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일을 많이 행한 사람일수록 사랑을 받는 그릇이 큽니다. 따라서 큰사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은 큰사랑을 주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릇의 크기만큼만 받고 나머지는 그릇 밖으로 모두 흘려 버리죠. 그리고 그릇 속에 담겨 있는 사랑만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불변한 사랑을 그대에게 드린다면 그대는 어느 정도 크기의 그릇을 내밀 수 있으신지요.
겨울연가 12부의 후반부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서, 이외수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과연 제 그릇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에요.
다시 보면서 유진이 '사랑의 오솔길'로도 불리는 메타세콰이아Metasequoia 나무길을 홀로 걷는 장면을 보니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저도 눈물에는 약한 것인가 봅니다.
민형이 유진을 노을 질 때 보내고, 어두운 길가에서 차에 기대어 눈물 한 방울 흘리는 모습을 볼 때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진실로 그렇게 마음 깊이
가슴 싸하게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아마 없으시겠지요.
앞으로도 없으시겠지요.
하늘을 보고 허공을 보다가
누군가 보고싶어
그냥 굵은 눈물 방울이 땅바닥으로
뚝, 뚝 떨어져 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으시겠지요.
없으실 거예요.
언제까지나 없으시길 바래요.
그건 너무나, 너무나....
눈물 흘리는 민형을 보고 있으니 저와 좀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윤대녕님의 이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상처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더 익숙하고 정들게 느껴집니다. 맑은 건 좋지만 너무 맑은 건 어찌 보면 거짓말 같아 보입니다. 나무 밑동을 잘랐는데 거기 나이테가 안 보이면 느낌이 어떻겠어요. 무늬, 혹은 결이라는 게 없질 않습니까. 그러니 상처가 다 나쁘다고만 생각할 것도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결을 염두에 두고 살아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게 자칫 옹이나 흉터로 남지 않게 마음을 잘 보살피면서 말이죠.
건널목scene에서 상혁이 유진에게 묻는 말이 있죠.
상혁이 심각하게 유진을 보며 말합니다.
"그럼... 만약에 말인데....준상이가 살아있다면..... 어떡할래?"
유진은 그런 상혁을 쳐다보다가 말합니다.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상혁은 유진의 물음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합니다.
"그냥.... 궁금해서.... 만약에....... 준상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래도 너, 내 옆에 있을 거니?"
유진은 좀 불안해 보이는 듯한 상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담배를 뺏어 발로 밟아 불을 끄고 꼭 안아주며 말합니다.
"상혁아..... 그런 얘기는 필요 없어...... 준상이는 죽었잖아."
이 대사 들으면서 상혁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안진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잘못을 저질러본 다음에야 교만했던 눈길은 깊어지고, 경박했던 입술은 무겁게 닫혀지고, 빳빳했던 목고개는 숙여진다. 겸손이란 모름지기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야 알아지는 것이니까.
상혁을 따뜻하게 포옹하는 유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눈이 머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볼 줄 압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약점과 결점을 분명하게 꿰뚫어 볼 줄 압니다. 하지만 사랑은 그러한 약점과 결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물론 결점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법입니다.
민형이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자신이 살던 옛집에 찾아가 준상의 흑백사진을 보는 장면이 나오죠.
이 장면 보면서 한수산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그때 몰랐었다. 그랬으리라, 그런 것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랑이 싹트고 자라난다는 것을. 사랑은 그렇게 특별한 것도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먼지가 쌓이듯이 그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날 그 먼지를 닦아낼 때 그 밑에서 드러나는 가구의 선명한 윤기처럼 바로 그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유진이 진숙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준상이를 보면 툭... 하고 떨어진 느낌이 있었어... 그런 게 있었어... 내 마음이...
