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조회 수 2996 2003.02.13 00:04:38
martina21c
지난 주말 친정 쪽 가족 행사가 있어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에 사는 여동생 네를 다녀왔습니다. 현재 우리 가족의 최대 관심사는 혼기가 꽉 찬 남동생의 결혼 문제인데, 남동생은 그동안 논란거리가 되었던 여자 친구를 드디어 여동생 네에 데리고 와서 가족들에게 소개시켜주었답니다.
그런데 왜 논란거리가 되었냐구요?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며 직장에 다니는 남동생의 입장에서는 결혼이 시급한 문제인 데, 여자 친구는 현재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중이고, 아직도 끝내야 할 과정이 앞으로도 3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1년 반전에 방학중에 잠깐 귀국한 아가씨를 우연히 소개팅으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는 데, 아들이 빨리 결혼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길 원하는 부모님들은 상대 여자친구를 계속 탐탁히 여기지 않으셨어요.
부모님과의 어색한 대면 후 동생의 여자 친구를 좀 더 편안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저희 부부와 여동생 부부. 그리고 남동생 커플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좀 더 빨리 진솔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한잔씩 먼저 해야한다는 제낭의 제안을 받아들여 폭탄주를 2~3잔 돌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유심히 살펴본 여자친구의 모습은 예쁘게 애교부리고 상황을 즐겁게 이끌어가는 능력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진지했고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남동생의 결혼은 현실적으로 급하게 생각하는 문제라고 넌지시 얘기했더니 본인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2차로 노래방을 갔답니다. 노래방에서의 둘의 모습은 사랑스런 연인들의 모습 그대로더군요. 노래부를땐 언제나 함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스런 눈길을 주고 받더군요.. 폭탄주의 위력(?)때문이었는 지(저는 술이 한 잔 들어가면 웃음이 많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둘의 모습은 참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부럽기도 했구요. 그래서 저는 저렇게 사랑하는 데 난 저들의 편이 되어야겠다고 혼자 마음속의 결정을 내렸더랍니다.
그런데....
다음 날 집으로 내려오기 전 가족들이 다시 모여 동생의 결혼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동생에게 도데체 어떻게 할 거냐구 심문하듯이 묻자 동생은 뜻밖에도 부모님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헤어지겠다고 대답하더군요. 그 순간 전 부모님 뜻을 따르겠다는 동생의 말이 갸륵하게 들리기보다 이상하게도 섭섭하게 들리더라구요.
우선은 부모님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한 외교적(?) 발언이었을지는 몰라도 어젯밤에 그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는 오늘은 헤어질 수도 있다니......  그럴리는 없지만 혹 내 동생도 요즘 일부 젊은 사람들의 타산적이고 얄팍한 사랑의 모습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더라구요.
물론 현실적인 고려없이 결혼해서 결혼 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제 입장에서는 동생이 이런 저런 저울질도 해보고 좀 더 완벽한 현실적 조건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은 그런 어려움을 안겨주는 상대방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그 어떤 것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철없는 이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그런 동생의 태도가 저를 잠시 혼란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글쎄요.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울 지우씨도 이제 멋진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할텐 데.....
지우씨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해주는 참 사랑이 어서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성취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는 시선을 가진, 그리고 가끔씩 힘겨울 때면 투정부리며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세상에 한사람 있다는 건, 그리고 나 또한 어떤 한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중한 일이라 생각되거든요. 때로는 그 동반자가 웬쑤(?)처럼 보이기도 하고, 많은 인내를 요구하며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할지라도......

오늘은 예쁜 사랑을 하는 지우씨 모습이 보고 싶은 날이네요.    

댓글 '6'

코스

2003.02.13 00:40:29

martina21c님..오랜만에 님의 글에 흔적을 남기게 해주셔서 반갑습니다.
님의 글에는 지우씨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시는거 같애요.
요즘은 주변의 많은 일들 때문에
지우씨의 배우자 감에 대해서 많은 걸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애요.
님의 말씀 "언제나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는 시선을 가진, 그리고 가끔씩 힘겨울 때면 투정부리며 기댈 수 있는 동반자" 를 만나길 간절히 바라고 소원해 봅니다.
martina21c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ㅎㅎ
저두 님의 흔적에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로 갈께요.^^
평온한 잠자리를 보내시길...

sunny지우

2003.02.13 00:59:29

마티나21세기님 ~
언제나 앞에 님과 마주앉아 있는듯
이야기를 진솔하고 편안하게 해주시는...
저도 요즈음은 코스처럼 지우-그녀의
결혼배우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가운데
순조로운 결혼과 생활을 하기를 바란답니다.
상대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장점을 키워주는 ....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면서 살아가는...
그런 멋진 배우자를 만나기를...
마음깊이 기도하고 있어요.
편안한 음악도 감사해요.

바다보물

2003.02.13 07:46:17

마티나언니 오랫만이에요
참 따뜻한 분이라고 느꼈지만 글을 보니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하네요
방학이라 조금 여유롭다고 하시더니 혹 개학은 하셨나요?
아잉~~~언니 자주 흔적 남겨 주세요
음...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지우씨 마음이, 가슴이 정말 따뜻한 사람이랑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울지우씨만 이뻐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요...
누가 좋을까나....
언니 좋은 하루~~~

정아^^

2003.02.13 09:16:30

저두 지우언니의 사랑하는 모습이 빨리 보고싶네여...
저두 마티나님같은 지원부대를 만날 수 있을까여?
쉽지 않겠죠? 흐흐....

맑은 눈물

2003.02.13 09:43:53

마티나님 반가워요. 처음 댓글 다네요. '결혼' 참 중요한 일이죠. 혼자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예요. 동생분도 기다리는 동안 힘들고, 많은 생각을 했겠네요(기다리는 시간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 많이 생각하시고 좋은 결정을 내리셨으면 좋겠네요. 지우씨도 빨리 좋은 사람이 나타나야 할 텐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그동안의 힘들었던 일들을 다 털어버리고 활짝 웃는 모습을 말이예요. 평안하세요. 샬롬!!! *^^*

운영자 현주

2003.02.13 10:10:02

잘 지내셨지요? 마티나언니의 얘기는 저에게도 남의 얘기가 아니네요.. 제 남동생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우리 부모님과 제동생 여자친구는 서두는 편인데 제 동생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해서 여자친구 속을 태우거든요.. 정말 제 짝을 찾은게 아니라서 그런지..정말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서 그런지.. 저도 걱정이 많답니다. 울 지우님의 사랑.....그거야말로 저는 바라만 보아야 하는거지만..그래두 울 지우님을 언제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항상 믿고 감싸줄수 있는 마음 넓은 남자 만났음 좋겠어요.. 마티나 언니..오늘두 좋은 하루 되시구요...잔잔한 음악 참 좋네요..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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