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상이 없는 곳에서 유진이의 10년[2]

조회 수 3041 2003.06.24 12:15:42
소리샘
준상이가 없는 곳에서.. (2)


작성일: 2002/07/10 02:32
작성자: 녹차향(ippnii76)


유진아.. 아까 애들하고 얘기했는데..
우리끼리 준상이 장례식 치르기로 했어.. 호수에서..
... 어.. 그랬구나...

버스에 올랐다.
맨 뒷좌석..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이젠.. 우리 자리가 아니야...
그냥 아무자리에 앉았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례식... 준상이 장례식...

아빠가 땅에 묻히던 날이 떠오른다.
벌써.. 6년.. 전이구나..
아빠를 묻던 날도... 오늘처럼.. 추운 날이었는데..
아빠 혼자 산위에 두고 가야한다는게..
땅속이 너무 추울 것 같아서.. 너무 깜깜해서.. 아빠 혼자 무서울까봐..
안내려간다고.. 아빠랑 같이 있겠다고.. 한참을 떼쓰며 울었었지..
아저씨한테 안겨 내겨가면서도.. 얼마나 바둥거리며 울었는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빠한테 가겠다고 울어서.. 엄마 많이 속상하게 했었는데..

준상아.. 넌.. 지금 어디있니..
정말.. 너.. 죽은 거니..?
너도.. 우리 아빠처럼.. 어딘가에.. 묻히는 거니..?
이렇게 추운데.. 땅속도.. 얼음같이 차가울텐데..
너.. 괜찮은거야..? 춥지.. 않니..?

유진아..
어..?
다왔어.. 내리자..

호숫가..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 올라섰다.
딱딱딱...
돌맹이가 얼음위로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준상이가 돌맹이를 집어 호수위로 던지고 있다.
하하...
준상이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여기 안 얼었으면.. 멋있는거 보여줄텐데..
나.. 열번 넘게 튕길수 있다..? 저기.. 호수 끝까지 닿게 할 수 있어.
치.. 거짓말. 어떻게 저기까지 닿게 할 수 있니? 그게 말이돼?
진짜야.. 지금 호수가 얼어서 못 보여주는거야.
나중에.. 봄 되면 다시 오자. 그럼.. 그때 보여줄께..
너.. 진짜지..? 그때 못보여주면.. 알아서 해..?
진짜라니까? 하하..

봄 되면.. 얼음이 녹으면.. 다시 오자고 해놓고...
준상이 너.. 거짓말만 하구.. 보여준다고.. 그랬으면서..
다신 못올꺼면서.. 그러면서..

장례식이면.. 뭐라도 태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준상이가 남긴 게 하나도 없네..?
그럼 이거라도 태우자.
용국이가 가방에서 백지 몇장을 꺼낸다.
종이를 건네 받았다.
아무것도 써있지 않은.. 하얀 종이..
준상이 글씨체는 어땠을까..?
너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게.. 이렇게 없구나.. 정말.. 그러네..?

종이에 불을 붙여 날렸다.
부스러져 날리는 까만 재와 함께.. 내 마음도 부스러진다.
준상아... 잘가..

가슴은 터질 것 처럼.. 아픈데..
너무 아파서.. 숨을 쉴수가 없는데.. 눈물이 나질 않아..
목아래.. 돌덩이가 꽉 막고 있는것 같아..
답답해.. 너무 아파..

정유진 너.. 참 독하다.. 왜 울지도 않아?
준상이.. 너 만나러 가다가 사고 난거라며..! 흑...
채린이가 날 원망하며 울음을 터트린다..
그래.. 채린아..
준상이.. 나 때문에 죽었어.
나랑..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사고도 안났겠지..?
그럼.. 준상인.. 죽지도 않았을꺼야..
그래..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죽었어...

준상아..
너.. 지금 나 보고 있니..?
널.. 그렇게 만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내가.. 너무 밉지..?
다른 친구들처럼.. 울지도 못하는 내가... 바보같지..?
나도.. 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울어서라도.. 가슴이 덜 아팠으면 좋겠어.
그래서.. 숨이라도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니가.. 말 좀 해줄래..?
괜찮으니까.. 울어도 된다고.. 그렇게 말 좀 해줄래..?
나...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된거 같아서..
울 수가 없어..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어.. 준상아..

상혁이가 집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고마워.. 잘가. 상혁아..
유진아.. 난.. 차라리 네가 울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상혁아..
.. 잘가..

엄마는 주무시고 계시나보다.
살짝.. 방으로 들어왔다.
책상위에.. 작은 상자가 놓여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이 없다.
포장을 뜯었다.
테잎.. 이게 뭐지..?
카세트에 테잎을 꽂았다.
피아노 소리.. 처..음.. 이다..
준상아.. 네가.. 보낸거니..?
눈을 감았다.
음악실에서.. 나에게 피아노를 쳐주던 준상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너무 멋있어 보여.. 가슴이 뛰었던.. 준상이의 옆모습..
연주가 끝나고..
뒤이어 들리는.. 준상이의 목소리..

유진아..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행복해야해..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준상아...
목아래를 꽉막고 있던 게.. 빠져나간 듯..
그제서야 울음이 터진다.

준상아... 준상아...
나.. 이제 어떡하지..? 응..? 나.. 어떡해..
말 좀 해줘.. 나 어떻게 사니... 응..?
이제 널 다시는 못보는 거니..? 정말.. 그런거야..?
아직.. 너랑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데..
너한테.. 아직 하지 못한 말도 많은데..
너.. 나한테 약속했잖아.. 잊었니..?
벙어리 장갑도 돌려줘야하고.. 나한테.. 해줄 말 있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어떡하니.. 응..?
나.. 너한테.. 할 말 있단 말야..
좋아한다구... 사랑한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랬는데..

준상아...
너.. 듣고 있니..?
사랑해.. 준상아...
*****************************************
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글방펌



  









댓글 '3'

코스

2003.06.24 22:10:15

믿고 싶어 하지 않던 유진....
집에 돌아가서 준상의 테잎을 들으면서
가슴아프게 울던 유진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녹차향님의 글에서 그때의 모습들을 다시 상기시켜주는게 너무 좋습니다.
소리샘님...매일마다 녹차향님의 글을 기쁘게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는데 괞찮은지요?
비오는 날씨에도 기분 기분 좋은날들 되세요.^0^

2003.06.25 04:32:43

화창한 날씨인데도...
그 날의 추운 겨울 향기가 나는군요.
향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메여오던....
지나간 일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직까지도...마음이 찡하군요.

소리샘님 덕분에...하루 우울해지겠는걸요?
농담이구요...좋은하루 되세요.

달맞이꽃

2003.06.25 09:09:44

소리샘님 ..
비가 그친다고 하네요 .아직 하늘은 어둡지만 햇살이 보고싶군요 ..날씨도 어두운데 이 노래가 가슴을 또 저미게 합니다 ..사랑하는 주검앞에 애써 독하게 눈물 참던 유진에 모습이 아직도 내맘을 아프게 하는군요 ...잊지 않고 유진에 모습을 준상이에 기억을 매일 더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눈에서 멀어져도 그들에 대한 감동은 아직도 마음을 들뜨게 해요 ..무슨 조환지 모르지만 ...좋은날 함께하세요 ..녹차향님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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