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의 겨울연가 [1] 녹차향님글 펌

조회 수 3057 2003.05.15 09:49:02
소리샘
유진의 겨울연가.. (1)


작성일: 2002/09/13 04:45
작성자: 녹차향(ippnii76)


[사랑합니다... ]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했다.
그리고 난 그 말과 함께.. 사랑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여기까지임을...
마음속으로 다잡았다.. 더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고마워요.. 유진씨.. ]
더이상 그의 얼굴을 보고있기가 힘들어 돌아서려는 내게.. 그는 그렇게 말했다.

무엇이 고마운가요..
난 이렇게 당신을 떠나는데.. 당신께 상처만 남기고 가는데..
그리고.. 남은 시간을 고통속에서 보내게 만들었는데..
미안해요.. 민형씨..
난.. 당신을 사랑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었어요..
이렇게 당신에게서 사랑을 받을 자격도 없구요..
당신을 힘들게만 만들어놓고.. 전.. 다시 돌아갑니다..
이렇게 상혁이에게 돌아가지만..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겠죠..
이미.. 상혁이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상처 투성이가 되었어요.
겉으론 괜찮은 척..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살게되겠지요..
하지만.. 마음속에 이미 박혀버린 불신과 상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난.. 죄값을 치루러 갑니다.
상혁이에게 지은 죄를.. 갚아야 합니다.
준상이의 죽음으로 받은 상처의 치유를.. 상혁이에게 맡겼던 죄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상혁이와의 결혼을 결심했던 죄를..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서.. 상혁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죄를..
난.. 상혁이에게 상처를 주면 안되는 거였어요..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 난 참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너무 오래 곁에 있어줘서.. 내 모든 걸 받아주고 이해해줬던 상혁이었기 때문에..
난 상혁일 깊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겉으로 보였던 상혁일.. 내가 아는 상혁이의 전부라 생각했고..
그래서 끝까지.. 날 이해하고.. 받아줄꺼라 믿었나 봅니다.
상혁이도.. 질투를 느끼고.. 소유욕도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지켜온 사랑이.. 모든 걸 주었던 사람이.. 자신을 버렸는데도..
곧 괜찮아질꺼라 믿었던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상혁인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없으면.. 상혁인 견디지 못할껍니다.
10년간.. 나 혼자만 상혁이에게 받기만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상혁이곁에 있는 내 존재가.. 상혁이에겐 살아가는 힘이었고.. 희망이었을까요..
그래서..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이렇게 무너져 버린 걸까요..

민형씨..
당신이 먼저 날 상혁이게게 보내줘서 고마워요.
처음엔.. 날 병원에 데려다준 당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 나에게 상혁일 보여준 것이.. 원망스러웠어요.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상혁이도 괜찮아 질꺼라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난.. 상혁이에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그 시간이 몇일.. 몇 주.. 지연될 뿐이었겠지요..
그러면 우린 그 시간동안에도 그리 행복하진 못했을테지요..
상혁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당신은 더 힘들게 지켜봐야 했을테니까요..
그리고 당신에게.. 차마 상혁이에게 돌아간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그 힘든 일을.. 당신이 먼저 해 주셨어요.
고마워요.. 민형씨..
정말로 고마워요..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가고 있습니다.
점점 멀어지는 스키장의 풍경들이.. 눈물이 되어 마음을 타고 내립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진 너무나 행복했던 날들이었어요.
단 몇주간의 짧은 행복일지라도..
그때의 행복했던 일들은 평생 제 마음속에 살아있을껍니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상혁이와 있을 때에도.. 당신과의 추억을 떠올리겠지요..

상혁이에게 돌아가겠다는 이 결정이.. 어쩌면 더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10년간 준상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이제 다시 당신에게서 벗어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언제가 될지 모를 그 시간동안.. 난 또다른 상처를 상혁이에게 줄 지도 모릅니다.
그 상처를 상혁이는 견뎌야 하겠지요.. 또 나도 그렇구요..
상혁이도 나도.. 만신창이가 된 서로의 마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요..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 믿습니다.
나 때문에.. 죽을지도 모를 상혁일 그대로 둘 순 없잖아요..
상혁이가 잘못되면.. 당신과 나도.. 어차피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노력할껍니다..
최선을 다해.. 상혁이에게 잘하려고 노력할껍니다.
어쩌면 평생을 당신을 사랑했던.. 그 멍에를 지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민형씨..
부디.. 행복하세요..

.... 사랑합니다...

[괜찮니..? ]
[응... ]
정아언닌 안타까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춥니..? 히터 더 틀까? ]
[아니.. 괜찮아. ]
[근데 왜 그러고 있어..? ]
언니의 말에.. 여태까지 내가 코트를 펼쳐 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춥지 않아.. 그런데.. 그냥.. 시려워.. ]
[ ........ ]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애..
병원에서 부터.. 내내.. 가슴이 시려워..
아무리 코트자락을 여며도.. 가슴으로 자꾸 찬바람이 들어와..