내 심장의 박동이... 온통 준상이를 향해 있는 그런 느낌...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이런 게 운명이구나 했어... 준상이 죽고 나서 다시는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민형씨 만나고.. 어느 순간 또... 툭... 그러더라... 얼굴이 같아서가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머릿속 생각과는 상관없이.. 심장이 뛰는 느낌... 준상이가 있을 때처럼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는 기분... 민형씨가.. 다시 느끼게 해줬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민형씨와 준상이..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 내 마음은.. 두 사람을 같이 느꼈어... 이상한 얘기
같지만... 내 마음 속에서 준상인... 이민형씨와 한 사람 같았어."
저... 유진의 이 얘기를 들으면서 은희경님의 이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만나지 않는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다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위를 좀 크게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집이거나 같은 장소가 아니라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라고,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은 살아가고 나는 그 어딘가의 당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 뒤나 일 년 뒤가 아니고 십 년이나 이십 년 뒤면 어떻습니까. 언젠가는 만날 당신, 그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그러면서 상혁에게.. 진숙에게 지금 했던 말을 먼저 했더라면... 아니 나 지난 10년동안 이런 사랑의 흉터를 가지고 살아 왔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 중에 흉터는 빼놓을 수 없지.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야. 그러나 외면당하고 학대받는 이 흉터도 때로 산 교육이 될 때가 있어. 흉터는 상처가 남긴 것이지. 상처에 대항했다는 뜻으로 말이야. 묵묵히 걷다가 넘어진 것이라도 그 순간엔 찡하니 아팠을 테니까 결국 흉터는 아픔에 대항하여 몸부림 친 흔적이지. 그래서 흉터는 훌륭한 거야. 다쳐 보지 않은 사람보다야 다쳐 본 사람, 노력한 사람, 시간을 아껴 쓴 사람이 체험적이고 맛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상혁이 민형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이 나오죠.
이 장면 보면서 이 글이 떠올랐습니다. 이 비유가 여기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리 여우가 토끼를 쫓고 있었지만 결코 토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여우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뛰지만 토끼는 살기 위해 뛰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간절히 원하십시오. 지금 무엇을 하지 못하거나 일이 안되는 것은 그만큼 간절히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행한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힘이 모자랄지라도 간절하게 원할 땐 자연스러운 용기와 적극적 행동이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커다란 능력이 발휘되는 법입니다. 지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간절히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십시오.
상혁이 민형에게 하는 '유진 앞에 제발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말을 들으면서 전 왜 이 말이 떠올랐을까요?
툭 하면 남을 비난하고 원망하면서 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 그만큼 자신이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下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자기 스스로가 연출해야 하는 지혜와 용기를 다했다면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기 때문이다.
민형이 혼자 술을 마시며 거울을 보는 장면이 있죠.
이 장면을 보는 데 이 글이 떠오르네요. 상혁에게는 미안하지만...
얼음이 아무리 두꺼운들 실날같은 봄바람을 어찌 이기며,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천지를 한 입에 삼킬 것 같아도, 구름이란 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무게를 못 이기어 빗방울이 되고 마는 법. 기다리면 때가 안 오랴.
전 겨울연가 12부 마지막에 민형이 유진과 상혁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모임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이 말이 떠올랐을 거 같습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건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죠.
민형은 그 모임에 나타나고 모든 이들을 혼란속에 빠뜨리죠.
그리고 나가는 길에 유진을 만나고... 유진에게 이렇게 말하죠.
"유진씨.... 나, 준상이에요."
솔직히 이 장면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 떠오릅니다.
다만 멍할 뿐입니다.
연가 12부를 제 나름대로 적어보았는데... 그래도 느낌이 솔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다시 보면 다른 생각이 나거든요.
연가 11부와 12부를 보면서 내내 떠오르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글입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리는데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아하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연꽃을 제대로 보고 그 신비스런 향기를 들으려면 이슬이 걷히기 전 이른 아침이어야 한다.
아마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인 거 같습니다.
