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TV리포트 (엠파스) 왕자님이 되는 일곱가지 단계  


..  왕자님이 되는 일곱가지 단계

요즘 TV에는 다시한번 트랜디 드라마의 바람이 불고 있다. KBS '겨울연가‘는 철옹성처럼만 느껴졌던 SBS ’여인천하‘를 드디어 앞지르기 시작했고,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MBC '그 햇살이 나에게’와 SBS ‘지금은 연애중’은 몇 %차이를 유지하며 KBS '명성황후‘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내내 사극에 밀려있던 트랜디 드라마가 꽤 오래간만에 3개 공중파 방송사에서 모두 주력 드라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트랜디 드라마를 이끄는 것은 스타 캐스팅을 기본으로한 남녀 주연배우들이다. 그리고 그 전반적인 구성은 스토리를 끌어가는 여성 캐릭터와 그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멋진 ’왕자님‘들로 이루어진다. 여성 주인공이 드라마의 기반을 만든다면, 남성 캐릭터들은 ’시청률‘을 보장한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이번주에는 트랜디 드라마들속에서 ’왕자님‘이라 부를 수 있을만큼 멋지게 설정되어 있는 남성 캐릭터들의 특징들에 대해서 다뤄보았다.


1. 최고의 캐스팅?

겨울연가 : 배용준 그 햇살이 나에게 : 류시원 지금은 연애중 : 소지섭

→ 트랜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아무나 못한다. 호흡이 짧은 드라마의 특성상 일단 톱스타, 특히 남성 톱스타가 있어야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무명배우의 캐스팅이 성공한 경우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가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남성 톱스타들의 잇단 영화진출은 드라마에 톱스타들을 출연시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류시원이 몇 년째 ‘왕자님’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가 크다. 그런점에서 작품선택에 신중을 기하며 여전히 신비감을 유지하고 있는 배용준의 캐스팅은 100점만점을 받을만하다. ‘겨울연가’의 치솟는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반대로 현실성을 내세운 ‘지금은 연애중’은 이들보다 지명도에서 떨어지는 소지섭을 선택, 아예 왕자의 ‘격’을 한단계 낮췄다.


2. 그래서 특별할 수 밖에 없다.

겨울연가 : 고교생이 대학생의 어려운 수학문제를 단번에 푼다. 그 햇살이 나에게 : 싸움까지 잘하는 변호사 지금은 연애중 :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에 소년체전에서 메달을 따기도 한 수영선수.

→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해도 여자 주인공이 사랑할 정도의 남자는 확실히 ‘괜찮은’ 구석이 있어야 한다. 집안 배경으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지금은 연애중’의 규인도 최소한(?) 공부 잘하고 몸매 좋고 운동까지 잘하는 정도(-_-;;;)는 된다. 또한 류시원은 대형 쇼핑채널의 법무팀장으로 있으면서 동시에 조폭들을 싸워 이길 정도로 뛰어난 싸움 실력까지 가지고 있다.

그럼 배용준은?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고, 과기고를 다녔으며, 피아노와 체육 양쪽에서 뛰어난 고교시절을 보냈다. 준상이 아닌 민형 역시 대기업 오너와 친척이면서 파리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난 설계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타등등 덧붙이면 수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3. 하지만 남모르는 아픔이 있다.

겨울연가 : 아버지가 ‘호적상’ 없음 그 햇살이 나에게 : 사귀는 여자로부터 경제적 지원받음. 지금은 연애중 : 아버지가 실제로 없음

→ 너무 잘나기만 하면 여자가 들어올 틈이 없는 법! 이들은 꼭 한가지씩 가슴속에 상처가 있어 오히려 여성 캐릭터들을 더 강하게 끌어들인다. ‘겨울연가’의 준상은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가 유진(최지우)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친해지는 계기가 되고, 동시에 유진으로하여금 준상을 더욱 보호하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그리고 동석은 집안사정이 안좋은 탓에 사법고시를 준비할때부터 준희(유선)집안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고마워하면서도 준희에게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동석이 준희 대신 연우를 바라보게 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그리고 ‘지금은 연애중’에서의 규인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오히려 그만큼 또래들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그러한 점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4. 늘 먼저 찜하는 예쁘고 능력좋은 여자가 있다.

겨울연가 : 빼어난 미모에 파리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자신의 부띠끄를 차림. 그 햇살이 나에게 : 대기업 오너의 딸이자 회사의 이사. 지금은 연애중 : 고교시절부터 유명한 퀸카에 현재 유망 받는 모델.

→ 생각해보라. 얼굴, 몸매, 두뇌, 그리고 기타등등...을 갖춘 남자를 어떤 여자가 그냥 두겠는가? 오히려 여주인공들은 꼭 늦게 그 남자들의 진가를 알아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눈치없는 여자들에 가깝다. ‘지금은 연애중’에서는 호정보다 앞서 차희(최윤영)가 미리 규인에게 접근했었고, ‘겨울연가’에서는 채린(박솔미)이 먼저 준상과 사귀기로 결심한다.

