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적어보았습니다...

조회 수 3122 2002.04.04 02:06:46
토미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어떤 아름다운 음악가, 한 마리 우아한 말, 어떤 장엄한 풍경, 심지어 지옥처럼 웅장한 공포 앞에서 완전히 손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그와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정은 함께 예찬하는 가운데서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한계, 모자람, 왜소함은 눈앞으로 밀어닥치는 숭고함 속에서 치유될 수 있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말했듯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신에 대한 우리의 불경을 위로해준다...

  우리의 하찮음은 성서를 읽는 가운데 사라지고 우리의 외설스러움은 바티칸 궁전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몸들을 보면 육체적 사랑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폴 발레리의 노트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빛나는 지성으로 바꿔놓는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산문작가인 '미셸 투르니에'가 쓴 <예찬禮讚>中에 있는 구절입니다.
  너무나 나약한 인간으로서 예의나 우정에 상처받은 마음이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라는 한마디에 위로를 받습니다.
  너무나 큰 위로를 받습니다.

  도로시 헌트의 <마더 데레사 일일묵상집-사랑은 철따라 열매를 맺나니>中에 나오는 구절에도 위로를 받습니다.

     사람은 침묵이 필요합니다.
     혼자 있든지 여럿이 있든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찾으십시오.
     우리의 행동과 작은 임무와 신상에 일어나는
     혹독한 곤경에 소비되는 내면적 힘을 축적하는 것은
     바로 침묵 속에서입니다.
     침묵은 천지창조보다 먼저 와서
     온 하늘을 말없이 덮었습니다.

  침묵에 대한 명언은 대단히 많습니다. 침묵이 그만큼 값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나 그 침묵이 왜 필요한지를 압축한 완전한 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요 근래 몇 일은 데레사 수녀의 말에서 침묵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습니다. 침묵도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것을. 자기와 모든 사물에 대한 그윽한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사랑과 침묵... 하니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독일 작가 '막스 피카르트'가 쓴 산문집 <침묵의 세계 -원제: Die Welt des Schweigens>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랑 속에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더 많이 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 속에서 나왔다. 그 바다는 침묵이다. 아프로디테는 또한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 달은 그 금실의 그물을 지상으로 내려뜨려 밤의 침묵을 잡아 올린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침묵을 증가시킨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가운데에서는 침묵이 커져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은 다만 침묵이 귀로 들릴 수 있도록 이바지할 뿐이다. 말함으로써 침묵을 증가시키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현상들도 모두가 침묵으로 먹고살며 침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런데 사랑만은 침묵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다.

  연인들은 두 사람의 공모자, 침묵의 공모자들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연인에게 말할 때 그 연인은 그 말보다는 침묵에 귀 기울인다. 그 연인은 "침묵하셔요"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보인다. "침묵해요, 내가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이라고.

  침묵 속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어 병조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서 빠져 나와 있다. 아무 일도 아직 생기지 않았으나, 모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미래에 있을 일이 이미 거기 존재해 있고,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은, 말하자면, 어떤 영원한 현재 속에 존재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은 정지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예견의 힘과 밝은 통찰력은 사랑 속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일상적인 활동의 흐름은 그 어느 것보다도 사랑에 의해서 더 많이 중단된다. 세계는 그 어느 것보다도 사랑에 의해서 더 많이 소음으로부터 침묵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사랑이 지니고 있는 침묵에 의해서 말은 말 - 기계장치에서 탈출하여 자신의 근원으로, 침묵 속으로 인도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에라도 충만된 침묵으로부터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그 태초의 상태 가까이에 있다.