'사랑의 감정은 연기나 기침을 감추기 어렵듯이 오래 감춰 두기 어렵다.'는 말처럼 드러 내놓는 사랑을 하는 스타지우님들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일까 합니다.
그럼... 솔직한 하루 되세요.
겨울연가 12부의 후반부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서, 이외수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과연 제 그릇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에요.
다시 보면서 유진이 '사랑의 오솔길'로도 불리는 메타세콰이아Metasequoia 나무길을 홀로 걷는 장면을 보니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저도 눈물에는 약한 것인가 봅니다.
민형이 유진을 노을 질 때 보내고, 어두운 길가에서 차에 기대어 눈물 한 방울 흘리는 모습을 볼 때 이 시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진실로 그렇게 마음 깊이
가슴 싸하게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아마 없으시겠지요.
앞으로도 없으시겠지요.
하늘을 보고 허공을 보다가
누군가 보고싶어
그냥 굵은 눈물 방울이 땅바닥으로
뚝, 뚝 떨어져 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으시겠지요.
없으실 거예요.
언제까지나 없으시길 바래요.
그건 너무나, 너무나....
눈물 흘리는 민형을 보고 있으니 저와 좀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윤대녕님의 이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상처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더 익숙하고 정들게 느껴집니다. 맑은 건 좋지만 너무 맑은 건 어찌 보면 거짓말 같아 보입니다. 나무 밑동을 잘랐는데 거기 나이테가 안 보이면 느낌이 어떻겠어요. 무늬, 혹은 결이라는 게 없질 않습니까. 그러니 상처가 다 나쁘다고만 생각할 것도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결을 염두에 두고 살아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게 자칫 옹이나 흉터로 남지 않게 마음을 잘 보살피면서 말이죠.
건널목scene에서 상혁이 유진에게 묻는 말이 있죠.
상혁이 심각하게 유진을 보며 말합니다.
"그럼... 만약에 말인데....준상이가 살아있다면..... 어떡할래?"
유진은 그런 상혁을 쳐다보다가 말합니다.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상혁은 유진의 물음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말합니다.
"그냥.... 궁금해서.... 만약에....... 준상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래도 너, 내 옆에 있을 거니?"
유진은 좀 불안해 보이는 듯한 상혁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담배를 뺏어 발로 밟아 불을 끄고 꼭 안아주며 말합니다.
"상혁아..... 그런 얘기는 필요 없어...... 준상이는 죽었잖아."
이 대사 들으면서 상혁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안진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잘못을 저질러본 다음에야 교만했던 눈길은 깊어지고, 경박했던 입술은 무겁게 닫혀지고, 빳빳했던 목고개는 숙여진다. 겸손이란 모름지기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야 알아지는 것이니까.
상혁을 따뜻하게 포옹하는 유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눈이 머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볼 줄 압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약점과 결점을 분명하게 꿰뚫어 볼 줄 압니다. 하지만 사랑은 그러한 약점과 결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물론 결점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법입니다.
민형이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자신이 살던 옛집에 찾아가 준상의 흑백사진을 보는 장면이 나오죠.
이 장면 보면서 한수산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그때 몰랐었다. 그랬으리라, 그런 것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사랑이 싹트고 자라난다는 것을. 사랑은 그렇게 특별한 것도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먼지가 쌓이듯이 그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날 그 먼지를 닦아낼 때 그 밑에서 드러나는 가구의 선명한 윤기처럼 바로 그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유진이 진숙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준상이를 보면 툭... 하고 떨어진 느낌이 있었어... 그런 게 있었어... 내 마음이...
내 심장의 박동이... 온통 준상이를 향해 있는 그런 느낌...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이런 게 운명이구나 했어... 준상이 죽고 나서 다시는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민형씨 만나고.. 어느 순간 또... 툭... 그러더라... 얼굴이 같아서가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머릿속 생각과는 상관없이.. 심장이 뛰는 느낌... 준상이가 있을 때처럼
그렇게 가슴 두근거리는 기분... 민형씨가.. 다시 느끼게 해줬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민형씨와 준상이..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 내 마음은.. 두 사람을 같이 느꼈어... 이상한 얘기
같지만... 내 마음 속에서 준상인... 이민형씨와 한 사람 같았어."
