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새벽입니다...

조회 수 3019 2002.04.05 05:06:48
토미
  그런 누나가 고향을 떠나 돈벌이를 하다가 병이 더 깊어져 돌아왔을 때 누나의 모습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어. 이승에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훌쩍 세상을 떠날 것만 같았던 그 얼굴....
  지금 생각해도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애. - 소설가 구효서가 누나에게

  사내녀석이, 그것도 종갓집 종손이었던 제가 부엌엘 들락거린다고 아버지께 꾸지람 참 많이 들었지요. 그리고 전 그런 엄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참 부지런히도 부엌에 드나들었구요.
  저도 참 어지간했어요....
  저 세상으로 가신 지 칠 년, 이제 모두 다 옛일이지만 아버지께서 그렇게 반대하시던 두 가지 음식 만드는 것과 연극, 이 두 가지를 하면서 지금 저는 살고 있답니다. - 연극인 이정섭이 아버지에게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하루라도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세상사世上事 가장 억울한 일 한 가지를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고 하신 형님, 지금 그 보고 싶던 엄마를 만나 엄마 품에 안겨 젖가슴을 만지고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가장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고 계시겠지요. - 시인 정호승이 고 정채봉 영전에

  만일 어떤 선사께서 날더러 이 바닷가에 온 뜻을 말해보라면 저는 저 우두커니 서 있는 바위섬을 가리키고 싶습니다. 저 바위섬에 파도결이 내 놓은 수많은 상흔처럼 저 또한 세파에 부딪히면서 그리고 더러는 자해에 의해 빗금져 있는 마음의 상처를 물에 적시고 싶어 왔노라고요. - 동화작가 정채봉이 법정스님에게

  우리 아버진 여전히 멋지셨어요.
  단아한 체구에 빈틈없이 모양을 내시고 윗도리 주머니엔 언제나 깨끗한 손수건이 잘 어울리게 꽂혀 있곤 했죠. 다정하고 따뜻하고 그렇게 예의 깍듯한 우리 아버지가 엄마에겐 왜 그렇게 매정하셨는지.....
  결국 아버진 일본 마마랑 팔십 노인이 되어 힘도 다 빠지고 기개도 다 없어져서 저희들 곁에 돌아오셨어요.... -손숙이 아버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에 있는 구절을 적어보았습니다.
  요즘은 다른 이들이 쓴 편지글을 읽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정말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령, 예를 든다면 제 이름으로 된 책冊을 써 보는 것 같은 일 말입니다.
  그런데 항상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주위에 저를 지켜보는 이들이요. 가족, 친구, 그리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사람...
  글 쓰는 작업이 어떠한 작업인지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이 걸립니다.

  <칼릴 지브란의 러브레터 -원제: Love Letters>를 읽다가, 예전에 제가 그 사람에게 썼던 연서戀書와 비슷한 편지글을 발견하였습니다.

  뉴욕, 1924년 2월 26일

  오늘은 대단한 눈보라가 불고 있어요. 마리, 당신은 제가 바람 부는 날씨라면 모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지요. 그 가운데 특별히 눈보라를 좋아한답니다. 저는 눈을 좋아하고, 그 순백을 사랑하며, 눈이 내릴 때의 깊은 적막을 사랑하지요. 머나먼 미지의 계곡의 심장에 내리는 눈송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다 이내 녹아서 그 노래가 강물이 되어 흐르는, 그런 눈을 사랑하지요.

  저는 눈과 불꽃을 사랑합니다. 그 둘 모두 같은 근원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이 더 강한 사랑, 더 넒고 더 숭고함에 대한 준비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들어 보세요.

     마이, 오늘 우리는 그대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대 안에서 우리는 생을 축하합니다.

  이 아랍어 구절이 어느 미국 시인에게 최근 받은 시구절詩句節과 얼마나 다른지 보십시오.

     그대의 영예와 보상은
     그대를 웃음거리로 만들 것이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끝을 맞기 전에 이런 영예와 보상을 받게 될까 걱정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생일'이야기로 돌아갑시다. 내 사랑하는 이가 태어난 날이 일 년 중 어느 때인지 알고 싶습니다. 정녕 알고 싶습니다. 저는 생일과 생일 축하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리의 생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그대는 "매일이 제 생일이예요, 지브란"이라고 말씀하시겠지요. 그러면 저는 "그래요, 그러면 저는 매일 그대의 생일을 축하하지요. 하지만 매년 한 번씩 오는 특별한 생일이 틀림없이 있을 터인데요"라고 대꾸할 겁니다.

