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상이 없는 곳에서 유진이의 10년 [3]

조회 수 3038 2003.06.25 12:45:17
소리샘
작성일: 2002/07/11 02:06
작성자: 녹차향(ippnii76)


준상이가 보낸 테잎을 안고.. 한참을 울었다.
준상이의 연주와 목소리를 또 들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냥.. 테잎을 손에 들고.. 바라보기만 했다.

준상아... 보고 싶어..

괜히 가방을 뒤지고.. 서랍과 책사이를 뒤졌다.
혹시나.. 준상이의 흔적이 있을까..
준상이 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길 들쳐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쪽지 한장.. 사진 한장 조차도.. 내가 가진 건 하나도 없다.
나쁜... 어떻게.. 널 기억할 만한 걸.. 이렇게 하나도 남겨주지 않았니..
보고 싶을 때.. 니가 너무 보고 싶어질 땐.. 난.. 뭘 봐야하니..
니가 보고싶은데.. 니 얼굴.. 생각 안나면 어떡하지..?
널 기억해준다고 약속했는데.. 니 얼굴 조차 생각안나면.. 나 어떡해..?
응..? 준상아..

스케치북을 폈다..
준상이 얼굴..
대강 얼굴윤곽만 잡아놓고.. 더이상 연필을 대지 못한다.
눈물이 고인다..
꽉 쥐고 있던 연필이.. 힘없이 스케치북에 떨어진다.
생각이 안나.. 니 얼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네 모습만 스쳐지나갈 뿐..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아..
어떡하지..?
책상에 엎드려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바보같아.. 너.. 어떻게 준상이 얼굴을 기억 못할 수 있니.. 응..?
너.. 정말 준상이 좋아한 거 맞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

새벽녘이 되서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푹.. 젖어버린 스케치북을 덮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 듯.. 털썩 누웠다..
한기가 든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당겨 덮어본다.
후... 추워..

엄마가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방안이 빙글빙글 돈다.. 어지러워.. 엄마..
이마를 만지는 엄마의 손이.. 차갑다.
어머.. 유진아..
이 열 좀봐.. 너.. 어디 아프니..? 응?
엄..마.. 너무 추워..
엄만 서둘러 뛰어나가시더니.. 곧 약과 물을 들고 들어오신다.
유진아.. 약 먹자.
약 먹고.. 일단 푹 좀 자.. 응..? 너.. 괜찮아..?
약을 받아먹고 다시 누웠다.
졸려.. 엄마..

헛게 보이는 건가...
준상아...
준상이가.. 병원에 누워있다. 얼굴에.. 피가... 준상아!
누군가 흰천을 끌어올려 얼굴을 덮는다..
헉.... 숨이 턱 막힌다.
준상아..! 안돼! 준상아..!!
관..
내 앞에 관 하나가 놓인다.
설마.. 준상이가...?
떨리는 손으로 관에 손을 가져갔다..
곧.. 난 미친듯이 관 뚜껑을 잡아 당기고 있다.
안돼.. 준상이가 답답해해.. 열어줄께.. 안돼. 준상아...
손대지 마!
찌르는 듯한 고함소리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준상이한테 손대지마!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 준상이가 죽었어!
책임져..! 너 때문이라구!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린다.
입이 붙어버린 듯.. 아무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미안해.. 미안해.. 준상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누군가 날 흔들어 깨우고 있다.
유진아.. 유진아.. 일어나 봐.. 너 괜찮니..?
슬몃.. 눈을 떴다.
엄.. 마...?
너.. 왜 그래.. 계속 헛소리를 했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엄마... 엄마...
더이상 말을 못하고.. 엄마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 나 때문이야.. 나.. 어떡해.. 엄마..
유진아.. 무슨 일이야.. 응..?
그만 울고.. 말 좀 해봐. 유진아.
엄마.. 엄마..

울다 지쳐.. 다시 잠이 들었다.
준상아..
준상이가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한다.
유진아.. 우리 호수에 갈까..?
호..수..?
준상인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호숫가..
준상이와 난.. 자전거를 타고.. 배를 탄다..
손을 잡고 나무 숲길을 나란히 걷는다.
준상이 너.. 거짓말 한 거구나..? 그치?
너 죽었다고 했던 거.. 너.. 장난친거지..? 그치?
준상인 우뚝.. 걸음을 멈춘다.
준상이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진다.
왜 그래.. 준상아..
갈께...
준상인 내 손을 놓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준상아..! 가지마..!
아무리 따라가려고 애써도.. 준상인 더 멀어지기만 한다.
준상아...!

