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지금 일본에선 겨울연가 열풍

조회 수 3019 2004.08.02 12:32:58
미리내
지금 일본에선 겨울연가 열풍

[국정브리핑 2004-08-02 10:04]

얼마 전 우연히 TV 다큐 프로를 지켜보던 중 기분 좋은 소식 하나를 접했다. 우리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현지에서 대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예술적 가치에 대해 그 값을 매기는데 유독 문외한인 내가, 우리의 영화나 드라마가 간간히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절정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적은 있었지만 실제 그 반향의 정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실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비로소야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 현지 열기가 열기를 넘어 광풍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 영화와 드라마의 진면목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중국과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우리의 한류 열풍이 일순간의 인기몰이가 아니라 이 기회를 빌어 정말 우리도 문화강국으로서의 틀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하는 강한 확신마저 들었던 것이다.

드라마 하나가 문화의 벽을 뛰어 넘었다.


역사를 통해 우리와 가깝지만 한편으로 멀게도 느껴지는 나라를 들라면 우리는 중국과 일본을 든다. 그 두 나라는 같은 아시아권에 속한 나라이면서 기나긴 우리의 역사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때가 거의 없었다. 기나긴 역사의 무대에 같이 등장했으면서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고 또 그들은 우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드라마 겨울연가가 가져다 준 일본 현지에서의 열기는 처음부터 어느 세대, 어느 계층을 겨냥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인기는 지금 일본 전역을 휩쓸고 있을 정도이다. NHK를 비롯한 일본 굴지의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겨울연가를 한국어 원어는 물론 일본어 더빙판까지 내놓으며 일본 전역에 그 전파를 무한정 쏟아내고 있다.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나누는 대화를 따라 하기도 하고, 그들의 가발을 만들어 그들의 모습을 닮으려고도 하고, 그들이 사는 나라를 찾아오고 싶어 하고 심지어 지금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까지 성황중이라 한다. 게다가 이제는 극중 주인공의 인생처럼 자신의 인생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 열기를 짐작 할만 하다.

배용준은 그들에게 이미 그들만의 최대 존칭어인 사마가 붙은 욘사마라고 불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겨울연가 열풍은 열기를 넘어 광풍에 가깝다. 또한 그들의 말마따나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현상중 하나로 생각해 볼만도 하다. 드라마 겨울연가는 왜 그토록 일본에서 선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을까. 일본은 그 같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해 우리의 드라마에 푹 매료되었나. 그들이 스스로 말하는, 지금 그들의 사회현상중 하나를 제공한 겨울연가는 그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준걸까. 의문과 추측이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지만 아무래도 이 의문과 추측에 대한 해석은 방송의 나레이션 해설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성 싶다.

흔히들 일본인들의 속내는 알기 어렵다고들 한다. 내가 본 일본인들 역시 그렇다. 겉모습만 보고선 속내도 그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거다. 그들의 친절함과 꼼꼼함은 이미 세계시장에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은 심지어 남모르는 사람에게 발을 밟혀도 죄송해한다. 자신이 부주의하여 자기 발이 상대에게 밟힐만한 자리에 있어 오히려 죄송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정말 그들의 속마음이 이와 같을까 우회적으로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는 일본인 친구는 당황해 하며 손사래를 친다. 그걸 보고 느낀 것이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야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극에 대한 반응의 귀결은 매 한가지일터, 그 표현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궁극적인 속내는 나라건 민족이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어졌다.  

일본은 세계사를 보더라도 보기 드물게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은 나라다. 외세의 침략에 바람 잘 날 없었던 우리의 역사와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다른 나라 이상의 치열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외세에 의한 인위적인 사상과 자유의 억압이나 속박은 없었던 대신 그들 나름대로는 생존을 위한 엄격한 원칙과 규율을 세우고 또 거기에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그 원칙과 규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기꺼이 수용한다. 물론 최근엔 이러한 사회풍토 역시 시대의 조류에 밀려 많이 바뀌어가고 있고, 일본 또한 우리처럼 세대간의 갈등이 없는 게 아니어서 신세대와 구세대간 갈등이 사회문제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의 사회와 문화를 움직이는 그 저변의 힘이란 그들이 정한 규율과 원칙에서 벗어난 생각과 행동을 용납하지 않으려 하며, 보다 엄격한 원칙과 규칙 속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될 때 살아남는다는 생존의 법칙을 역사 무대에서 깨달은 듯 하다. 가령 일본에서 사회문제화 되었던 이지메현상이 그 같은 현상을 보여 주는 일례가 되지 않을까.

지금 20-30대에 걸친 일본 여성들의 국제결혼 대상 1위가 한국 남성이라는 일본 내의 공공연한 인터뷰 통계가 뉴스가 되고 있다. 모두 다 겨울연가가 불러 온 열기이다. 겨울연가를 흠모하는 일본인들, 특히 30대 이상의 많은 수의 여성들이 겨울연가에 빠져버린 이유 중 대부분을 들라면, 극중 주인공의 한없이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과 함께 그 이면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여성을 강하게 이끌 줄 아는 리더십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남성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라는 것이다. 물론 이 사실 하나만으로 일본 남성들이 개인의 감성을 썩 잘 표현하지 않는다, 혹은 부족하다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한편, 일본의 지나온 역사를 볼 때 형성되었을 문화의 민족적 기질이 그러한 원인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돈이 많은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돈을 많이 가진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나라의 문화가 좋아서 부러운 거라면, 그래서 그 나라의 사람까지 부러워하게 되었다면 그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한다. 돈을 많이 가진 부유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 나라의 문화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문화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통해 축척되고 많은 사람들의 정신이 결집되어 있어야만 가능한 것 아닌가.

드라마 하나가 그 나라를 좋아하게 만들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까지 좋아지게 하였다면 그 문화는 온 정성을 다해 계승 발전시켜야 할 문화임에 분명하다. 국가적으로도 풀기 어려운 외교문제를 푸는 것 이상으로 훨씬 어려운 문화적 가치를 우리의 드라마 하나가 그 나라 국민들에게 심어 주었다면 그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이다. 돈을 많이 가진 나라가 되는 것도 좋지만 훌륭한 문화를 가진 민족이 왜 더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든 주말 오후였다.  

국정넷포터 강태구 hacto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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