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이 김차장에게 되는 대로 빨리 미국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하며... 슬프지만 홀가분한 듯... 싱긋 웃는 장면을 보면서 이해인님의 글을 떠올렸습니다.
  마치... 김차장이 아닌 유진에게 말하고 있는 거 같아서요.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 함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삶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찮고 짜증스럽기조차 한 일상의 일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디어 내야 한다는 것을.

  방송국 로비에서 민형과 상혁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죠.
  이 장면 솔직히 戀歌 13회에서 제가 제일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감정感情의 변화變化가 너무 심해서요.
  그럼 적어보겠습니다.

  민형이 마치 앞에 유진이라도 있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나... 강준상을 포기했습니다."
  상혁은 이 말에 준상 아니 민형을 쳐다봅니다. 예例의 경계의 눈빛으로요.
  민형도 현실로 돌아온 듯... 상혁을 보며 말합니다.
  물론 순간순간瞬間瞬間 몽환夢幻스런 눈빛으로 돌아가 유진을 보며 말하는 듯 말하는 거 같지만요.
     "나는 이민형이예요... 이민형으로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민형으로서 유진씨를 사랑했고
      그것으로 충분해요... 기억도 나지 않는 강준상이란 이름으로 유진씨.. 욕심내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민형은 이미 오래 전에 유진씨를 포기했습니다... 포기한 채로 그렇게 행복하길
      바라면서 살겠어요... 이제 와서 욕심낸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더 이상 유진씨 힘들게 하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나 곧 미국에 갈 거예요..."
  상혁 이 말을 듣고 놀랐다는 듯 눈빛이 달라지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마치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듯...
     "가면... 언제 돌아옵니까?"
  민형은 이 말에 상혁의 마음을 안다는 듯... 싱긋 웃으며 말합니다.
     "안 올거예요... 제 기억은... 전부 미국에 있어요... 다신.. 안 돌아올 겁니다... 그동안
      유진씨가 상혁씨한테 잘못한 게 있다면 다 내 탓이예요... 유진씬 성실했습니다...
      유진씨 준상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당신을 선택할 거라고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상혁은 민형의 말에 한편으로는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택시 안에서의 유진의 약속에 대한 기억이 생각나는 듯한 눈빛으로 민형을 보며 말합니다.
     "고마워요... 그러겠습니다."
  민형은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상혁을 보며 말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상혁은 뒤로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걸어 나가는 민형을 불러 세우며 말합니다.
     "이민형씨."
  상혁은 민형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밉니다.
  민형이 상혁의 손을 보다가 잡으면 이어 말합니다.
     "준상아."
  민형은 이 말에 호텔에서 상혁이 자신의 기억記憶 이전以前의 이름을 불러 세울 때의 눈빛이 되어 바라봅니다.
  상혁은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준 거... 이건 진심이야."
  민형은 상혁의 말에 그게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냐... 는 듯 헛헛한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고맙다..."

  이 장면의 민형을 보면서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유진을 위해서... 유진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유진을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 떠나는 민형을 보면서 말입니다.

     바람이 되렵니다
     당신의 곁에서
     아무도 모르게
     당신의 머릿결을 어루만지는

     햇살이 되렵니다
     당신이 추워
     작은 몸을 떨 때
     당신을 포근히 안을 수 있는

     하늘이 되렵니다
     당신이 있는 곳
     세상 어디서라도
     가만히 당신을 바라볼 수 있는

     바보가 되렵니다
     당신의 울음이
     내 마음을 저밀 때
     당신의 얼굴을 미소짓게 하는

     별이 되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
     혼자일 그 밤에
     아무도 몰래 당신을 비추어주는

     꽃이 되렵니다
     당신이 눈감은 뒤
     당신의 누운 곳에서
     영원히
     마르지도 시들지도 않는...

  그리고 정해종님의 '엑스트라'라는 제목의 시도 같이 떠올려 보았습니다... 상혁과 유진의 행복을 위해 엑스트라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의 마음 때문에 말입니다.

     그냥 지나가야 한다
     말 걸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모든 필연을
     우연으로 가장해야 한다
     누군가 지나간 것 같지만
     누구였던가에 관심 두지 않도록
     슬쩍 지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죽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몇 번을 죽을 수도 있지만
     처절하거나 장엄하지 않게
     삶에 미련 두지 말고
     되도록 짧게 죽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죽음으로
     살아남은 자의 생이 더욱
     빛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배당받는 것이다
     주어진 생에 대한 열정과 저주,
     모든 의심과 질문들을 반납하고
     익명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세상을 한번, 획 -
     사소하게 지나가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끝끝내
     우리는 배경으로 남아야 한다

  이 장면의 상혁을 보면서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민형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 에 어쩌면 행복감에 젖어있을 그에게 말입니다.

     한목숨 살아감이
     힘들고 어려워
     서로가 한가슴 되어
     사랑을 하여도
     짧고 짧기만 할 삶을

     무슨 이유로
     무슨 까닭에
     서로가 짐 되고
     서로가 아픔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참으로 우리들의 삶이란
     알 수가 없어서
     홀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여름날의 화려함이 하나도 남김없이
     떨어짐을 보고서는
     알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내 마음에 맞는
     행복만을 원한다면
     더욱 슬퍼만 진다는 것을

     바람과 빛을 맞아야
     열매를 맺듯이
     찬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친 후에야
     봄이 오듯이

     우리들의 삶이란
     아파하며 살다보면
     행복이란 의미를
     더욱더 깊이 알 수가 있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유진이 드레스를 입고 나올 때... 민형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김용택님의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가 떠올라 적어 봅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민형이 유진의 신발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무릎을 굽히는 장면을 보면서 류시화님의 이 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이 여인을 보면서 말입니다...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빡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민형과 유진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전 백승우님의 '신부에게'라는 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저라면... 아니 유진과 민형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민형은 유진을 보면서 이 시를 낭송朗誦해 줄 거 같아서요.

