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의 겨울연가 [8] 녹차향

조회 수 3021 2003.05.23 09:00:17
소리샘

준.. 상.. 아... ]

[왜? ]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 대답을 한 거야? 자신이 준상이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렇지..?
[너.. 준상이 맞지? 정말 너.. 맞는 거지? ]
준상인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준상일 와락 껴안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려 내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나.. 한번도.. 널 잊고 산 적이 없어.. ]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 ]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죽을 만큼.. 보고 싶었어.. 준상아..
[왜.. 왜 날 모른 척 한거야..? 응?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채린이가 있잖아.. ]
채린이..? 그럴 리가 없어.. 니가 좋아한 사람.. 나였잖아..
[니가 정말 좋아한 사람은 나였잖아.. 준상아.. 넌 날 좋아했잖아...
날 잊은 거였니? 응..? 잊고 산 거야? ]
[아니.. 아니야.. ]

준상이의 입술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난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렸다.

넌.. 날 잊은 게 아니었어.. 그랬어.. 넌 준상이였어...
이렇게 뒤늦게라도.. 니가 준상이란 걸 알게 돼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젠.. 날 모른 척 하지 않을 꺼지..?
또.. 떠나거나 하지 않을 꺼지..? 이젠.. 내 곁에 있어주는 거지? 응...?

[너무 쉬운데.. 정유진씨? ]
순간 오싹한 냉기가 온 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
눈을 번쩍 떴다.
다시 본 그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준상이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게 끝인가요? 근데 어쩌죠? 여지껏 들었던 얘기 중에 제일 재미없는데.. ]
머리가 멍.. 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분명.. 준상이였는데..
[준.. 상.. 아...? ]
[그만 하죠. 재미없다고 했잖아요?
눈물도 흘릴 만큼 흘렸고.. 술 마시면서 절묘하게 타이밍도 잘 맞췄고..
닮은 남자 얘기도 다 했고.. 나한테 더 보여줄 게 남았나요? ]
그제서야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 ...이민형씨..? ]
그의 얼굴엔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그래요. 이민형이에요. 설마 했는데.. 친구 남자한테까지 이럴 줄은 몰랐어요? ]
[뭐.. 뭐라구요? ]
[왜요? 아쉬워요? 유진씨가 계속하고 싶다면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죠.. 어때요.. 계속 할까요? ]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지면서.. 모욕감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후들거리는 손으로 가방을 챙겨들고 방을 빠져나가려 하는데 그가 내 팔을 휘어잡았다.
[당신이 원한 게 이런 게 아니었어? ]
난 그의 뺨을 힘껏 올려쳤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대로 방을 뛰쳐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냐구..
이 꼴이 뭐야.. 이게 뭐야... 이게..

간신히 호텔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걸어나와 그대로 길가에 주저앉았다.
사람들이 보던 말던.. 끅끅.. 울음을 토해냈다.

너... 미쳤구나.. 그렇지 않고.. 이럴 수 있니?
그 사람을 준상이로 착각하다니..
준상인 10년 전에 죽었잖아. 죽었다구..!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한 거니? 응? 아직도.. 그 사람이 준상이가 아닐까.. 그런 거야?
그래.. 그래서 어땠니..?
그 사람에게서 실컷 모욕당하고 나니.. 이제야 정신이 들어?
철저하게 확인했으니.. 이젠 또 착각할 일 따윈 없겠지.

조금씩 맘이 가라앉자.. 다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래... 모든 게 내 실수였고.. 내 착각으로 시작된 일이었어..
그 사람 앞에서 정신을 잃을 만큼 술을 마신 것부터 잘못된 거야.
그가 내 말을 믿지 않고.. 오해했던 건.. 그래.. 그럴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오해를 했다고 해도.. 그렇게 잔인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준상이인 척.. 어떻게 그렇게...

그의 잔인하리만치 차가웠던 얼굴과 내게 한 말들..
가슴 언저리에 칼을 맞은 듯.. 쓰리고 아려왔다.

후....

준상아...
나.. 오늘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어..
니가 봤다면.. 내가 안쓰러워서.. 가슴 아파서.. 아마 울었을까..
그 사람을.. 너로 착각했었어..
처음엔.. 정말 그런 줄 알았어...
준상아.. 내 부름에 그가 대답했을 때.. 난 정말이지.. 숨이 멎는 것 같았어.
니가.. 살아 돌아온 줄 알았어..
잠시였지만.. 모든 게 내 착각이었지만.. 나 정말..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정말.. 바보 같지..?
보고 싶어.. 준상아..
오늘밤엔.. 니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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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글방 펌


소리샘 (2002-10-30 00:47:56)  
얼마나 간절했으면
아니 그렇게 똑 같은 사람을 앞에 두고
착각 할 수 밖에 없는 유진이 마음을 감히 뭐라 위로도 할 수 없네요
준상아 넌 어쩜 ~~
민형이 정말 마음에 안들던 유일한 장면이죠
어쩜 바로 그 표정이 준상이 임을 알려 주는 것 같아요
바로 그랬어요 민형이면서도 준상이인 모습이 ~~~









  




댓글 '2'

닮낮이꽃

2003.05.23 09:31:00

소리샘님 ...
언제라도 기억할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건 참 좋은것 같아요 ..작년겨울에 내게 찾아와 수 많은 추억거리를 안겨준 겨울연가 ..잊을수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긴밤을 하얗게 새면서도 피로가 눈녹듯 사라지는 이유가 거기엔 유진이 준상이가 있었기에 힘든줄 모르고 그 추운 겨울을 보냈어요 ..후후후~~~~다시금 그겨울로 돌아가라면 글쎄요 ..후후후~~~맘조린 시간들이 넘 많아서 아닌듯 싶네요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설렜던결연에 두 연인 ~~이처럼 아름다운 드라마 커플은 내겐 다신 없을듯 ...후후후후~~~~~존날되세요^^*녹차향님두요^*

sunny지우

2003.05.23 21:36:31

소리샘님 ~
늘 변함없이 녹차향님글을 올려주셔서..
감탄을 하면서 읽고 있답니다.
정모에 뵈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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