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집니다...

조회 수 2999 2002.06.10 18:57:50
토미
     어머니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고 난 딸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엄마, 그런데 오늘은 왜 문을 안 잠갔어? 누가 오면 어쩌려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오늘뿐이 아니란다. 혹시 네가 밤중에 왔다가 그냥 갈까봐
     10년 동안 한 번도 문을 잠그지 못했어.'

  中에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이런가 봅니다.

  전우익의 <사람이 뭔데>中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풀을 뽑을 때도 풀뿌리와 손아귀 힘
     호흡이 맞아야 말끔히 뽑혀요.
     바랭이, 달개비, 비름, 명아주를 뽑을 때
     드는 힘은 각각 다릅니다.
     호흡을 맞추지 않고
     인간이 제 마음대로 하면
     중간에서 끊어집니다.

     나무토막을 자릅니다.
     토막을 잡은 손과
     톱을 잡은 손의 호흡이
     딱 들어맞아야 바로 잘려요.

  무슨 일이든 때가 있습니다. 씨를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때가 와도, 자기 힘만으로는, 혼자서는 안 됩니다.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야 풀 포기 하나, 나무토막 하나도 제대로 뽑히고 제대로 잘립니다.
  낮에 있은 미국과의 시합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에게서 느낀 것입니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필요한데... 이번 미국과의 시합에서는 왠지 허둥대는 선수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미국과 1:1로 비겼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3:1 내지는 4:1로 이겨야 하는 시합이었는데... 그만큼 선수들에게 기회가 있었는데 날이 무더운 탓인지 아니면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참 아쉽습니다.
  이번만큼은 경우의 수를 해보지 않고 진출하기를 바랬는데... 또 여러 개의 변수를 따져가며 진출확률을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도 꼭 16강에, 아니 8강까지 나갔으면 합니다.
  물론 그 이상까지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채유진의 시집詩集 <당신이 좋아집니다>中에 '당신이 좋아집니다'라는 제목의 詩가 있습니다.

     친구처럼 다가온 사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언제나 날 이해해 줄 것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당신이 좋아집니다

     단둘이 커피를 마실 때
     맑은 미소를 보내주는 사람
     한적한 공원에 함께 있을 때
     날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이유 없이 내가 웃고 있어도
     말없이 마주 웃어주는 사람
     그런 당신이 참 좋아집니다

     연인이 아니어도
     연인처럼 느껴지는 사람
     늘 친구로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술에 취한 당신을
     집에 바래다주고 싶은 사람
     그런 당신이 난 좋아집니다

     당신은 늘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부르면 곧 달려올 수 있는 곳에
     그렇게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 한 곳에 오래도록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타지우>에 오시는 님들에게는 이런 당신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당신은 너무나 행복한 사람입니다... 없다면 당신에게로 지금 행복이라는 열차가 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요즘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삽니다.

  김석준의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중에 괜찮은 구절이 있어 옮겨 적어봅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사회성을 나타내는 척도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만큼 화술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짚어낸 말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의 묘한 뉘앙스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모든 인간관계는 대화로써 이루어진다. 가족이나 교우관계는 물론 이성교제를 할 때나 사회생활을 할 때, 말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맺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세 치 혀가 총칼보다 잔혹한 살인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음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 대화라는 것이 항상 즐겁고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 싸우고 헐뜯고 대화를 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다른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는 대화를 하기도 한다.

  말로써 상대방을 기쁘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원망하는 모든 감정이 말들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은 세상에서 가장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우리들 인격의 거울 같은 것이다.

  특히 직장이라는 조직 사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무심코 뱉어낸 말 한 마디 때문에 동료들간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

  가령 부득이하게 야근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퇴근 시간을 30분쯤 앞둔 상태에서 느닷없이 부장이 부하직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지?"
  공교롭게도 그 부하직원은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퇴근 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왜 그러시죠?"
  부장의 물음이 야근을 의미하는 것임을 재빨리 간파한 부하직원은 약속이라는 말 앞에 '중요한'이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사전에 부장의 요청을 차단해버릴 공세를 취한다.
  "회사 일인가?"
  부장의 반응도 만만치가 않다. 그는 부하직원의 '중요한' 약속이 실은 데이트 약속이라는 것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게임은 부장의 승리였다. 애인과의 데이트 약속을 취소한 뒤 입이 댓발은 튀어나온 부하직원이 부장에게 툴툴거렸다.
  "야근이 있다면 진작 말씀을 해주셨어야죠."
  이럴 때 부장이 '미안하게 됐네. 일이 갑자기 급하게 됐어. 그리고 자네가 아니면 나도 안심이 안 돼서 말이야.'라고 하면서 적당히 부하직원의 기분을 다독거려준다면 비록 야근을 하더라도 부하직원의 태도는 백팔십도 달라진다.

