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님의 질문에 대하여...

조회 수 9991 2002.02.27 21:35:28
"사랑이란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예요(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겨울연가 11부에서 유진이 폴라리스 목거리를 민형에게 건네주는 장면에서 '러브스토리'에서 제니가 올리버에게 하는 마지막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낮에 사무실에서 민형과 유진이 신호등까지 가는 신scene까지는 보았는데, 참 둘 다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라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사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사랑할 대상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것이 좀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자기와 맞는 꼴이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들은 숱한 이별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사랑은 완전한 소유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할 수 없을지라도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린 충분히 위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찾아간다. 바다를 꿈꾸는 달팽이처럼 평생을 그렇게 사랑을 구원이라 믿으면서 어디론가 향한다. 때로는 제자리를 맴돌기도 하고 뒤로 후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는 그 자리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좁은 곳을 헤매고 있었나를 알게 될 것이다. 마치 바다를 향해 평생을 꿈틀대는 달팽이처럼...

  겨울연가 11부의 유진을 보면서 참 허허로운 웃음을 짓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진을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벽들이 지금 조금씩 조여들고 있구나... 어느 정도의 넓이가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조여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좁아졌구나... 하는 생각이요.

  미애님이 묻더군요. 제가 상혁이라면 상혁이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냐구요?
  글쎄요. 이 질문 잘못 대답하면 여론輿論의 지탄을 받을 거 같아 조심스러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상혁이가 결코 될 수가 없다는 거죠.
  전 실패한 사랑이고, 상혁이는 진행중인 사랑이니깐요.

  그래도 저에게 답을 원하신다면... 테클라 매룰로의 詩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누구나 솔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실한 사람의 아름다움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습니다.
      솔직함은 겸손이고,
      두려움 없는 용기입니다.

      잘못으로 부서진 것을
      솔직함으로 건설한다면
      어떤 폭풍에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이 있습니다.

      가장 연약한 사람이 솔직할 수 있으며,
      가장 여유로운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전 상혁이에게 지금은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자신이 유진을 안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친구의 우정友情에서 연인戀人의 사랑으로 발전한 감정이 그를 발목 잡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알겠죠...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자신이 얼마나 추한지.
  어쩌면 밤마다 그 누군가에게 기도할 지도 모르죠.

     '유진을 지킬 수 있게 해 달라고'

  후안 마누엘의 수필집 '선과 악을 다루는35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은 바로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은 인간으로 하여금 노력하게 하며 성실과 좋은 습관으로 선행을 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은 아주 나쁘고 추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숨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숨어서 나쁜 일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그 일이 밝혀졌을 때 얼마나 부끄러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상혁이 이 말을 안다면 노력하겠죠. 자신의 부끄러움 때문에 더욱 더 유진에게 잘 하겠죠.
  물론 상혁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겠죠.

  쓰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유진... 상혁... 민형...

  이들을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사랑이라는 말처럼 달콤한 말은 없는데... 전 자꾸 정호승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 게 아니야.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윽해지는 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살짝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야. 사랑도 그와 같이 오래되면 평생을 같이하는 친구처럼 어떤 우정 같은 게 생기는 거야.

  스타지우님들... 제가 너무 상혁을 좋게만 보려고 하는 거 같죠.
  마음이 넓으신 님들이 이해해 주세요.
  물론 겨울연가 11부 처음에 나오는 유열과 상혁의 대화를 듣고서는 저 자식 잡아다가 제가 아는 고문이라는 고문은 다 하고 싶었으니깐요.
  그래도... 전 실패한 사랑보다는 지키는 사랑을 보고 싶거든요.

  겨울연가 11부의 유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적어야겠어요.
  일거리를 집에까지 가지고 왔거든요.
  아무래도 커피를 친구 삼아 밤을 지내야 할 거 같아요.

  '사랑은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라고 말한 Oliver Wendell Holmes의 말처럼 꿈속에서 모두 행복의 문을 여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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