     나의 신부여
     나는 백마를 타고 온 기사도
     어느 부잣집 외동아들도 아니지마는
     너에게 소박한 웃음 담아줄 키작은 사랑이 있고
     네가 없는 날, 나를 지켜줄 그리움이 있단다

     나의 신부여
     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어
     보석 같은 화려함을 선사하지만
     초 한 자루 밝혀 두고픈
     너의 기쁜 생일날이면 한아름 장미 속에 어여삐 담을
     나의 정성어린 축복이 있단다

     나의 신부여
     늘 아쉬움이 앞선 일들에
     힘겨운 내게
     너는 가식없는 충고로써
     내 깊은 상심을 위로해 준 것처럼
     네게서 슬픔이 있는 날
     너를 위해 준비한
     아껴둔 눈물을 나눌 것이며
     네게서 기쁨이 있는 날
     함께 할 웃음소리는 넉넉할 것이다

     나의 신부여
     너만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말은
     언제나 꺼내기 어려워 망설였지만
     내 삶의 어디쯤에서 너를
     다시 바라볼 때면
     오직 한 사람의 사랑이 내게 있음을
     늘 고마운 얼굴로써
     너에게 미소지을 수 있으리

     푸른 바람을 안고
     낙엽 지는 곳에서 만났던
     우리는,
     이미 둘이 되어버림을 잃어버린
     너와 나인 까닭에...

  민형이 유진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죠.
  민형이 유진을 보며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거 사랑한다고 말했던 거... 내가 준상일 닮았기 때문이었나요?"
  유진은 민형의 이 물음에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잠시의 멈춤도 없이 말합니다.
     "아니요. 민형씨는 민형씨니까... 그리고 준상인... 준상이로... 나 두 사람 다 좋아했어요."
  민형은 유진의 대답에 戀歌 2부에서 유진이 자신을 기억해 주려고 여러 가지를 묻던 장면을 회상이라도 하듯이... 아니 유진의 드레스 입은 지금의 모습을 뇌리에 각인刻印이라도 하려는 듯 바라보다가 말합니다. 힘겹게...
     "고마워요..."

  저... 유진의 대답을 들으면서 김기만님의 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면 좋겠어요.
     하나면 행복하겠어요.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적지만
     둘로 나누면 너무 적지만
     그대와 나 사이엔
     하나면 행복하겠어요.

     무언가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소망
     가을가에 흐르는 미소
     그대에게 보여줄 화려함은 없을지라도
     늘 푸른 하늘같은 마음 하나.
     그대와 나 사이엔
     하나면 행복하겠어요.

     그리운 이여
     아름다운 이여
     하나면 좋겠어요.
     그대와 나 사이
     나눌 수 있는 마음 하나면
     정말 행복하겠어요.

  민형의 말에서는 이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나에게 꼭 한가지 걱정거리를 꼽으라면
     그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나에게 꼭 한가지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나에게 꼭 한가지 해야 할 일이 생각난다면
     그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나에게 꼭 한가지 행복의 꿈을 꾸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마지막 장면쯤에 나오는 유진과 상혁을 보면서 김태길님의 글이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 같은 그들을 보면서 말입니다.

  가령 여기에 냉철하고 합리적인 두 사람이 있어서 그들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그들 사이가 원만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서로의 사이에 미움도 없고 사랑도 없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관계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관계를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무관심은 미움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욱 멀리 떼어놓는 심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민형의 방 앞에서 고민하는 유진을 보면서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어느 겨울날 내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보이지 않는 희망을 쫓아 허우적거리던 내 마음에....
     한없는 기쁨으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나에게...
     봄바람과 같이 잠시 다가와 내 마음의 얼음을 녹여주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그 현실을 믿을 수 없어... 난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 지나 다시 새로운 봄이 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지껏 버티고 있습니다...
     난 아직은 그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득 문득 그와의 추억에 젖어봅니다
     그러면 나의 사랑으로 인해 기뻐하던 당신의 얼굴이 떠오르고
     나의 얼굴엔 잠시나마 행복의 미소가 나를 위로합니다.

     언젠가 당신이 돌아올 그 날이 오면....
     나의 사랑으로 당신을 채우려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나를 채우려할 것입니다.
     다시는 그대가 떠나지 못하도록.....
     내가 당신의 소유임을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바로 나이기에....

     그 날이 오면....
     기뻐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미 나의 마음에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기에......
     단지 그대 힘든 여행에서 돌아왔으니.....
     편히 쉴 수 있게 가슴을 따뜻이 하여 빌려드리겠습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나의 마음을 모두 비워두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다시 채울 수 있게....
     ...
     당신은 그저 그 날을 선택하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어렵게 끝까지는 적었는데, 이번 회에서는 지우님이 굉장히 피곤하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기가 측은할 정도로 말입니다.

  戀歌 14부는 다음에 적어야겠습니다.
  너무 졸려서요.

  그럼...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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