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6...

조회 수 3271 2002.02.20 23:32:07
토미
  점심에 레코드 매장에 갔다가 오랫동안 마음에만 가지고 있던 베토벤의 CD를 샀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된 뒤로는 의식적으로 클래식을 멀리 하였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즐겨 듣던 음악가들의 작품은 더욱 더... 멀리 하였습니다.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면서 읽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나를 아는 지혜'중에 한 부분을 적어봅니다.

      겸손은 그대를 더욱 크게 보이도록 만든다.
      현명한 사람은 학문의 깊이가 깊을수록 자신을 낮춘다.

      그대의 마음속에는 적지 않은 허영심이 깃들어 있다.
      자신의 가치는 항상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는 아무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최소한의 가치만 인정한다.

      하지만 그대는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을 과대평가過大評價하는 것은 병 속에 담아 놓은 포도주보다
      더 많은 양의 포도주를 억지로 꺼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몹시 어리석고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 비슷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때,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사람이 자신을 높이는 건방진 사람보다
      더욱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겸손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올바른 자기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성장의 출발점이다.

  낮에 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환희의 송가'를 듣고 있으니 '불멸의 연인'이 떠오릅니다.
  베토벤이 말한 불멸의 연인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는 자신의 동생의 부인夫人인 '조안나'로 나오지만 실제는 누구였을까?...

  한동안 이 영화를 보고서 베토벤이 평생을 두고 사랑한 불멸의 연인이 누구였을까?... 하는 의문으로 도서관을 뒤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책이 이 책입니다.

    [베토벤 평전과 작품](이순열 著 현음사 刊)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복사한 베토벤의 연서戀書 3통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보시겠습니까?

  불멸의 여인에게 7월 6일
  아침 나의 천사, 나의 전부, 나의 분신이여.
  오늘은 몇 마디만, 그것도 (그대의) 연필로..........
  겨우 내일쯤에는 거처居處가 정해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건 정말 공연한 시간의 낭비입니다!..........
  숙명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깊은 고뇌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우리들의 사랑은 희생과 단념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도 없을 것인지..........
  그대가 나만의 존재가 아니고 내가 그대만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영영 변치 않을 것인지.........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당면한 문제를 생각해 보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며, 나는 그대를, 그대는 나를 위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한 마음 한 뜻으로 될 수만 있었던들 나도 그리고 그대도 이렇게 괴로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여행은 지긋지긋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저께 아침 4시에야 겨우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말을 구할 수가 없어 합승 우편마차를 탔는데 그것은 엉뚱한 코스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얼마나 험했는지.......
  종점이 가까웠을 때, 사람들은 길이 험하고 숲이 위험하니 밤에 여행하는 것은 피하라고 말해 주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내 모험심을 돋구어 줄 뿐이었습니다.
  허나 역시 그 밤 여행은 잘못이었습니다.
  마차는 진창길에서 처박히고 말았으니까요.
  마부가 능숙하지 못했던들 영영 헤어나지 못할 뻔 했습니다.
  내가 탄 마차는 사두마차四頭馬車였으나 에스테르하지(Esterhazy)는 팔두마차八頭馬車를 타고 오다가 같은 처지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난경難境을 뚫었을 때는 만족감이 뒤따르게 마련이어서,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했지요....
  여담은 그만 해두고........
  조만간 만나겠지만 오늘도 이 몇 일 동안의 내 생활에 관한 나의 생각을 전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이 서로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따금 나는 말이란 전혀 쓸모 없는 것이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명랑한 마음으로 ........
  내가 그대에게 있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나의 진실하고 유일한 보물, 나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십시오.
  그 이외의 것은 무엇이나 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지요.
  그대의 성실한 루드비히

  7월 6일 월요일 밤 나의 귀중한 분,
  그대도 괴로워하겠지요.
  이 편지는 되도록 빨리 아침 일찍 투함(投函)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월요일과.......목요일.......우편마차가 여기에서 K로 가는 것은 두 번 뿐입니다.
  그대도 괴로워합니다.
  내가 가는 곳, 그대는 항상 나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의 일을 원만히 처리하고 어떻게 하면 그대와 함께 지낼 수 있을지 궁리해 봅니다.
  그대가 없는 삶! 그것은 얼마나 비참한 삶인지!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어도.......
  그다지 고마운 일도 아닙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굴종屈從.......
  그것이 나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나와 우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나는 도대체 무엇인지, 사람들이 말하는 위인이란 무엇인지
  그럼에도 그곳에 인간의 신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요일이 되기 전에는 그대가 나의 편지를 받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할지라도, 나의 사랑은 훨씬 더 강렬합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말아 주십시오.
  안녕히.......탕치(湯治)를 위해 이곳에 왔으니 나도 이제는 쉬어야겠습니다.
  아아, 이렇게도 가까이 있으면서, 이렇게 멀단 말인가,
  우리들의 사랑이야 말도 참으로 천상의 전당이 아닐지.......
  그리고 천국의 성새와도 같이 견고한!

  안녕 7월 7일의 아침 잠자리 속에서도
  생각은 이미 그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나의 불멸의 연인이여, 때로는 즐거우면서도 운명이 우리들의 소망을 들어줄지 어떨지 생각해보면 또 다시 우울해집니다.......
  나는 그대와 완전히 함께 지낼 수 있든가, 아니면 그대와 모든 관계를 끊고 잊어버릴 수 없다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나는 결심했습니다.
  내가 그대의 팔에 안길 때까지, 그대 곁을 나의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나의 넋이 그대의 넋이 그대의 보호를 받고 정령의 세계로 옮겨갈 수 있을 때까지는, 그 날이 아무리 멀다 할지라도 방황을 그치리 않으리라는 것을! 그 날은 언젠가는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그대도 알고 있듯이 그대에 대한 나의 성실성은 결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대치될 수는 없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오오, 신이여!
  이렇듯 사랑하면서도 왜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V(혹은 W?)에서의 내 생활은 여전히 비참합니다.
  그대의 사랑은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하지만, 동시에 가장 불행하게도 합니다.
  내 나이쯤 되면 생활의 안정이 필요한데도.......
  우리들의 관계에서 그것을 바랄 수 없는 것일지.......
  나의 천사, 방금 들은 바로는 우편마차는 매일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대가 편지를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이만 그칩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리들의 현상을 냉정히 관찰함으로써만 함께 맺어질 수 있는 우리들의 목적이 성취될 것입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를 사랑해주십시오.
  오늘.......
  내일.......
  그대에의.......
  그대에의.......
  그대에의.......
  눈물겨운 동경憧憬, 나의 생명, 나의 전부여, 안녕.......
  언제까지나 나를 사랑해주오.
  그대를 사랑하는 나의 성실한 진심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언제까지나
  그대의 언제까지나
  나의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

  조금 길죠.

  이제부터는 그동안 다운받아 놓은 겨울연가 11부와 12부를 봐야겠습니다.
  옆에는 그 사람이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뜨겁게 데워서 마시라고 한 우유 한 잔 놓고서요.
  여러분이 느낀 감동을 전 지금부터 느끼려고 합니다.
  다 보고서 감동을 얘기하고 싶어지면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졸리면 그냥 자구요.

  그럼. 편안한 밤이 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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