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歌 13부의 유진과 민형을 보며...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민형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대 나를 보고
나도 그대를 볼 때
서로 행복합니다.
그대 나를 생각해 주고
나도 그대를 생각해 줄 때
서로 행복합니다.
그대 나를 사랑해 줄 때
나도 그대를 사랑할 때
우린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민형이 유진에게 '유진씨.... 나, 준상이에요.'... 이라고 말할 때의 그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마치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 같더군요.
멀리 있는 걸 그리워할 순 없어,
정말 견딜 수 없이 그리운 건
가까이 있는 거야
저렇게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것
이 말을 들은 유진의 눈을 보았습니다.
아니 유진의 눈과 입에서 나오는 눈빛과 말보다... 울고싶은 마음을 보았습니다.
삼킬 수 없는
짙은 목마름
숨길 수 없는
가슴아픈 이별
가질 수 없는
애달픈 내 연인
이 허전함
이 쓸쓸함
이 외로움
울지 마라
가슴아
울지를 마
민형이 상혁이를 치는 장면이 나오죠.
저... 민형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상혁이 비겁하고, 자기가 원망스럽겠죠.
아무 것도 기억 못하는 자신...
자신이 준상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때, 유진에게 말한 그림자 나라에 홀로 서 있는 기분...
그러나 민형의 그런 모습에 놀라는 유진을 보면서 정채봉님의 글이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은
억눌린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
나 아닌 다른 이를
억눌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기분에 솔직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요.
상대에게 함부로 말하는 말이
폭력이 될 수도 있지요.
택시 안에서 유진과 상혁이 나누는 대사가 있죠.
적어도 몇 시간 전前까지는 모든 것이 행복 그 자체였는데... 지금은 금방이라도 유진이 떠날 것처럼 불안해하는 상혁을 보면서 이 글이 생각났습니다.
때에 따라 동일한 대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때마다 마음의 주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의 주인은 항상 변한다. 어느 날은 정의가, 어느 날은 탐욕이, 어느 날은 진실이, 어느 날은 거짓이 마음의 주인으로 자리잡는다. 탐욕이나 거짓이 마음의 주인으로 자리잡으면 그때는 도적이 된다.
상혁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죠.
상혁이 유진을 보며 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약속해.... 다시는 이민형 그 사람 만나지 않겠다고 말 듣지 않겠다고 그 사람 말 믿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래 나도 이해해... 이민형씨 저러는 거 나도 이해한다구... 나도
너무너무 절실하게 준상이가 되고 싶었으니까."
저... 상혁이 이 말을 할 때 戀歌 9부에서 상혁이 스키장 콘도 로비에서 하는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 사랑하지 않아도 돼.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구!!! 어차피 이제까지 나 혼자 사랑한 거잖아.
그냥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 옆에만 있어주면 된다구."
그리고 이나미님의 말도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나누고 싶고
그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질투 때문에
상대방뿐 아니라 자기 인생마저 금가고 망가지는 경우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민망하다.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고
그리워하되 초라하게 매달리지 않는,
보다 성숙한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고 그리워하되 초라하게 매달리지 않는 그런 성숙한 사랑...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상혁이 유진을 사랑한다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집착을 넘어서야 한다...는 마음이 듭니다.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거듭 하는 상혁의 말에 약속해 주는 유진을 보면서... 유진이 혹시 상혁을 '유츄프라 카치아'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유츄프라 카치아..결벽증이 강한 식물이랍니다...
누군가.. 혹은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 날로부터 시름시름 앓아 결국엔 죽고 만다는 식물..
결벽증이 강해 누구도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던 식물..
이 식물을 연구한 박사가 있었다는데...
이 식물에 대해 몇십 년을 연구하고 또 그만큼 시들어 죽게 만들었답니다..
결국 박사는...
이 식물이..
어제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한없이 결백하다고 생각했던 이 식물은........
오히려 한없이 고독한 식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유츄프라 카치아는
아프리카 깊은 밀림에서 공기중에 소량의 물과 햇빛으로만 사는 음지식물과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그 식물은 사람의 영혼을 갖고있다고도 합니다...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 시들해져 죽어버리는...그러나
한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고 만져줘야만 살아갈 수 있다 합니다...
집에 들어와서 진숙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유진을 보았습니다.
유진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죠.
"그런가? 내가 너무 준상이 아니냐고 해서... 그래서 그런가?"
이 장면을 보면서 유진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허무해질 때가 있습니다.
눈물이 핑 돌며
힘이 쭉 빠질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싫어지고
나조차 싫어져서
하루쯤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잠이나 푹 잤으면
하고픈 날이 있습니다.
갑자기
살아 있다는 사실이
죄인 양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유진이 민형에게
"민형씨하고 준상이가 얼마나 다른지, 왜 민형씨가 준상이가 될 수 없는지.... 말할게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죠.
준상이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유진을 보면서 이외수님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중에 나오는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는
한 점 먼지에게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가장 하찮은 요소까지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의 계단으로 오르는 문이 열리리라.
유진이 상혁을 선택했다...는 말을 듣고 있는 민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민형의 가슴속에 있는 가로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내 가슴속에 가로등이 하나 켜져 있었지요.
대낮에도 꺼지지 않았고, 내 삶의 중심에서 골목길까지 훤히 비추는.
어떤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내 심장의 피로 불 밝히는 때도 있었지요.
민형의 전화를 받고서 우는 유진을 보며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눈물을 흘려본 이는 인생을 아는 사람입니다.
살아가는 길의 험준하고 뜻 있고 값진 피땀의 노력을 아는 사람이며,
고독한 영혼을 아는 사람이며, 이웃의 따사로운 손길을 아는 사람이며,
가녀린 사람끼리 기대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귀하게 평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눈물로 마음을 씻어낸 사람에게는 사랑이 그의 무기가 됩니다.
