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연예문화탐험기>

스타 시스템의 플랑크톤, 팬과 팬클럽


“안티 팬들의 글을 보고 충격으로 3일 정도를 뜬눈으로 지새운 적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병원을 다녔으며 심지어 은퇴까지 고려했습니다”(문희준)

“사실 문희준은 어떠한 처벌도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차원에서 이를 방치하기가 곤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 허위사실 유포, 초상권 훼손 등이 분명히 도를 넘었습니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당 네티즌은 조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SM엔터테인먼트)

얼마전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 문희준의 안티 네티즌들을 서울 강남 경찰서에 고발하면서 밝힌 입장입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문희준의 안티 네티즌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처사를 비판하며 앞으로도 문희준에 대한 공격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문희준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팬클럽 문화를 생각하게 됩니다. 바다의 거대한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랑크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플랑크톤이 없다면 거대한 고래도 결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각종 해양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없는 바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연예계의 플랑크톤은 바로 팬과 팬클럽입니다. 팬과 팬클럽이 없다면 결코 스타나 연예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팬과 팬클럽은 바로 스타의 존재기반이자 스타 상품성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입니다.

팬클럽은 한 사회 내에서 특별한 가치, 지위를 가지는 일종의 스타라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존경이나 숭배를 조직적으로 행하고 스타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스타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해 그의 팬들에 의해 형성된 집단을 지칭합니다.

팬클럽은 선호하는 스타의 상품인 음반 및 콘서트, 영화, 드라마 등을 소비함으로서 스타를 탄생시키고 스타의 명성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하지요. 또한 스타의 정보 유통이나 이미지 제고를 통해서 스타의 상품성을 배가시키기도 합니다. 무명이나 신인을 일약 스타로 부상시키는 원동력이 팬클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우리의 팬클럽의 역사와 과정, 활동은 대중문화 종주국을 자처하는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1910년대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들은 내부에 팬 관리부를 두어 팬클럽이나 팬을 조직적으로 관리를 시작했지요.

팬 관리부는 팬클럽을 영화의 고정수요층으로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스타의 인기를 견인하는 홍보기제, 그리고 회비 등을 거둬 스타의 수익창구로 활용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 팬클럽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지요. 국내 스타의 팬클럽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영미권 가수들 중심의 팬클럽이었는데 1984년 결성된 비틀즈 팬클럽, 1986년 듀란듀란 팬클럽이 대표적인데 이 당시의 팬클럽은 지금의 팬클럽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요.

이때는 동호회 성격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좋아하는 스타의 음악이나 연기를 보면서 정보교환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수준이었지요. 국내 스타 팬클럽의 효시는 1980년대 후반 조용필의 팬클럽입니다. 하지만 조용필의 팬클럽은 오빠가 좋아서 모인 자발적이면서 체계적이지 못한 팬클럽이었습니다.

10대가 방송, 음반, 영화 등 대중문화 상품의 최대의 소비자 층으로 떠오르고 인터넷의 등장, 케이블TV등 다양한 매체의 탄생,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대한 산업적 인식 확산으로 특징 지워지는 1990년대 들면서 팬클럽은 조직적이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요. 연예 기획사가 본격적으로 스타의 상품성을 제고하기 위해 팬클럽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현재 팬클럽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90%가 10대들이고 이중 95%가 여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수많은 공식, 비공식 팬클럽이 등장하면서 팬클럽의 활동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됐습니다. 스타와의 만남, 기획사와 클럽의 유기적인 정보유통관계 형성,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스타의 홍보활동, 스타의 상품 소비 등 그야말로 스타의 존재기반으로 자리잡았지요.

하지만 팬클럽의 부정적인 측면도 노출되고 있지요. 현재 연예인과 연예문화, 그리고 연예기획사의 문제점은 스타 시스템의 한 축인 팬클럽에 의해 조장되거나 심화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만이 최고이고 유일하다는 스타의 맹목적인 숭배주의는 스타 시스템의 발전 원동력임에는 틀림없지만 또한 잘못된 스타문화를 고착화시키는 야누스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비판을 하는 사람이나 라이벌 스타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반이성적인 공격을 가하고 터무니없는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리는 것은 일부 스타 맹목주의 성향을 보이는 회원들의 잘못된 행태지요.

저는 연기자나 가수의 연기력과 가창력에 비판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신문기사에 원빈의 연기력 부족을 지적했다가 2만5,000여건의 항의 메일을 받았고 조성모의 가창력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수없는 전화폭력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신문사에 출근하자마자 어린 여학생은 전화를 통해 입으로 담을 수 없는 욕을 일방적으로 하고 끊어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MBC라디오에서 ‘배국남 기자의 스타 탐험’을 진행할 때 배용준의 연기패턴을 변화시킬 시점이다라는 말을 했다가 장기간 팬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한 적도 있지요.

무엇보다 일부 팬클럽이 연예 기획사의 상업적인 논리와 전략에 따라 움직이며 팬클럽의 회원들이 기획사의 단순한 이윤창출 도구로 전락되는 것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유명 가수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뒤 장기간 팬클럽 회원들에게 시달리다 정도가 지나쳐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적이 있지요. 수사결과 일부 회원은 기획사의 지시에 따라 집단적인 항의와 전화공세를 퍼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요. 기획사의 이윤창출 도구로 전락한 팬클럽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밖에 특정 팬클럽 집단은 권력화해 무리한 집단행동을 일삼고 자신들의 요구를 대중매체와 각종 기관에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팬클럽의 일그러진 모습중의 하나입니다.

가수 강타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경찰서에 강타는 잘못이 없다며 항의 메일을 무차별적으로 보내 경찰서 컴퓨터 서버를 다운시키는가 하면 병역기피의혹을 받아온 유승준에 대해 입국불허조치를 내린 법무부와 병무청에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비이성적 행동들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한 팬클럽의 모습입니다.

스타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잡으려면 반드시 팬클럽의 문화가 건전해야합니다. 현재 일부 잘못된 팬클럽의 문화가 개선된다면 진정으로 팬클럽은 스타문화, 나가서 대중문화의 발전적인 주체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문희준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팬클럽 문화를 뒤돌아보게 됩니다.

배국남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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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벼리★

2003.11.06 15:06:31

지금 여기 스타지우의 문화는 갱장히 바람직하지 않나요...ㅎ ㅣ히

코스

2003.11.06 23:19:53

언제나 지나침을 부족함만 못한거 같아요.
벼리야......우린 당연 잘하고있징...
지금 이대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 무쟈게 노력하장^^

눈팅이

2003.11.07 01:37:16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배국남이란 사람, 편견도 만만찮은 걸로 압니다. 연기라면 류승범식 연기를 좋아해서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잘생긴 배우들에겐 인색하기 그지없는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때가 많죠. 원빈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승범씨나 설경구씨가 하기엔 어색하듯이 각각의 색깔로 인정할 건 해야하는데 오로지 성격파 배우들에겐 더할나위 없이 칭찬일색이고 얼굴 좀 된다 싶은 배우들에겐 가차없죠. 우리나라 잘생기고 이쁜 배우들치고 이 사람에게 씹히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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