번쩍.. 눈을 떴다.
여긴.. 익숙한 벽지.. 책상.. 후... 꿈.. 이었구나..
방안이 어두컴컴하다.. 벌써.. 밤이 된건가..?
다시 눈물이 고인다..
너.. 정말.. 그런 거구나.. 죽..은게.. 맞는거니..?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깼니..?
아까 상혁이랑 진숙이 왔었다.. 걱정.. 많이 하고 갔어..
... 그랬어..?
엄마 얘기 다 들었어..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날 가만히 안아주신다.
불쌍한 것..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으면.. 이렇게 아플까..
우리 유진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엄마..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서.. 정말 미안해..
근데 있지.. 나.. 준상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나 때문인 것 같아서...
그래.. 유진아.. 말 안해도 알아..
하지만 유진아.. 사람이 살고 죽는 건.. 누구 때문에.. 이런 건 없어..
다.. 운명인거야.. 그러니까.. 유진아.. 자꾸 그렇게 생각하지마..
엄만 한참동안 날 안고 토닥여주시고.. 나가셨다.
그럴까..? 엄마..?
정말.. 준상이가 죽은 건.. 준상이의 운명인걸까..?
하지만.. 그때 날 만나러 오지만 않았더라도.. 준상인...

멍하니..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이젠 열에 들뜨거나 하진 않는다.
휘청거리며 책상 앞에 앉았다.
후....
다시 스케치북을 폈다.
눈물에 젖었다 말라서.. 울퉁불퉁해진 종이를 몇장 넘겼다.
연필을 잡았다.
준상이의 얼굴이.. 이젠 뚜렷하게 떠오른다.
슥슥.. 시간이 갈수록.. 스케치북의 그림은.. 점점 준상이의 얼굴이 되어간다.
그림이 완성되어 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닮았어.. 준상이랑 많이 닮았어..
창밖이 어슴프레 밝아올 때쯤.. 준상이의 얼굴이 완성되었다.
연필을 놓았다.
지우개로 마무리 정리를 한다.
후...
스케치북을 세웠다.
희미한 미소가 지어진다.
준상아... 정말.. 너랑 많이 닮았다..
사진처럼.. 똑같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코끝이 시큰해진다.
눈물을 꾹.. 참았다.
꼭.. 준상이가 보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내가 울면.. 그림 속의 준상이가 슬퍼할 것 같았으니까..

준상아..
이젠 안울께.. 정말이야.. 약속해..
나.. 매일마다 이렇게 널 볼 수 있는데 뭐..
준상아... 나.. 이렇게 아픈거.. 보기 싫지..?
준상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알았어.. 나.. 이제 아프지도 않을께..
열심히.. 참아볼께.. 그럴께.. 준상아..
********************************************
겨울연가사람들 녹차향 글방펌





댓글 '4'

미니토마토

2003.06.25 14:58:22

오늘따라 이노래가 더 애절하게 들리네요^^
아마도 비단향꽃무 ost곡으로 기억하는데...
유진이하고 준상이의 맘을 너무나 딱맞는 노래인것 같네요
소리샘님 감사해요^^*

소리샘

2003.06.25 21:34:53

네 맞아요 우승하의 "비가" 입니다
겨울연가 사람들에서 워낙 이 곡을 많이 들어서
친숙합니다 제 탄생화가 비단향꽃무 거든요

코스

2003.06.25 21:38:55

아~ 소리샘님 탄생화가 '비단향꽃무' 세요.
왠지...특별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꽃 이름이네요.
저도 이 노래를 즐겨들어서 친숙합니다.
오늘도 글 잘 읽고갑니당.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세용.^0^

달맞이꽃

2003.06.26 08:19:05

탄생화가 비단향꽃무시구나 ~~~
향이 아주 깊숙할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드라마보다 삽입곡이 마음에 많이 남는 그런 드라마였죠? 정말 유진이와 준상이에애절한 사랑에 한층 불을 짚이는군요 ..늘~~고마워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03 [피치대캡쳐] 다양한 표정의 지우님~~ 4탄........^^ [5] 운영자 현주 2003-06-26 3053
14502 레이디 경향 7월호 - 스물아홉 최지우의 "밥 퍼주는" 생일파티 [7] 운영자 현주 2003-06-26 3061
14501 지우 - 그래도 사랑하라 [4] sunny지우 2003-06-26 3085
14500 또 다른 작품속의 지우... [5] 코스 2003-06-26 3036
14499 대황하 [오카리나 연주곡]-노무라 소지로 - [1] 앨피네 2003-06-25 7893
14498 오마르 워싱턴의 글.. [2] 앨피네 2003-06-25 3208
14497 [펌]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던말... [2] 앨피네 2003-06-25 3081
» 준상이 없는 곳에서 유진이의 10년 [3] [4] 소리샘 2003-06-25 3038
14495 행복해지는 7가지비법 [4] 정아^^ 2003-06-25 3062
14494 To, 앤님께...... 마음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7] 운영자 현주 2003-06-25 3335
14493 SKYKBS 연출家사람들 동영상 [겨울연가 홈 펌] [4] 토마토 2003-06-25 3047
14492 [피치대캡쳐] 다양한 표정의 지우님~~3탄........^^ [6] 운영자 현주 2003-06-25 3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