  어차피 직장 생활을 하는 이상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야근을 거부할 만한 배짱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부하직원은 다마 퇴근시간이 임박해서 다짜고짜 '시간 있지?'라고 단정지어 묻는 부장의 권위적인 말투에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게다가 젊은 사람의 중요한 약속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회사 일인가?'하는 따위의 반문으로 정곡을 찔러온 부장의 태도가 다소 치사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는 부장의 요청을 마지못해 수락하면서도 심사가 뒤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자네가 아니면 안심이 안 된다.'는 부장의 말 한 마디가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켜버렸다. 종전까지만 해도 왕재수였던 부장이 그 순간 더없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중요성을 인정해주는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아무리 반말이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끌어올리는 화법을 사용함으로써 부장은 부하직원과의 신경전을 좋게 마무리지은 셈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부하직원이 '저도 부장님이시니까 따르는 겁니다.'라고 순발력 있는 말 대접이라도 해준다면 게임 끝이다. 두 사람은 화술에 있어서 만큼은 적당히 밀고 당기는 테크닉에 통달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말이란 인간 관계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말재간이 뛰어난 사람은 신용할 수 없다고 평가해버리는 일도 흔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그 말이 어느 정도 진실성을 띤 것이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빈말이라도 악의 없이 하는 말은 오히려 상대방을 기분 좋게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은 대개 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사회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순발력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말에도 맛이 있고 멋이 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좀더 호소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심지어 적을 동지로 만들 수도 있는 그런 말솜씨를 가진 사람이 인간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순발력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행사를 하다보니 요즘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 탓에 사무실 분위기도 완전히 무슨 스포츠 신문사 편집국 같은 분위기입니다.
  여기저기서 축구 이야기로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이들은 죽음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인데... 말입니다.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거셉니다.
  이런 날은 김치전煎이라도 부쳐먹으면 맛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편안한 저녁 되세요.

  p.s. 그리고 신문기사에 어제 대학로 컬트홀에서 있었던 행사에 대해서 어떠한 글이 나오더라도 되도록 흥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의 일이란 게... 항상 일이 끝나고 나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거든요.
  거기에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사람 성격만 나빠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하늘 한 번 보고, 연가戀歌에서 유진과 준상이 바라보던 그 바다를 생각하며 넘어갔으면 합니다.
  하늘과 바다는 누가 무슨 짓을 하건 그냥 그 자리에 있잖아요...
  우리... 그냥 하늘과 바다가 됩시다.


댓글 '4'

이정옥

2002.06.10 19:10:16

토미님 님글을 읽으면 마음이 바다가 되고 하늘이되고 ...항상 좋은글 잘 읽고 있어요 우리 스타지우엔 글 잘쓰시는 분만 모이셨는지 다들 잘 쓰시는군요 우리스타지우에 자랑인가요?든든하고 향기가 있어 좋아요 좋은 글 자주 올려주시고요 울 지우에게 바다가 되고 하늘이되자구요 ~~

앨피네

2002.06.10 19:17:14

오랫만에 토미님 글 뒤에 리풀 다네요... 토미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글은 더욱 차분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어여.. 좋은 글로 좋은 저녁을 맞이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저녁되세요..

sunny지우

2002.06.10 19:50:28

토미님 저는 팬미팅에 잘 다녀왔습니다. 덕분에요. 친한 친구가 저는 미국에 살고 있어요. 그곳에서 달려오겠죠? 스타지우 가족들도 있고요....저는 요즈음 `케롤 메이홀'이 쓴 `해가 되는 말 덕이 되는 말'을 읽고 있어요. 그중에서 `사려 깊은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사려 깊다라는 말- 언제 말을하고 어느때 입을 다물어야 할지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군요.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말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 그런 지혜가 있기를 기도 합니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

세실

2002.06.11 08:46:24

토미님~ 매사에 그런 맘으로 사물을 대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마다 토미님의 글을 읽는 것도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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