  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사랑에 의해서 "파생된 현상"(괴테)의 세계로부터 풀려나서 원현상(原現像)에로 인도된다. 사랑 그 자체는 하나의 원현상이며 그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원현상의 세계, 말하자면, 움직여지는 것보다는 현존재가 더, 설명보다는 상징이 더, 말보다는 침묵이 더 잘 통하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랑의 수줍음은 원초성과 태초성의 수줍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태초성으로부터 세속적 활동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수줍음이 있다. 한 인간이 사랑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변화는 그 원현상이 인간을 하나의 새로운 시작 앞에 세워놓는 데에서 생기며 인간이 사랑으로부터 얻는 힘은 사랑이 원현상으로서 지니고 있는 힘으로부터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환히 빛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투명하다. 사랑의 원형상(原形象)이 그들의 얼굴을 통해서 환히 빛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들의 얼굴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떠 있는 듯하다. 원형상 위에 떠 있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신비로움은 원형상 가까이에 있음으로써 생긴다. 한 사랑 속에 원형상의 성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랑은 더욱더 굳건하고 지속적인 것이 된다. 확실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안하다. 그것은 현상으로 실재화되기를 두려워하는 원형상의 불안이다. 외부로 드러나면, 현상으로 나타나면 원형상은 떨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상은 현상에, 실재화에 이르기를 동경한다. 그리고 사랑만큼 그렇게 감히 현상 속으로, 외부 세계 속으로 나타나려고 하는 원형상은 없으며 또한 어떠한 현상 속에서도 어떠한 현실태 속에서도 원형상을 사랑 속에서만큼 분명하게 볼 수는 없다. 원형상과 현상이 사랑 속에서처럼 그렇게 가까이 병존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사랑에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다고 우리는 말했다. 이 사랑의 침묵의 충만함은 죽음의 침묵에까지 건너간다. 사랑과 죽음은 서로 하나를 이루고 있다. 사랑 속에 있는 모든 생각과 행위는 침묵에 의해서 이미 죽음으로까지 뻗어 있다. 그러나 사랑의 기적은 죽음이 있을 수 있는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다. 그리고 "사랑은 말할 때보다 침묵할 때 비할 데 없이 더 쉽다. 말을 찾는 것은 마음의 감동을 크게 해친다. 보다 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잃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랑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 그 손실은 큰 것이다."(브레몽의 <신비주의와 시> 중에서 인용된 하몬의 말)

  그러므로 물론 침묵할 때에 사랑하기가 훨씬 더 쉽다. 침묵하면서 사랑하기가 더 쉬운 것은 침묵 속에서는 사랑이 가장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침묵 속에는 또한 위험도 있다. 가장 멀리까지 이르는 그 공간은 감독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사랑에 적합하지 않은 것까지도.

  비로소 사랑을 한계 지어주고 분명하게 해주며, 사랑에게 사랑에 적합한 것만을 주는 것은 말이다. 사랑은 말을 통해서 이윽고 구체적인 것이 되며, 말을 통해서 이윽고 진리 위에 서게 되며, 말을 통해서, 오직 말을 통해서만 사랑은 인간의 사랑이 된다.

  "사랑은 단순한 하나의 샘물과 같다. 그 단순한 샘물이 그 둘레에서 꽃들이 자라나는 자갈 바닥을 뒤로 하고 이제 하나 하나의 물결과 함께 냇물로서 혹은 강물로서 자신의 성질과 모습을 변화시켜가다가 마침내 끝이 없는 대양 속으로 흘러 든다. 그 대양은 미성숙한 정신을 가진 자에게는 참으로 단조롭게 보이지만, 위대한 영혼은 그 해안에서 끝없는 명상에 잠긴다."(발자크)

  자꾸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기운도 빠지고 말입니다.
  잠이 모자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창문 밖으로 보는 하늘에 별이 안 보입니다.
  아침에 비가 오려나...
  그럼... 편안한 밤 되세요.


댓글 '1'

정아^^

2002.04.04 09:54:36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가요? 사랑하는것...... 그것은 저에게 남아있는 숙제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요~ ^^ 진정한 사랑... 언제쯤 할 수 있을까? ㅋㅋ 토미님두 요새 잠을 잘 못주무시나바여~~ 건강에 안좋은데... 저두 요새 푸석푸석해진 얼굴에 부은눈... 난리두 아니랍니다. 오늘하루는 평온한 맘 가운데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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