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新婦에게 바치는 건배...

조회 수 3220 2002.04.06 00:02:59
토미
  어느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몹쓸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죽음의 순간을 앞두고 아내는 남편에게 자기가 지금 말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지금까지 세 명의 남자를 사랑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명은 옆집 오빠였고, 또 한 명은 대학 선배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지금의 남편이라고...

  아내는 그 말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서럽게 울었습니다. 아내가 사랑했던 세 명의 남자가 모두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면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할지라도, 비록 그 날개 속에 숨어 있는 칼날이 그대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거든 그 날개에 온몸을 맡기십시오.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당신의 꿈을 모조리 흩어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이란 그대에게 기쁨의 환희를 주는 만큼 아픔도 함께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사랑은 그대를 성숙하게도 하지만 그대를 지치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대의 여린 가지를 어루만져주지만 때론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대기도 하니까요.

  '칼릴 지브란'의 <마음 깊은 곳에>中에 나오는 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와 닿는 글입니다.
  요즘 제가 봄을 심하게 앍고 있습니다. 괜히 우울해지고 힘이 듭니다.
  자꾸 이제는 잊어야 할 사람이 생각이 납니다.
  '상혁'처럼 저도 그 사람에게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요즘 같아서는 정신과 치료라도 받아보고 싶은 기분입니다.

  故 정채봉님이 일하시던 '샘터사'에서 출간한 책 중에 <노란 손수건 - 주머니 속의 샘터 명작>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고, 또 정말 나중에 그 사람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랬던 구절을 적어보겠습니다.

  신부新婦에게 바치는 건배

  만찬이 끝나자 시장이 일어나 샴페인 잔을 들어올려 헌배獻杯했다. "전 시민이 경애하고 존경하며 품위 있는 생활로써 모든 시민의 귀감이 되어온 두 분께서 만수무강하시고 무한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빌며!"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축배를 들었다. 시장은 계속 말했다. "이러한 경사스런 기회에 나는 언제나 결혼 50년째 되는 신랑으로 하여금 50년째 되는 신부에게 축배를 올리도록 권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할아버지는 겸연쩍은 듯 엉거주춤 일어섰다. 더듬더듬 안경을 주워 올리는 그의 손이 몹시 떨렸다. 할머니는 처음부터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 있었다. 얼굴은 몹시 창백했고 기도 드리는 사람처럼 눈을 내려 감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시장께서는 나더러 아내에게 축배를 올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축배를 그 아닌 다른 사람에게 올리더라도 과히 허물치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 나는 재빨리 할머니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할머니의 두 눈은 고통스럽게 감겨 있었다.

  "나는 평생 내 감정을 표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축배를 내가 아닌 내 아내의 부모와 내 부모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결합하게 된 것은 순전히 그들의 지혜 덕분이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속으로부터의 감사를, 나에게 가장 풍성하고 가장 행복하고...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상의 생활과 사랑, 진정 어린 사랑을 아낌없이 준 내 아내를 나에게 선사한 그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난처한 듯이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적당한 말을 찾아내려고 궁리하는 눈치더니 마침내 이 곤경으로부터 자기를 구출해 내주기를 애원하는 눈초리로 옆자리의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할머니가 얼굴을 쳐들었다. 그것은 연륜의 흔적이 없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이 광채를 발하는 얼굴...

  만찬회의 손님들은 그들 노부부에게 열렬한 갈채를 보냈다.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는 이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한 것이다.

  낮에 본 책이 있는데,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 있어 여기에 옮겨 적어봅니다.
  '베키 프리먼'이 쓴 <병아리 가슴에 용기를>中에 나오는 글입니다.

  암탉이 끌어안을 때 가슴은 당겨지고(프랜 캐피 샌딘)

  건조기의 문을 열고 세탁물을 꺼낼 때, 무언가 이상한 것이 툭 떨어졌다. 저 조그만 스웨터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 조그만 핑크색 옷감은 스폰지처럼 푹신푹신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오, 세상에, 이럴 수가!"