저... 유진의 이 얘기를 들으면서 은희경님의 이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만나지 않는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다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위를 좀 크게 생각하면 됩니다. 같은 집이거나 같은 장소가 아니라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라고,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은 살아가고 나는 그 어딘가의 당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 뒤나 일 년 뒤가 아니고 십 년이나 이십 년 뒤면 어떻습니까. 언젠가는 만날 당신, 그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그러면서 상혁에게.. 진숙에게 지금 했던 말을 먼저 했더라면... 아니 나 지난 10년동안 이런 사랑의 흉터를 가지고 살아 왔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 중에 흉터는 빼놓을 수 없지.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야. 그러나 외면당하고 학대받는 이 흉터도 때로 산 교육이 될 때가 있어. 흉터는 상처가 남긴 것이지. 상처에 대항했다는 뜻으로 말이야. 묵묵히 걷다가 넘어진 것이라도 그 순간엔 찡하니 아팠을 테니까 결국 흉터는 아픔에 대항하여 몸부림 친 흔적이지. 그래서 흉터는 훌륭한 거야. 다쳐 보지 않은 사람보다야 다쳐 본 사람, 노력한 사람, 시간을 아껴 쓴 사람이 체험적이고 맛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상혁이 민형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이 나오죠.
이 장면 보면서 이 글이 떠올랐습니다. 이 비유가 여기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리 여우가 토끼를 쫓고 있었지만 결코 토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여우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뛰지만 토끼는 살기 위해 뛰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간절히 원하십시오. 지금 무엇을 하지 못하거나 일이 안되는 것은 그만큼 간절히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행한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힘이 모자랄지라도 간절하게 원할 땐 자연스러운 용기와 적극적 행동이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커다란 능력이 발휘되는 법입니다. 지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간절히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원하십시오.
상혁이 민형에게 하는 '유진 앞에 제발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말을 들으면서 전 왜 이 말이 떠올랐을까요?
툭 하면 남을 비난하고 원망하면서 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 그만큼 자신이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下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자기 스스로가 연출해야 하는 지혜와 용기를 다했다면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기 때문이다.
민형이 혼자 술을 마시며 거울을 보는 장면이 있죠.
이 장면을 보는 데 이 글이 떠오르네요. 상혁에게는 미안하지만...
얼음이 아무리 두꺼운들 실날같은 봄바람을 어찌 이기며,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천지를 한 입에 삼킬 것 같아도, 구름이란 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무게를 못 이기어 빗방울이 되고 마는 법. 기다리면 때가 안 오랴.
전 겨울연가 12부 마지막에 민형이 유진과 상혁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모임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이 말이 떠올랐을 거 같습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건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죠.
민형은 그 모임에 나타나고 모든 이들을 혼란속에 빠뜨리죠.
그리고 나가는 길에 유진을 만나고... 유진에게 이렇게 말하죠.
"유진씨.... 나, 준상이에요."
솔직히 이 장면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 떠오릅니다.
다만 멍할 뿐입니다.
연가 12부를 제 나름대로 적어보았는데... 그래도 느낌이 솔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다시 보면 다른 생각이 나거든요.
연가 11부와 12부를 보면서 내내 떠오르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글입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리는데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아하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연꽃을 제대로 보고 그 신비스런 향기를 들으려면 이슬이 걷히기 전 이른 아침이어야 한다.
아마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인 거 같습니다.
'사랑의 감정은 연기나 기침을 감추기 어렵듯이 오래 감춰 두기 어렵다.'는 말처럼 드러 내놓는 사랑을 하는 스타지우님들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일까 합니다.
그럼... 솔직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