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법.

조회 수 3026 2004.03.31 21:31:48
토미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신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지요.
     한 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 때의 폭풍이야 비켜 가면 그뿐
     산들바람은 비켜갈 수 없음을.

  봄이 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괜히 뜨거운 커피가 들어있는 머그 컵을 들고 창가로 가게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방법이란 바로 남들 앞에서
     강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유리하게 바꿔 보자고 생각한 뒤에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에세이 <나를 사랑하는 법>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교만이나 과대평가도 좋지 않지만 열등감은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감사하면서 모자라는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조금씩 깎아내 가면서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에세이 <나를 사랑하는 법>中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연극 단원을 모으고 연극 준비를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참 평범해 보였던 사람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비록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림이나 음악, 춤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다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길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해 내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정형화되어 버린 삶 속에 작은 구멍을 내어 숨통을 트고 그 구멍을 통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삶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싶은가. 그렇다면 남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것을 찾아 하라. 물론 당신의 취미에 맞는다면 더더욱 좋다. 연극이나 노래, 다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당신 안에 숨겨진 재능을 찾아 맘껏 발휘하라.
  - page 29쪽

  나는 인생이 주는 중요한 교훈들을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경험과 삶의 어려움을 겪어 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당신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면 낙심하지 말고 운 없는 시기를 이런 방법으로 극복해 보라. 첫째, 운이 없을 때에는 운이 트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둘째, 항상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관점을 바꾸어서 나쁜 운을 바꿀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 page 38쪽

  현재 경쟁자가 있어서 몹시 괴롭거나 상대방 때문에 신경이 몹시 쓰인다거나 상대방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방과 굳이 싸우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경쟁할 사람이 있어서 오히려 즐겁다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다. 경쟁 상대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상대방과 함께 그 상황을 즐기라!

  인생은 장거리 경주와도 같다. 만약 당신이 경쟁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면 인생을 단거리 경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성적 때문에 친구를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 또한 학창 시절만이 인생의 전부하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page 104쪽

  당신은 대설(大說)과 소설(小說)의 차이를 혹시 알고 있는가. 대설가는 인생이나 인간에 대해서 이미 터득한 사람이지만, 소설가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생이나 인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령 20대에 이미 인생의 의미나 인간이 어떤 존재란 것을 알게 된다면, 허무하지 않을까. 이미 다 알아 버렸기에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인생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런 것이야말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대개 추리소설이 마지막 장을 펼쳐 보기 전에는 범인을 알 수 없는 구도로 짜여지는데, 바로 그 '범인'을 인생의 의미에 비유할 수 있겠다. 때로는 멋들어진 역전도 있다. 나의 경우처럼 아무리 신을 부정하려고 해도 마지막 장에서 역전시켜 자신을 믿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추리소설을 보통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내 소설이나 인생 역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글자 그대로 인생의 신비에 대해 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하는 뜻에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다 추리소설과 같지 않을까. 다만 인생의 의미를 쉬이 알 수 없어서, 그래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 page 157쪽

  이 에세이를 읽다보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강자(强者)와 약자(弱者)만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나는 무기력한 겁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나 신념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약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 약점을 고치기 힘들다는 이유로, 또 이미 습관처럼 익숙해졌다고 해서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약점을 지닌 자신을 불만스러워 하고 낙담만 하고 있다면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은이는 에세이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느끼게 되는 분노ㆍ증오ㆍ이기심ㆍ편견 같은 어두운 측면도 결국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니, 받아들이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듯 결점 많은 불완전한 인간인 자신을 사랑하고 수용해야만, 수용한 그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도 자신을 사랑했으면 합니다.
  자신을 사랑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한 꺼풀 벗겨진 눈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기 전에 가져다 놓은 커피가 다 식었습니다.
  글을 이만 줄여야 하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2'

Flora

2004.04.01 06:03:32

님 오늘따라 글이 더 감동적입니다.
그런데 워낙에 장문이라서 저 해석하고 생각하느라 시간 엄청 걸렸습니다.
님께서는 소설가를 하셔도 될 것 같애요... 정말 글 잘 쓰시는 능력 부럽고 존경스럽고요 오늘도 님으로 인해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마지막 쯤에 있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결점 많은 불완전한 인간인 자신을 사랑하고 수용해야만, 수용한 그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도 자신을 사랑했으면 합니다.
저도 조금씩이라도 제 자신을 좀 더 사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님 좋은 하루 되세요!

달맞이꽃

2004.04.01 08:55:41

토미님..
바깥공기가 제법 찹니다 .
그래도 바람은 산들 바람처럼 느껴지네요 .
인생은 장거리 경주와 같다는말이 마음에 담아지는군요 .
인생이 주는 교훈은 많은 시행착오를 견딘 사람만이 말할수 있는것 같군요 .
예)...인생은 이런것이다...하고 말이죠 .
저도 ..그러타할 인생 논을 말할수는 없지만 순리대로 ..그냥 순리대로
살다보면 인생도 풀리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언제나 소중한 교훈 마음에 담게 하시는 님 ..
오늘도 샬롬하시기 바랍니다 .
환절기 감기도 꼭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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