  나는 비명을 터뜨렸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옷에 관해서는 너무도 예민한 열세살 짜리 딸 앤지에게는 특별히 좋아하는 스웨터가 있었다. 다른 어떤 옷보다도 좋아하는 스웨터였다. 그 아이가 그 스웨터를 입을 때마다, 그녀의 친구들은 예쁘다고 칭찬을 퍼부어 주었고, 앤지가 그러한 상황을 즐거워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아이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그 스웨터를 입으려 한다는 것도 당연한 얘기였다.

  이제 그 모직 스웨터는 - 절대로 세탁기에 넣어서는 안 되는 그 스웨터는, 그 아이가 귀여워하는 동물 인형들 중의 하나인 스누피에게나 입히기에 적당한 사이즈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그리고 그 때는 정말 어떤 동물이 그 옷을 입고있는 것만 같은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를 생각하는 동안, 무릎에서는 너무 힘이 빠지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해 그대로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다. 앤지는 그 꼴이 된 스웨터를 보면 울음을 터뜨리고 말 것이다. 나는 다만 울음과 분노 중 어느 것이 먼저일지를 확신하지 못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 아이에게 내 입으로 먼저 얘기해주어야 될지, 혹은 그 아이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을 알아내도록 해두어야 좋을지를 생각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그 아이가 그 스웨터를 처음 입었을 때 좋아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며 미소지을 때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어쨌든, 나 이 암탉도 진심으로 나의 그런 태도가 딸의 분노를 삭혀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차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뒤를 이어 앤지가 주방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올 때, 깊은 숨을 쉬며 다음 상황에 대비했다.

  와! 이번에는 이렇게 물으면서도, 이미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집어들 태세였다. 변화무쌍한 그 아이의 기분은 하늘에 떠오른 상태였다. 초콜릿 과자를 우물거리며, 코앞에 닥쳐온 게임과 그 다음의 파티 계획에 대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주 대단한 육감이 떠오른 듯한 태도로 변했다.

  "엄마"

  그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 밤 파티 때 더그가 자기 옆에 앉아달라고 부탁할지도 몰라. 그렇다면 오늘도 그 핑크색 스웨터를 입어야만 되겠는데. 내 옷들 중에서는 그 스웨터가 제일 잘 어울리잖아요."

  섬광이라는 얘기는 들어보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그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나는 잡지 한 권을 집어들고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앤지."

  나는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조그만 사고가 발생했다."

  다용도실로 들어가 그 비극의 잔해를 들고 나오는 나는 벼락을 피할 곳을 찾으며, 조용히 기도했다.

  "오, 하느님, 우리 두 사람 모두를 도와주십시오."

  깨달음이 첫 번째 폭발의 방아쇠를 당겨주었다. 앤지는 내 손에서 냄비 받침 크기로 변한 그 옷을 빼앗아들고, 험악하게 이그러진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탄식을 터뜨렸다.

  "세상에!"

  순간적인 정적이 흐른 다음, 평소 앨토이던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날카로운 소프라노의 소리로 변했다.

  "엄마- 내 스웨터를 어떻게 한 거예요?"
  "미안하구나, 앤지."

  내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실수로 이 스웨터를 수건더미에 넣었었어. 모직 스웨터는 드라이클리닝을 해야만 되는 데 말이다. 엄마를 용서해라. 새 스웨터를 사줄 테니까."
  "엄마- 어떻게 내 스웨터를 이렇게 해놓을 수 있어요!"

  그녀는 울부짖었고, 이제 우리 두 사람 모두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그 심각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보려고, 유모 감각을 발휘하기로 결심했다.

  "앤지."

  나는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네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네가 귀여워하는 스누피에게 이 스웨터를 입히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니?"
  "엄마-"

  그 아이는 흐느꼈다.

  "어떻게 지금 같은 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정말 미안하구나."

  내가 사과했다.

  "엄마들은 가끔 나처럼 괴상하게 구는 법이란다."