스키장을 완전히 벗어나.. 이제 서울의 높은 빌딩들이 보인다.
숨이 막혀.. 답답해..
고작 몇시간 거리인데.. 마치 몇일이 걸려 도착한 먼 나라처럼 느껴진다.
이곳이 정말 내가 8년을 살아왔던 곳인가..
너무나 낯설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열었다.
가지런히 정돈된 옷가지들.. 난 쉽게 그것들을 꺼내놓지 못한다.
눈물이 옷 위로 툭.. 떨어진다.

벌써.. 당신이 보고 싶어져요..
앞으로.. 언제 당신을 볼 수 있을까요..
그때까지.. 어떻게 견딜까요..
보고 싶어요.. 민형씨..

상혁이가 퇴원할때까지.. 일은 잠시 미루기로 양해를 구했다.
아침이면 병원에 가고.. 오후엔 집과 회사를 들르고.. 다시 저녁에 병원에 다녀온다.
빠르게 회복되는 상혁이를 보며.. 돌아오길 잘 한 거라고 마음을 다독인다.
하지만.. 병실문을 닫고 돌아서면 이내 긴 한숨을 토해낸다.
너무 힘들어..
두꺼운 벽이.. 이미 우리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걸 느낀다.
예전의 상혁이와 나 사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
힘들겠지.. 아니.. 힘들어도.. 할 수 없지..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나 이니.. 받아들여야겠지..
그래도.. 너무 힘들다.. 후....

회사에 들르니.. 아무도 없다.
언니 혼자서 많이 힘들텐데..
곧 상혁이가 퇴원하니.. 승룡이가 스키장에 가서 도울 수 있을꺼야..
책상위를 정리하는데.. 서류 몇장이 눈에 띈다.
마르시안...
스키장으로 떠나면서 필요없게된 서류들을 놓고 갔는데 아직 치우지 않았던 모양이다.
난 치우던 손을 거두고.. 힘없이 의자에 털썩 기대앉았다.

그를 마르시안에서 다시 만난 날...

그냥 거기서 멈추었더라면.. 그 만남을 끝으로..
스키장 공사를 내가 맏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채린이.. 친구..? 저번에 봤었죠.. 춘천에서.. 기억.. 안나요? ]

[기억..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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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님 방 글펌-










댓글 '7'

달맞이꽃

2003.05.15 10:39:35

소리샘님 ..
날씨가 너무 좋군요 ..녹차향님 아이디를보니까 문득 녹차향이 그립네요 ..한잔 마셔야 겠네요 ..유진 ..준상 그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시리고 설레는군요 ..후후후~~소리샘님 .게시판에서 자주 뵈니 좋은데요 ..반갑고 ..정모때도 참석해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그때 뵈요 ..좋은하루 보내시구요 ^*

꿈꾸는요셉

2003.05.15 11:57:16

녹차향님의 따뜻하게 스며드는... 글 올려주신 소리샘님 감사합니다.
자주 뵙게 되니 낯설지가 않아요. 반갑기도 하구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절망안에
희망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유진의 가슴 시린 사랑이 더 애절하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올려주신 것...

지우공감

2003.05.15 12:10:47

녹차향님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니,
다시 유진에게로 돌아가 있는 제가 보이네요...
많이 잊은 줄 알았는데,
유진을 잊기는 그리 쉽지 않아요...
올려주신 소리샘님 감사해요...

코스

2003.05.16 00:18:50

소리샘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고내려 오면서
유진의 안타까움에 마음이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소리샘님...어제는 동영상으로 저희들을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시고
오늘은 유진의 시린 사랑을 되새기게 해주셨네요.
오랜시간 잊지못할 '겨울연가'랍니다.
소리샘님...좋은글 감사합니다.^^

운영자 현주

2003.05.16 01:27:35

소리샘님...정말 고마워요.. 무엇보다 인사차 한두번 들르고 말수도 있을텐데..저역시 그랬던 적이 많아서..그랬어도 충분히 감사할텐데.. 뭐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녹차향님의 글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유진이라면 어땠을까..상혁이에게 돌아갓을까..생각해보니 전 참 많이 이기적인가봐요.. 저같았음 민형이 곁에 남았을거같아요..흑흑.............소리샘님..녹차향님...좋은 하루 되세요..^^

소리샘

2003.05.16 08:50:41

유진이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행복합니다
녹차향님의 글을 읽으면 제 자신이 유진이가 되어 버리네요 현주님도 정모 준비로 바쁘시죠
일이 많아서 보다도 신경쓸 것이 많죠 걱정도 많고 경험해 보니 알것 같아요 너무 많이 힘들지 않았음 좋겠네요

2003.05.17 16:31:44

녹차향님은 당시 겨울연가에 푹 묻혀... 몰입해...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을 쓰신것 같습니다
녹차향님 그리고 소리샘님...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시기를...
들을때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소리를 느끼는 겨울연가 음악을 소중히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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