용서와 자비를 무기로 사용할 줄 압니다.
눈물로 씻어낸 눈에는 신의 존재가 어리비치웁니다.
강퍅하고 오만하고 교만스러운 눈에는 신神의 모습이 비쳐질 수 없지만,
길고 오랜 울음을 거두고, 모든 존재의 가치를 아는 눈에는
모든 목숨이 고귀하게 보이고,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볼 줄 아는 눈은 이미 신의 눈이기 때문입니다.
유안진님의 '그대 빈손에 이 작은 풀꽃을'중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눈물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사람은 슬퍼도 울고 기뻐도 웁니다. 원통해서도 울지만 감동해도 웁니다. 이별하며 눈물을 흘리고 다시 만나 또 눈물짓습니다. 눈물은 눈을 씻어내지만 결국은 마음을 씻어낸다고 합니다.
거리에서 혼자 앉아 유진을 기다리는 민형을 보면서 헤세의 글이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궁금합니다.
언젠가 윗옷의 단추가 덜렁거릴 때 바늘로 정성껏 꿰매주던 그대,
찢겨진 내 마음은 왜 이대로 내버려두는지.
그다지 슬프지 않은 영화에도 눈물짓던 그대,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에 싸인 날 위해선 왜 울어주지 않는지.
자신보다 남을 더 챙겨줄 줄 알던 그대,
그대를 그리워하다 지쳐
하루를 마감하는 나는 왜 외면하며 모른 척하는지.
호텔 커피숍에서 상혁이 민형에게 하는 말을 들으면서 김시종님의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독화살(毒矢)은 몸을 죽이고,
독한 말(毒言)은 마음을 죽인다.
사람은 말 때문에 타락하고,
말로 인하여 구원을 받는다.
축(軸)에 닿지 않는 말의 폭력에,
곤혹을 겪을 때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새들은 왜 아름다운가?
그들은 말보다 단연 노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학교 신scene에서 두 戀人을 보면서 이 시를 떠올려 봅니다.
그대 갈매기 되어 날아가면
나 잔잔한 바다 되어 함께 가고
그대 비를 맞으며 걸어가면
나 그대 머리 위 천막 되어 누우리라
그대 지쳐 쓰러지면
나 바람 되어 그대 이마 위 땀 식혀 주고
여름 밤 그대 잠 못 이뤄 뒤척이면
방충망 되어 그대 지켜 주리라
눈이 와서 그대 좋아라 소리치면
난 녹지 않는 눈 되어 그대 어깨 위에 앉고
낙엽 떨어지는 날 그대 낙엽 주우면
난 그 낙엽 되어 그대 책 안에 갇히리라
그렇게 언제나 그대 있는 곳에
나 그대의 풍경이 되어 주리라
유진의 방송반 후배가 낭송하는 시를 들으며... 전 유진이 호숫가에서 준상과 나누는 처음 키스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건 여신에 의해 생명의 즙으로 마시는 첫 모금.
그건 정신을 속이고 마음을 슬프게 하는 의심과 속의
나를 기쁨으로 넘치게 하는 믿음 사이의 분계선.
그건 생명의 노래의 시작이며 이상인의 드라마 속의 제1장.
그건 과거의 낯설음과 미래의 밝음을 묶는 굴레
느낌의 침묵과 그 노래 사이의 끈.
그건 네 개의 입술이 마음은 왕자, 사랑은 왕,
성실은 왕관이라고 선언하는 말.
그건 산들바람의 섬세하고 예민한 손가락이,
안도의 한숨과 달콤한 신음을 하고 있는
장미의 입술을 스치는 부드러운 접촉.
그건 사랑하는 이름을 무게와 길이의 세계로부터
꿈과 계시의 세계로 데리고 가는 신비한 떨림의 시작.
그건 두 개 향기로운 꽃의 결합
그리고 제 삼의 영혼의 탄생을 향한 그들 향기의 섞음.
첫눈 마주침이 인간 마음의 들에 여신이 뿌린 씨와 같다면,
첫 키스는 생명의 나뭇가지 끝에 핀 첫 꽃망울.
유진이 소각장에서 노을 속에서의 자신과 준상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 봅니다.
날 저무는 창가에 홀로 앉아 어둠을 맞는 시간
어쩐지 사람이 그립습니다
하얀 박꽃 같은 미소를 지녔음직한 사람
잔잔함으로 가슴 깊이 스며드는
참 사람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힘겨울 때 의지가 되고
내 눈물 닦아 위로가 된 사람
나의 허물을 덮어주고
내 부족함을 고운 눈길로 지켜준 사람
한번 밝혀든 믿음의 등불을 꺼뜨리지 않은 사람
인생 여행을 함께 하며 진실한 의미가 된 사람
삶을 사랑하며 사람을 귀히 여기는 사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그런 사람
생각만 해도 향기가 납니다
잘 익은 과일에서 품어 나오듯
은근한 존재의 향취가
내 영혼을 그윽이 파고듭니다
나도 어느 그리운 이의 가슴에
향기로 남고 싶습니다
정녕 잊을 수 없는 소중한 향기로
오래오래 남아 있고 싶습니다
유진이 피아노 앞에 앉아 독백하는 신scene이 있죠.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어떡해하죠?"
이 장면에서의 유진의 눈을 보며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중에 나오는 글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여기 다음 장면부터는 저녁에 써야겠어요.
솔직히 써 놓고도 올리기가 겁이 납니다.
연가 13회는 진짜 어렵네요.
그럼... '사랑은 아름다운 꿈이다.'라고 말한 W.사프의 말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