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에(조금 지났을까?) 유진이 호주에서 무대에서 오른다는 것을 《스타지우》에 와서 알았습니다.
  진짜 요즘은 유진이 너무 익숙한 탓인지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하긴 그러니 본다고 마음먹은 戀歌 19부와 20부도 아직 보지 못한 것이겠죠.
  노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가 쓴 것을 옮겨 적은 건지, 아니면 제가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아름다움이란 처음 같지 않은 익숙함인가 보다...

     아주 오래 된 고향이 내게 아름다운 이유...
     늘 다니던 길이 내게 아름다운 이유...
     앞니가 빠진 채 내 앞에서 환히 웃는 친구가 내게 아름다운 이유...
     다 쓰러져 가는 시골 할머니댁 기와집이 내게 아름다운 이유...
     항상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내게 아름다운 이유...
     검게 손때 묻은 헌책이 내게 아름다운 이유...
     낡은 헌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아침 햇살이 내게 아름다운 이유...
     해 지는 저녁 무렵의 바다에서 보는 놀이 내게 아름다운 이유...
     별빛을 보며 잠자리에 누웠을 때 들려오는 시끄러운 버스 소리가 내게 아름다운 이유...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처음 같지 않은 익숙함인가 보다...

  우리는 하루라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수 없이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마음속에서 떠올립니다.
  아름다운 이를 보면서...
  싱그러운 봄내음을 흩날리는 한 송이 꽃을 보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며 어린 손자와 길을 걷는 칠순의 노인을 보면서...
  시장 한 구석에서 우렁찬 소리로 고기를 파는 아줌마와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어머니의 정감 어린 대화를 듣고 보면서...
  공원에서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의 티 없이 맑은 미소에서 희망을 보면서...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입니다.
  이제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익숙함이란 단어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정하 산문집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中에 나오는 구절이 지금 이 순간에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과 내가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에는 저절로 흐르는 길이 있다.
     물은 그저 그 길을 그 길을 따라 흘러갈 뿐이지
     자기의 뜻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격류 속을 순조롭게 헤엄쳐 가는 묘법임을 알자.
     역경을 굳이 피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갈 때 내 인생은 유유히 흘러갈 수 있다.
     물고기들은 잠을 잘 때 눈을 감지 않는다.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죽는다.
     그래서 산사 풍경의 추는 물고기 모양으로 되어 있다던가.
     늘 깨어 있으라고.
     나는 나뭇잎 떨어지듯 그렇게 죽음을 맞고 싶다.
     비통하고 무거운 모습이 아니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기실 제 할 일 다하고 나서
     미련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은 얼마나 여유로운가.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세상에 손 흔들며 작별하지 않는가.
     슬픔은 방황하는 우리 사랑의 한 형태였다.
     길을 잃고 헤매는 새
     새는, 하늘을 나는 새는 길이 없더라도 난다.
     길이 없으면 길이 되어 난다.
     어둠 속에서도 훨훨훨......,
     우리도 날자.
     길이 없어 걸을 수 없으면 날아서 가자.
     슬픔을 앞서, 이별보다 먼저 날아서 가자.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이란 시간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지금 비록 내가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인 것을.
     살아 있으므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 또한 가지게 됨을.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아아 지금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라.
     그 느낌에 감사하라.
     그대는 나에게로 와서 섬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내 마음 거센 파도로 출렁일 때마다 잠겨버릴 것 같은 섬.
     그리움으로 저만치 떠 있는.

  밤이 깊어지는데 제 허리는 또 말썽입니다.
  지난번에 한 번 아픈 뒤로는 계속 통증이 은은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다 디스크로 발전을 하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조금 좀 쉬었다가 일요일을 포함하여 이틀 간 읽은 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동물에 관한 책인데... 전 재미있게 읽었는데, 제 글을 읽어보실 분들은 또 모르겠습니다. 지루해하지나 않을지...
  그럼... 편한 밤 보내세요.


댓글 '4'

김문형

2002.04.22 23:21:33

토미님.허리 아픈거 그냥두시면 안돼요. 치료받으세요. 제가 처음에 조금씩 아펐는데 아이들 키우느라 무시했더니 결국 디스크가 되었어요. 허리 아픈건 참기 힘들거든요. 핫 백이라도 하심이 어떨지...

sunny지우

2002.04.22 23:33:45

오늘 따라 토미님의 글이 아름답군요. 맞아요 우리는 늘 익숙한것들에 대한 아름다움과 축복과 감사를 잊고 살아요. 늘 붕어 처럼 깨어서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감사를 알고 산다면 삶이 얼마나 여유롭고 풍성 할까요. 매일 매일이 행복할꺼얘요....토미님의 허리는 너무 앉아 계셔서 그런것 아닌가요? 주무실때 이렇게 해보세요. 반듯하게 눕고 무릎을 조금 세워서 주무시는 거얘요. 허리가 펴지면서 통증이 완화 될지 몰라요.무릎을 직각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옆모양이 삼각형처럼...

jwsarang

2002.04.23 00:29:22

살아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있기 때문에 아프고........ 지나간 시간이 어리석고 부끄럽게만 느껴질 때가 있었죠. 지금도 자신과 마주하기가 제일 어렵고요. 하지만 유재하의 지난날 이라는 노래처럼 문득문득 그립고 ,,, 그대로 그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지금도 매일 어리석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이제는 자신을 끌어안아주려고 노력하죠. 내가 내 아이들을 안아주듯이 그아이들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바로 지금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그걸 지켜주고 싶고 나 역시 스스로 부족하여도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수도 있으니.....토미님 때로 님의 글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마음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살아 있었던 느낌들을 일깨워주시네요. 허리 조심하시고 병원에 한번 가보시기를

토미

2002.04.23 07:16:04

김문형님, sunny지우님, jwsarang님의 말씀처럼 아무래도 병원에 다시 한 번 가 봐야겠습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도 통증이 옵니다. 참 그리고 sunny지우님의 말씀처럼 무릎을 세워서 누웠더니 좀 괜찮아졌습니다. 어제보다는 말입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봄내음 흠뻑 맡는 하루도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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