮겼을 뿐인데.. 이상하게 아주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
마치.. 전학이라도 온 것 같다..
그리고.. 낯설움과 함께.. 뒤이어 느껴지는 안도감...
더이상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이..
어디를 쳐다봐도.. 준상일 떠올릴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서글프면서도 일순간 안도감을 느끼게한다.
후...
한숨이 새어나온다.
안도감도 잠시.. 이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불안해진다..
중요한 물건을 어딘가에 두고온 듯한 불안함..
예전 그 교실에서.. 준상이 혼자 남아있을 것 같다.
준상이 모르게.. 나혼자 어디론가 와 버린 느낌..
그래서 준상이가 날 찾아오지 못할 것 같다.
어디선가.. 날 찾아 헤매고 있을 것 같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벌떡 일어나 교실을 나왔다.
어디였지..? 예전 교실.. 여기가.. 몇층이었지..?
순간 길을 잃은 것처럼 불안해진다.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긴 복도.. 그리고.. 2학년..반 이라고 씌여있는 파란색 아크릴판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거친 숨을 내쉬며..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것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머리가 멍.. 해진다.
겨우.. 한 층 밑이었어..?
천천히 예전 교실로 다가갔다.
떨리는 손으로 뒷문을 살짝 열었다.
준상이 자리.. 그 자리엔 누군가 앉아 책을 들여다 보고있다.
준상아...?
그 아이가 뒤돌아 보기를 기다리며.. 떨리는 입술에 힘을 주었다.
조금뒤 한 아이가 그아이에게 다가가고.. 그 아이가 고개를 든다.
일순간 온몸의 힘이 빠진다.
후... 그럴리가 없지... 그럴리가..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나왔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나.. 미친게 아닐까..? 제정신이 아니야..
아직도.. 준상이가 여기에 있을 꺼라고 생각하다니..
그동안 마음 먹었던건.. 다 어디로 가고.. 왜 또 이러는거야..
정유진.. 너.. 정말 어떻게 된거 아니니..?
제발 정신 좀 차려..
준상이 죽은지 벌써 두달이 지났어..
눈물이 절망스런 마음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닦았다.
제발.. 이젠 이러지 말자.. 응..? 제발..

힘없이 돌아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숙이가 어디갔다왔냐며 눈치를 살핀다.
난 마음을 진정시키려 괜히 책을 꺼냈다 넣었다하며 부산을 떨어본다.
후.... 진정해.. 정유진..
니가 잠시 딴생각을 한거야.. 아무일도 아니야..
준상이 생각하다가.. 아주 잠깐.. 착각했던 것 뿐이야..
그래.. 그냥 그랬던 것 뿐이야..

조금 뒤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교실이 조용해진다.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아이들 목소리가 높아진다.
자리배정을 하느라고 한바탕 소란이 인다.
진숙이와 난 다시 짝꿍이 되었다.
참.. 질긴 인연이다.. 3년내내 짝꿍이 되다니..
교실이 다시 조용해지고..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우리가 고3이라는 걸 강조하며.. 앞으로의 수업계획을 말씀하신다.
고3...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대학 시험이라는 게.. 아직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다른 아이들도 그런 모양인지.. 아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붕 떠있는 분위기 속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진이 다 빠져버린 듯.. 몸이 무겁다.
후...
준상이가 봤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아직도 이러는 내 모습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건 준상이가 원하는 게 아닐텐데..
넌.. 내가 잘 지내길 바라고 있겠지..?
나도.. 그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
너에게 한 약속.. 너 때문에 울지않고.. 잘 지내겠다는 약속..
지키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구..
그런데.. 순간 순간.. 그걸 잊어버릴 때가 있어.
온 몸의 신경이 다 너한테만 쏠려서.. 다른 건 다 잊어버릴 때가..그럴때가.. 가끔 있어.
한번씩 그러고 나면.. 정말.. 힘들어 죽을 것 같애..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니가..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널 보낼 준비같은거..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그렇게 갑자기 가버리면.. 난 어떡하니..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이러는거.. 다 너 때문이라구..
니가..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그런거라구..
나.. 정말 안그럴려고.. 노력하는데.. 그런데.. 그게 잘 안돼..
자꾸만.. 잊어버리게돼..
나 계속 이러면 어떡하지..? 자꾸 널 찾아 헤매면.. 나.. 어떡하지..?
준상아.. 나 좀 잡아줘..
이러지 말라고.. 말 좀 해줘.. 응..? 준상아...

[유진아..! ]
정신이 번쩍 든다.
주위의 소란스러움이 한꺼번에 귓속으로 밀려든다.
그제서야.. 내가 교실에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안가? ]
[어..? ]
[수업 끝난지가 언젠데.. 빨리 가자. ]
아이들은 벌써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어.. 그래..]
서둘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왔다.
저쪽에서 상혁이가 우릴 보고 손을 흔든다.
후....
심호흡을 하고.. 나도 상혁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글펌










댓글 '1'

코스

2003.07.09 21:53:34

장면 장면을 그려봅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다시보고 싶지 않은 부분일만큼 이였는데....
휴~~ 유진에게 다른 추억을 안겨주고싶어요.
소리샘님...오늘도 유진의 아픈마음을 추억해보면서 이 밤을 보낼께요.
한결같이 정성껏 올려주시는 글...감사드립니다.
좋은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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