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군데군데 모르는 척 하십시오...

조회 수 3030 2002.04.12 23:22:49
토미
  노신魯迅의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中에보면 우리가 기억해 두면 좋을 말이 나옵니다.

     명망 있는 학자와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의 말 가운데 군데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척해야 한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게 되고, 너무 잘 알면 미워한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가장 적합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때로 너무 잘 알아도 병, 너무 몰라도 병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지식인 사회에서는 자신의 지식을 적당히 감추는 '적절한' 처신이 필요합니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는 조화석습(朝花夕拾)을 옮긴 것입니다. '조화석습'은 아침에 떨어진 꽃을 바로 쓸어내지 않고 해가 진 다음에 치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떨어진 꽃에서도 꽃의 아름다움과 꽃의 향기를 취하는 여유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프리보드'안에 들어와서 여러 님들의 글을 읽다가 현주님이 쓰신 글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은희경님과 신경숙님의 책을 구입하셨다는 구절을 보니... 신경숙님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의 주인공 하진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제가 주제넘은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믿어요, 더디게지만 천천히지만 좋은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을 내세요. 그 날 선생님은 너무 지쳐 보이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안 쉬고 가만히 있어보세요. 그러면 저처럼 괜찮아질지도 모르니까요. 혹시 제가 마음에 걸렸다면 안심하세요. 저는 선생님이 참 좋았습니다.

  아세요? 그 시절, 선생님 앞에서는 갑자기 걸음걸이가 아장아장해질 정도로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곤 했어요... 선생님이 제 얼굴을 만져주거나 손을 잡아줄 때 느꼈던 그 따스함이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돼요.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따금 생각해 주세요. 바다 건너 여기에 선생님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요. 그럼 안녕히...

  전前에 읽을 때는 이 말의 의미가 다가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 어느 계기로 떠올려보니 공감이 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신경숙님이 쓰신 시집詩集이라고 해서 구입한 <내 마음의 빈 집 한 채>라는 제목의 冊이 있습니다. 소설가인줄만 알았는데...
  그런데 안에 내용을 뒤적여보니 작가가 직접 쓴 詩가 아니라, 작가가 최근에 읽은 詩集속에 숨어있는 빛나는 시들을 골라, 자신의 느낌을 적어서 冊으로 엮은 詩集이었습니다.

  김영승('반성'), 곽재구('돌점 치는 여자'), 정은숙('멀리 와서 울었네'), 이성복('비단길1'), 백석('수라'), 기형도('빈집'), 허수경('혼자 가는 먼 집')을 차례로 읽는 일은 저에겐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사이사이 끼어 있지만 시 감상을 방해하지는 않는, 또 다른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신경숙의 짧은 느낌을 엿보는 일도 말입니다.

  그러면 本文中에서 나희덕님의 시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적어보겠습니다.

     어 린 것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어린 다람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 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그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에서

  누구나 산에서 어린 다람쥐를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어린 것을 보고 굳었던 젖이 핑그르르 도는 모성은 아무나 지닐 수 없다. 그게 시심詩心 아닐까. 그 마음이 올라가려고만 하는 나를 내려오게 한다. 가슴 아파라. 어린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 한다. 자기 자신한테조차도. 그래서 지금 다른 것들이 새 목숨을 얻었으리라.

  헤르만 헤세 詩集 <너는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中에 보면 마치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詩가 나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토요일이 됩니다.
  결혼을 하는 후배가 잘 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행복했으면 합니다.
  너무 행복해서... 보고 있는 저도 결혼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모든 꽃들 가운데서
     너를 가장 사랑한다.
     너의 입김은 언제나 달콤하고 싱싱하다.
     너의 눈은 순결과 기쁨에 넘쳐 있다.
     꽃이여, 나의 꿈속으로 너를 인도해 다오.
     그곳 빛깔 고운 마술의 숲 속에
     너의 고향이 있다.
     그곳에서 넌 시들지 않고
     내 영혼의 연가 속으로
     너의 젊음이 깊은 향기를 품으며
     영원히 피어난다.

  밤이 깊어갑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좋은 꿈 꾸세요.
  그럼...


댓글 '1'

변은희

2002.04.13 04:38:02

오늘도 언제나처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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