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사랑
스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사는 법

레이디경향 | 기사입력 2007-09-18 17:03  


드라마 작가 이금림의 아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피아니스트, 클래식 음악계 최초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스타 연주자… 김정원을 대변하는 수식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를 알면 알수록 그 수식어들은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Part 01 드라마 작가 이금림의 아들로 산다는 건 어머니의 방임 속에 알아서 잘하는 착한 아들로 자라다  


한국에서 음악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뒷바라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의 어머니들은 매니저처럼 선생님을 알아보고, 레슨 스케줄을 잡고, 아이를 시간에 맞춰 이동시키며, 사감 선생님들처럼 연습을 관리 감독한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음악을 공부하는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옛날의 금잔디’, ‘푸른 안개’, ‘은실이’ 등을 집필해온 드라마 작가 이금림이다. “시간을 내야 하는 실질적인 뒷바라지는 한 번도 못하셨던 같아요. 어린 마음에 많이 서운했죠. 친구들이 집에 와서 떠들고 뛰어다니는 건 상상도 못했고, 집에 혼자 있어도 발끝을 들고 다녀야 했어요. 아침마다 현관에서 도시락을 들려주면서 배웅하는 모습도 없으셨죠.

새벽까지 일하시느라 주무시고 계셨으니까요. 방해가 될까봐 집에 와서는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도 못 드렸죠.”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여기저기 전화를 걸거나 걱정하는 모습 역시 남들의 이야기였다. 어린이들의 연례행사인 엄마가 챙겨주는 생일 파티도 해본 적이 없었다. “조금씩 커가면서 어머니의 행동이 무관심으로 인한 방임이 아니라, 항상 우리 형제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잡아놓고 연습시킨 것보다 당신이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 더 큰 교육이었죠. 긴장감 있게 살고 있는 모습은 연습하라는 한마디 말보다 더 크게 다가왔으니까요.” 철없는 시절, 엇나가려면 얼마든 엇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모범생 기질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겨냈다.



“어린 시절에는 속해 있는 곳이 어디든 사랑받고 싶어 했어요. 학교에서는 자연히 모범생이었죠. 다른 친구들처럼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지 않으니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미움을 받을 것 같은 생각에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또 다른 아이들은 놀다 보면 엄마들이 공부하라고 하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그런 컨트롤을 안 해주셨으니 제 스스로 긴장하고 살았어요.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방임이 저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거죠.” ‘알아서 잘하는 착한 아들’이 되기까지 형의 역할이 컸다. 형이 알아서 잘하는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걸 보고 배운 것이다. 김정원의 형은 현재 KBS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예술적인 감성을 물려받다 대개 음악가 집안에서 음악가가 나오게 마련. 김정원은 흔치 않은 케이스다. “어머니께 음감을 물려받지는 않았지만 예술적인 감성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사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음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서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으로부터 크게 느끼는 감성, 파란 하늘을 보면서 ‘오늘 날씨가 좋네’가 아니라 거기에서부터 많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건 어머니를 닮았죠.” 그동안 많은 인기 드라마를 써온 이금림 작가. 아들 입장에서 어머니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써오신 작품은 모두 다 봤어요. 어머니 드라마 팬이에요.

드라마를 보면 ‘어, 저 사람은 이모잖아’, ‘누구 누나다!’ 이런 경우는 많죠. 형이나 내가 청소년기에는 우리 또래 아이들을 묘사하기 위해 우리가 전화하는 것, 말하는 것을 유심히 보시곤 그 모습을 담아내시기도 했고요.” 어머니 드라마 중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를 꼽아달라고 말했더니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어머니 작품 중 ‘지평선 너머’를 좋아했어요. 조기 종영되는 바람에 아쉬웠는데, 최근 아침드라마 ‘강물이 되어 만나리’로 리메이크돼서 반가웠죠. 그래도 느낌은 ‘지평선 너머’쪽이 더 좋았어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연예인을 만날 기회가 많았기에 친한 연예인들도 많다. 이 때문에 김정원 공연에는 늘 관람하러 온 연예인이 꽤 눈에 띈다.


김동률이나 이적, 양파 등 가수부터, 엄정화, 유호정, 신애라, 오연수, 최지우 등 모두 가족같이 생각하는 이들이라고. “유호정 누나는 친누나 같은 분이에요. 제가 중학교 때쯤 누나가 어머니 드라마에서 만나서 결혼했거든요.

첫 드라마이기도 했고요. 그때 인연으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누나 덕분에 신애라 누나, 오연수 누나, 또 남편들까지 잘 알고 지내게 됐죠. 공연을 하면 호정 누나가 친구들을 많이 데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누나가 소개해준 동갑내기 최지우씨하고도 동기처럼 지내요.” 인터뷰 전 그는 ‘지우씨’와 ‘용우형’과 만나기 위해 두 사람과 번갈아 통화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지우씨는 최지우였고, 용우 형은 박용우였다.


Part 02 오스트리아 빈에서 피아니스트 부부로 산다는 건 9년 연애 끝 결혼, 늘 친구 같은 부부 김정원은 아내 김지애씨 이야기를 하며 계속 웃었다. 피아니스트로 음악뿐 아니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아내, 외출할 때 휴대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와도 카메라는 꼭 갖고 나오는 아내, 덜렁대지만 귀여운 아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도 그녀의 팬이 되어버렸다.

“빈에서는 나름 유명한 커플이었어요. 오래 사귀었으니까요. 친구들이 ‘여자친구 있어?’ ‘응 계속 사귀어’ ‘아직도?’ 할 정도였어요. 우리가 오래 만날 수 있었던 건 가장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었죠. 사소한 주제 하나 갖고도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어요. 오래된 커플의 문제는 대화거리가 없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음식 한 가지를 가지고도 한 시간 이야기하고, 영화 한 편을 봐도 그 시간만큼 이야기를 나누어요.”  