  수염이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런데 이 수염을 남의 손에 내맡기는 일이야말로 국제적인 중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수염은 저의 생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제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수염은 저 아닌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수염에 손도 면도칼도 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수염을 차지하겠다는 사람에게 책임을 떠맡기렵니다. 이 수염을 구하는 이에게 신의 축복이 있을진저. 그대는 지각이 뛰어난 분이니, 수염 모양에 대한 예술적인 내용은 묻지 않으실 테지요...

  나의 사랑하는 이여. 즐거운 재잘거림이 우리를 어떻게 이 생의 성소로 이끌어 왔는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아랍어) '라피콰(동반자)'란 말이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저는 일어서서 '동반자'를 찾는 듯이 방안을 오락가락했습니다.

  가끔 어떤 말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묘한지요. 그 말을 발음하는 소리가 마치 황혼녘에 울려 퍼지는 교회 종소리 같지 않은가요? 그 한 마디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자아를 단순한 중얼댐에서 침묵으로, 단순한 행위가 경배로 변하게 합니다.

  그대는 사랑이 두렵다고 말씀하시지요. 왜 그러합니까, 나의 사랑하는 이여? 그대는 태양 빛이 두려우신가요? 그대는 바다의 밀물, 썰물이 두려우십니까? 동이 트는 것이 두려운가요? 봄이 오는 것이 두렵습니까? 그대가 어째서 사랑을 두려워하는지 궁금합니다.

  저열한 사랑이 저를 기쁘게 하지 못하듯, 저열한 사랑이 그대를 기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대와 저는 가린스러운 영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많이 원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원합니다. 우리는 완벽을 원합니다.

  마리, 말씀드리건대 이런 우리의 갈망에는 성취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의 의지가 신의 그림자 중 하나라면, 우리는 당연히 신이 우리에게 주신 빛줄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오, 마리, 사랑을 겁내지 마십시오. 내 마음의 벗이여, 사랑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길에 고통과 격리와 갈망이 생겨난다 해도, 그 모든 당혹감과 난감함이 생겨난다 해도 우리는 사랑에 굴복해야 합니다.

  잘 들어요, 마리. 오늘 저는 욕망이라는 감옥에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욕망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오래된 생각, 계절만큼이나 생긴 지 오래된 생각의 쇠사슬에 묶여 있습니다. 그대 잠시만 제 감옥에 함께 있어 주시겠습니까?

  결국 우리는 햇빛 속으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그대, 족쇄가 사라지고 우리가 자유롭게 우리의 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제 곁에 서 계시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더 가까이 다가오십시오. 그대의 어여쁜 이마를 제게 가까이 대십시오. 이렇게, 이렇게. 신의 축복이 그대에게 임하시길. 내 마음의 사랑스런 동반자인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지브란

  오래 전 제가 지쳐있을 때 편지 한 통과 같이 아버님이 저에게 선물하여 주신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얘야, 사는 건 이런 거란다>입니다.
  글을 줄이며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을 적어봅니다.
  저도 날이 밝으면 집 근처 뒷산에 회화나무를 심으러 가야겠습니다.
  그럼... 식구들과 좋은 시간 가지는 식목일植木日 되세요.

  집수리를 하려면 적어도 세 번은 철물점에 갔다와야 한다. - 연장, 목공, 그리고 수리

  집은 가볍게, 여행도 가볍게. - 옷차림

  나쁜 소식은 사실이건, 거짓이건 같은 속도, 보통은 빠른 속도로 퍼진다. 나쁜 뉴스를 접하고 행동하기 전에 소식이 가라앉도록 기다리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 인생

  일이 꼬일 때는 더더욱, 항상 얼굴을 내밀도록 노력해라. 허물을 놓고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네가 그 자리에 없으면, 결국 네 잘못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니까.

  화를 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일, 둘째,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일. 해결하거나 잊는 것 가운데서 택해라.

  죽음은 죽어 가는 사람의 벗이다.

  최악의 인간이 최상의 열매를 얻을 때가 있는 것이 세상살이의 진실이다. 공평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다.

  남이 가진 것을 시기해봤자 결코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냥 웃기려고 바보짓을 하지는 마라.

  천국과 지옥 양쪽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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