연우(김소연)가 동석과 만나기도 전부터 ‘돈과 사랑’을 모두 쏟아부었던 준희는 더욱더 그렇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은 묘하게도 여 주인공들보다 어떤 면에서건 앞서는 부분들이 있다. 준희-연우나 차희-호정의 관계는 물론이고, ‘겨울연가’의 채린-유진관계에서도 채린이 결코 빠진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설정상으로는 채린이 예쁘기도 한데다가 적극적이며, 파리에서 공부해 자신의 부띠끄를 차릴 정도로 능력도 있다.


5. 하지만 정말로 사랑하게 되는 여자는 따로 있다 .

겨울연가 : 처음에는 온갖 오해로 티격태격하던 같은반 친구. 그 햇살이 나에게 :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돈 없고 부모도 불분명한 꽤 어린 여성. 지금은 연애중 : 조금 맹한데다가 오랫동안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었던 처자.

→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이런 갖출 것 다 갖춘 왕자님들은 자신을 먼저 찜한 괜찮은 여성들을 놔두고 꼭 겉보기에는 ‘평범한’ 여성들을 사랑하게 된다. 특히 자신에게 헌신적이기까지한 여성을 놔두고 몇번의 ‘기막힌’ 우연과 몇번의 대화로 사랑에 빠지는 동석과 연우의 관계는 그중에서도 압권. 또 ‘지금은 연애중’의 호정역시 차희에 비해서는 괜찮은 것 하나없고, 게다가 규인에게 관심은커녕 다른 남자를 사귀느라 바빴다. 그나마 고교시절에도 나름대로 공부잘하고 채린과 라이벌관계를 형성했던 유진이 나은 편이라고 해야할까. 어쨌건, 그들은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가 진행되니까.


6. 그런데 알고보니 그 여자들은 정말 괜찮은 여자들이었다.

겨울연가 :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수함, 설계가로서의 뛰어난 재능 그 햇살이 나에게 : 천재적인 상술, 알고보니 대기업 오너의 숨겨진 딸.... 지금은 연애중 : 점점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하는 당찬 여성

→ 하지만 드라마는 이들을 그저 왕자님과 ‘평민여성’의 사랑으로 놔두지는 않는다. 그러면 시청자들도 섭섭해하고, 시청자들이 평범한 여성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기 힘들다. ‘그 햇살이 나에게’처럼 아예 ‘알고보니 공주’식의 설정은 넘어간다 치더라도, 유진역시 한 남자를 잊지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이 남성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만 한데다가, 직업적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같은 일을 하는 민형과 더욱 어울린다. 또 호정역시 처음에는 맹하고 남자에게 희생만 할것같은 캐릭터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노력에 의해 점점 당차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여성으로 변해간다. 왕자님들은 스스로 멋질뿐만 아니라 여성의 감춰진 장점을 보는데도 탁월한 눈이 있다.


7. 그리고......... 시청률.

겨울연가 : ‘여인천하’의 시대는 갔다! 이제부터는 ‘용준천하’의 시대다! 그 햇살이 나에게 : 어쨌건 시청률은 앞선다! 지금은 연애중 : 지금은 노력중!

→ 자, 그렇게 톱스타를 캐스팅하고, 환상적인 배경과 능력을 만든 뒤, 뭇 여성들의 추파를 받다가 알고보면 매우 괜찮은 여성과 커플이 되기도 했다. 그럼 왕자님으로 부족한게 없을까? 물론 있다. 아무리 작품속에서 왕자님이라 해도 인기 없는 프로그램의 왕자님은 오히려 냉소의 대상이 되곤 한다. 왕자님이면 왕자님답게 시청률도 화려하게 빛나야 멋지게 보이는 법. 그런 면에서 7회만에 ‘여인천하’의 시청률을 앞지른 ‘겨울연가’의 배용준은 지금 기쁨의 웃음을 참기 힘들 듯 싶다. 벌써부터 배용준을 모델로 하고 있는 CF가 서서히 등장하는걸 보면 ‘겨울연가’ 뒤에는 ‘이영애월드’ 못지않은 ‘배용준월드’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반면 ‘그 햇살이 나에게’는 시청률은 ‘지금은 연애중’에 비해 높지만 ‘비밀’이 그랬듯 그것이 류시원의 스타성을 지금보다 특별히 높인다거나 하지는 않을 듯 싶다. 또한 세 드라마중 가장 열세인 ‘지금은 연애중’의 소지섭 역시 특별한 주가상승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시청률이 크게 부진한 것도 아니고, 배용준과 류시원처럼 성공에 많은 부담이 따르는 ‘왕자님’ 캐릭터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을 일도 별로 없을 듯. 그의 입장에서는 이 다음작품으로 출연할 ‘유리구두’를 더욱 기대해야할 듯 싶다. 드라마속의 ‘왕자님’은 자기 성 안에서는 무적이지만, 평민(?) 시청자들의 평가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말만 ‘보통사람’들인 어떤 집단보다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젠터 통신원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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