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없이 쓰는 첫 번째 글...

조회 수 3027 2002.10.19 16:00:15
토미
     우울한 기분을 조심하라.
     기분이 우울하면 인생 또한 우울해 보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왜 그런 식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토론할수록 우울한 기분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우울한 기분에 관심을 쏟고 머리를 짜내어
     해결하려 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하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곧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내버려두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기분은 변하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천 번이나 우울한 기분을
     경험했으나 이미 사라져 간 과거일 뿐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치료사인 '리처드 칼슨Richard Carlson'이 쓴 <행복의 원칙>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마음에도 경향(傾向)이 있다고 합니다. 흐르는 쪽으로 계속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자기 감정을 흘러가는 대로 내맡기는 것은 덜 자란 어린 아이의 몫입니다... 성숙(成熟)함이란,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이겨내는 것입니다. 진주조개처럼 안에 품고 스스로 녹여내는 것입니다.

  가을이 되니 제 기억중에 일부로 남아있는 그 사람 때문에 괜히 좀 우울해집니다.
  그 사람 때문에 이 글이 더 마음에 와 닿고 말입니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 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혹은 점잖게 있는 것까지도
     다 들어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꽃밭에 수천 수만의 장미꽃이 있은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수가 목마른 저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제가 고깔 씌워준 장미 한 송이, 제 손안의 작은 물병 하나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이 태어나고 그 사람과 제가 딛고 걸었던 땅, 그 사람이 만나고 또 그 사람과 제가 만났던 사람, 그 사람이 바라보고 그 사람과 제가 바라보았던 하늘...
  이 우주 안에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저의 장미꽃 한 송이입니다.
  그 사람이 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여기에 없다면...'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가 떠나고 나면
     서울이 온통 빈 것 같고
     눈에 띄는 모든 게 무의미해져서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가) 야간열차를 탄다고 해서
     서울역까지 배웅을 나간 날이었다.
     그를 보내고 나니까 웅성거리는 서울역이나
     광장의 사람들도, 만원 전차 속의 승객들도
     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부유하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피가 통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적막 강산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실컷 울고 싶단 생각밖에 안 났다.

  떠나거나 떠나 보내고 나면 압니다. 그 적막 강산 같은 외로움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허깨비로 보이는 그 아득함을...
  떠난 다음에 실컷 울어본들 무엇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곁에 있을 때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듯이 말입니다.

  밖의 날씨가 좋습니다.
  오랜만에 조카에게 아이스크림 사 준다고 꾀여서 같이 산책을 나가볼까 생각중입니다.
  모처럼만에 가져보는 휴식인데, 혼자서 집 지키기가 싫어서요.
  그럼... 편안한 토요일 오후 되세요.


댓글 '8'

태희

2002.10.19 16:06:39

토미님 뵈니 기분이 좋아지네요..그리고 글 너무 감사히 잘 읽었어요..있을 때 잘하라는 말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겠네요...서울에는 날씨가 좋은가봐요..대구는 아직 흐릿하네요..구럼 주말 잘 보내시구요..남은 휴가도 잘 보내시구요...좋은 글 또 부탁해요...

달맞이꽃

2002.10.19 17:02:57

오늘은 게시판이 한결 풍성해지는군요 ,거두는 수확도 좋지만 느끼는 수확도 만만치 않을거예요 후후후~토미님 자주 뵈니 넘 좋은데요 ,편안한 오후 되시고 ,즐거운 주말도 함께 하시길^*

코스

2002.10.19 18:38:14

자기 자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절대로 외로움이나 쓸쓸함 따위를 느끼지 않을꺼예요.나를 기억하고 있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단 한군데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매우 행복한 사람 일꺼라고..지금, 이자리의, 자신으로부터 작지만,결코작지만,결코 작지 않은 새로운 행복함의 시작이겠죠.토미님...아주 많은걸 돌아보며 생각할수 있는 글이였어요. 잘읽고 갑니다..감기 조심하세요.^_^

바다보물

2002.10.19 20:01:42

토미님 저희를 실망 시키지 않으시는군요 책 읽어주는 남자 토미님1 즐거운 휴식 시간 되세요

운영자 현주

2002.10.19 20:15:00

감정을 다스린다는게 말처럼 결코 쉽지는 않죠.. 요즘 정말 부쩍 쉬운일이 아니란걸 느낄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계속 우울함이 지속되고있었는데.. 좀더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은 뜻대로 잘 안되지만..노력하다보면 이 우울함이 조금은 날아가버릴지...... 박완서의 저 소설을 전 분명히 읽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왜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지..아마 제가 건성으로 읽었나봐요...에휴~~ 주말 잘보내세요 토미님..^^

토토로

2002.10.19 20:20:04

토미님 어린왕자는 어른이 된 지금도 참 감동이 전해지는 책입니다.감정의 다스림...인간이기에 가끔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보곤 합니다.전 우울하거나 하면 또 다름 무언가를 손에 잡고서 그 일에 빠지곤 합니다.삶이 항상 뭔가를 하는건 외로움을 이기기위해서라는 말이 불현듯 떠 오르네요.자주 뵐수 있어 좋습니다.

....

2002.10.19 20:30:44

토미님의 글을 모아 책으로 내면 어떨까요? 좋은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어느분이 말씀하시더군요.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우울한 날에는 천천히 걷는 버릇이 있던 나는 이젠 조금이라도 활기차게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우울할 수록 힘찬 걸음, 힘찬 생각으로 살아갑시다.

앨리럽지우

2002.10.19 23:53:53

토미님의 글 오랜만에 읽네요~ 조카분들과는 즐거운 시간 보내셨구여? 가을이라.. 혼자서.. 멍하니 이 일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이런 저런 생각하다 보면.. 약간은 아쉽고.. 속상한 기억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약간은 우울해 지는게 사실이에여~ 저두 우울할때 마다 행복의 원칙에 나온대로 해보면 좀.. 좋아질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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