함께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관심사까지도 비슷하다. 그가 음악을 하는 남자답게 예쁘고 맛있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은 벽이 허전하다 싶으면 그곳에 맞는 가구를 구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돌아다니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함께 음식을 만드는 것도 이들의 즐거운 일상 중 하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될 수 있으면 화를 내지 않는 것, 그게 아니라면 빨리 화해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고마운 건 둘 사이에 냉기가 흐를 때, 서로 그 위기가 싫고 빨리 화기애애해지고 싶잖아요. 그럴 때 아내가 용기 있게 먼저 말을 건네요. 그러면 정말 고맙고 다시 그런 분위기가 될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죠. 아내는 뒤끝이 전혀 없을뿐더러 화를 잘 내지 않아요. 아내를 보면서 그런 것들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그는 무대에 대한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아내의 응원으로 이겨낸다. 무대에 서기 직전 아내의 확인(‘잘할 거야’라는 응원의 메시지)을 받고 무대에 서는 것은 그의 통과의례가 됐다.


“아내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마음이 편해지죠. 아내는 99% 칭찬과 용기의 말만 해줘요. 객관적인 모니터를 해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아내도 피아니스트라 제 음악이 100% 맘에 들지는 않겠죠. 그래도 항상 좋은 말만 해줘요. 그러면 내 자신에 대한 자부심, 내 음악에 대한 확신이 서요.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냉철한 리뷰나 어떤 말을 들어도 상처를 이길 수 있는 막이 되는 것 같아요.”

이 부부는 지난해 ‘부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 공연은 몇 달 전 매진이 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셈. 그만큼 아내의 인기도 대단하다. 미니홈피 방문자 수는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을 정도. 김정원의 아내로도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그녀의 사진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미니홈피 관리는 그녀의 일과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제가 아내보다 잠이 적어요. 항상 제가 먼저 깨요. 일어나서는 아침을 준비하고, 아내를 깨워요. 그러면 아내는 미안해서라도 잘 일어나거든요. 밥하라고 깨울 때는 안 일어나면서 밥을 해놓고 깨우면 벌떡 일어나더군요. 밥을 먹고 나서 아내에게 ‘빨리 출근해야지’라고 해요. 출근하라는 건 인터넷에 접속하라는 말이죠. 그렇게 열심히 미니홈피 관리를 해요.”


Part 03 스타 피아니스트로 산다는 건 오스트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무대에 서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최초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던 이가 바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다.

그의 팬클럽 홈페이지는 연일 게시물이 올라가고, 공연장에는 열혈 팬들이 한 손에는 선물을, 또 한 손에는 카메라를 쥐고 나타난다. 공연계 사정이 안 좋다고 하지만, 그의 공연은 연일 매진이다.

“기억에 남는 팬들은 많이 있죠.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 대기실로 돌아왔는데, 갈아입을 옷이 몽땅 사라진 거예요. 옷뿐 아니라 양말까지. 그때는 정말 난감했죠.” 그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에 그는 주인공의 성인 역으로 깜짝 출연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직접 연주했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신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지만, 이러한 인기나 명성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 데뷔했을 때 스타성을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졌어요. 사실 두려움도 커요. 인기가 인기로 끝나면 연주자로서 생명은 짧아지는 거잖아요.


연인 사이의 애정도 3년을 넘기 힘든데, 그저 저만 보고 좋아해주시는 거면 오래갈 수 없죠. 제 음악을 좋아해야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제 음악 때문에 다시 공연에 오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는 정말 감사해요.”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고 있으면서 유럽과 한국을 무대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원. 그에게는 삶이 곧 여행이다. 두 곳으로 나눠진 삶을 살다보면 혼란도 느껴질 터. “짐을 싸고 푸는 일이 일상이에요. 서울에서 ‘오늘은 이렇게 입어야지’라고 생각하면 빈에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다반사죠. 하다못해 운동을 해도 두 쪽 다 끊지 않으면 할 수 없고, 진짜 마음에 드는 옷은 아예 두 벌 사서 빈과 서울에 놓고 살아요.”


김정원은 이번에는 전국을 여행할 계획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2개 도시 투어 리사이틀에 나선 것. 그동안 주요 도시 투어는 많았지만, 원주, 창원 등 소도시까지 순회하는 건 그가 처음이다. “사실은 모험이죠. 흥행이 된다고 해서 너무 교만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번에 설사 지방 몇몇 곳에서는 기대만큼은 안 되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드리면 다음번 투어에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김정원은 두 달여의 투어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참 물이 오른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최선의 도전일 것이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안진형



댓글 '2'

★벼리★

2007.09.19 00:34:06

저, 이거 방금 퍼오려고 긁어 왔는데 ㅎㅎ

한창 클래식에 심취해 있을때 가끔 듣던 피아니스트분이신데..
지우언니와 친하다니, 부러워요.... +_+

그나저나 지우언니는 요즘 뭐하시나 더욱 궁금해지는 기사였습니다 ㅋㅋ
지우사랑님 기사 고맙습니다 ^-^

Hibiscus

2007.09.19 09:36:05

오우~ 반갑고 기분좋아지는 기사네요... 김정원 피아니스트분하고 지우님이 친하셨을줄 몰랐네요... 저두 요즘...김정원님 굉장히 좋아하게 됐는데...^^
저두 원래 클래식을 젤루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진욱씨도 김정원님 열렬팬이자 형동생 사이로 친하다고 알고있는데...^^
그러게요..저두 지금..지우님은 요즘 뭐하시나 더욱 궁금해졌습니다...ㅋㅋ
기사 잘 보고 갑니다..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지우사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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