  이 정도면 확실히 엄마들의 어이없는 실수들을 모아놓은 기네스 북의 1위 자리에 오를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나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재빨리 그 자리를 피했다.

  위의 글과 '상처 입은 나약한 영혼을 위한 따뜻하고 겸손한 이야기'라는 광고문구廣告文句을 달고 있는 이 책을 잠깐 소개하자면...

  이 책은 신앙을 지닌 중년여성들의 소소한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된 이야기는 곤란한 상황과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것으로, 여기에는 총 5명의 필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친근한 이웃 동료이자, 믿음직스런 신앙의 동반자로서 크게 5가지 소주제(가족 관계, 우정, 기념할만한 날, 위기에 부딪혔을 때, 하나님께 다가가는 방법)로 나누어 각각 6편의 원고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소재를 취해 아주 나쁜 상황에서 어떻게 행복한 결말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를 잔잔하게 전해주는 식입니다.

  우연히 쇼핑센터에서 칼라풀한 변기를 구입했다가 도리어 물벼락을 맞게 되는 우발적인 상황에서부터 미식 축구선수로 활동하던 아들이 부상당한 후로도 계속 운동하기를 고집했을 때의 난처한 심정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사건을 골고루 다루고 있는 글들은 서술방식에 있어서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자신들(결혼한 중년 여성)을 '암탉'이라 부르고 남편은 '수탉', 자식들은 '병아리'라는 애칭으로 부른다는 것. 당연히 집안을 일컫을 때는 '닭장'이란 말이 사용됩니다. 처음에는 이 점이 조금 생소하겠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면 애교 있는 별칭으로, 한편으로는 동물적인 가족애가 물씬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서 편안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둘째,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말미에 성경말씀이나, 재미있는 제안(예를 들면 '수탉을 격려해 줍시다 ; 남편에게 힘을 주는 열 가지 방법, 아이들을 위한 브라우니 만드는 법' 등)을 수록하여 글 사이사이에 읽을 거리를 따로 배치했다는 점이입니다.

  셋째, 엄마들이 느끼는 풍부하고 다양한 생활경험이 글 밑에 깔려있어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은 5명의 필자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따스하고 다정한 느낌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책의 장정章程도 들고 다니기에 알맞은 크기인데다가, 종이의 재질이 매우 부드러워 책장을 넘기는 소리나 그 느낌이 다른 책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특히 '스타지우'에는 어머니들이 많은데, 한 번 읽어보면 좋으실 거 같아서요.
  저도 모직 스웨터를 세탁기에 넣었다가, 아직도 절 볼 때마다 "아빠" "아빠"라고 부르는 조카가 입는 옷 사이즈로 만든 적이 몇 번 있거든요.

  일주일이 지나 벌써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거 같습니다.
  이 빨리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가끔은 '삶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의 삶이란 결국
     부단히 나에 이르는 길 외의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보다 나에게 성실하게, 보다 진정한 실존으로서 존재하고 싶다.
     나와 내 죽음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모색하고 싶다.
     언제나 언제나 너 자신이어야 한다.
     아무 앞에서도, 어디에서도...
     과감할 것, 견딜 것, 그리고 참 나와 참 인간 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할 것을 계속 할 것,
     가장 사소한 일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기 성실을 지킬 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 있을 것...

     -전혜린의 1961年 1月 1日 일기中에서

  밤 공기가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댓글 '3'

sunny지우

2002.04.06 02:44:49

토미님 ! 결혼도 않하셨느데 ...중년 여성들에 대해서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간접 경험 이신가봐요. 토미님도 마음에 기도하고 하고 계신 그런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시길....

세실

2002.04.06 08:54:44

호호 우리집은 애아빠가 모직쉐타를 즐겨입는데...한번씩 줄어들면 그건 내 차지랍니다. 토미님 너무 책만 읽지마시고 야외로 한번 나가보세요.

님사랑♡

2002.04.06 11:16:10

오늘글들 유난히 맘에 닺읍니다. 내가사랑하는 남편,아이들 사랑한다고 이야기 많이 많이 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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