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열풍이지 한류열풍 아니다

조회 수 4388 2004.09.23 07:58:28
스타지우

[한·일 기자 한류대담] '겨울연가' 열풍이지 한류열풍 아니다  

[일간스포츠 이은정 기자]
▲ 본지 이은정 기자가 ‘한국통’으로 알려진 일본<산케이스포츠>우사미 기자(오른쪽)와 일본 속 한류에 대해 2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산케이스포츠의 우사미(宇佐美.39) 문화보도부 기자와는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 6월 박용하의 일본 쇼케이스 당시 만났던 그는 이미 일본 언론계에서 '한국통'으로 불린다. 우사미 기자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 가수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1988년)를 부른 가수 이지연이 좋아 대학시절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지금은 산케이스포츠에서 대중문화를 담당하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한국을 방문한다. 또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하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 접속자수가 5만 건 이상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일 스포츠지 기자가 도쿄에서 도킹, '일본 속 한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은정(이하 이): 일본 내 <겨울연가>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배우와 대사가 인기를 끌고, 패션이 유행했지만 일본만큼 열풍은 아니었다.

우사미(이하 우): 지난 아테네올림픽 기간 중 일본 드라마 시청률이 대부분 하락했는데 그 시기 방송됐던 <겨울연가> 최종회는 20%를 기록했다. 대단한 수치다.

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일본에 '베컴사마'가 떴고 이어 '욘사마'로 대체됐다. 한국 남성을 대표하게 된 배용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우: 그룹 스마프(SMAP) 멤버인 기무라 다쿠야,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배우 오다 유지, 배우 다카하시 가쓰노리 등이 일본 대표적인 인기 스타다. 외국 배우인 배용준은 무척 신선했다. 무척 예의가 바르고 팬들에게 친절했다. 또 웃는 얼굴도 인상적이다. 일본 드라마의 주 시청자는 여성이다. 배용준을 보러 공항에 마중 나간 것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팬들이었다.

이: 한국은 1980년대 유덕화 주윤발 장국영 등 홍콩 배우들에게 열광했다. 지금 일본은 배용준 원빈 이병헌 장동건을 '4대 천황'으로 칭할 정도인데 이 정도면 한류붐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우: 가장 드러난 한류의 기폭제가 <겨울연가>였다. 냉정하게 보면 <겨울연가> 열풍이지 한류 열풍은 아니다.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류 모두 <겨울연가> 스타다.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가 많지만 한국에서 대히트한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도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지금은 <겨울연가>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단계다. 과도기인 만큼 이를 증폭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니혼 TV가 10월 오전 시간에 한국드라마를 편성했고 후지 TV가 <천국의 계단>, NHK가 <대장금>을 방송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연이어 히트상품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 그렇다면 한류가 <겨울연가>와 일부 배우에만 국한된다는 얘기인가. 가수 보아도 우타다 히카루, 하마사키 아유미, 나카시마 미카 등 J-POP 톱3 여가수와 견줘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이수영 쥬얼리 베이비복스 슈가 신화가 이미 일본에 진출했고 신승훈 세븐 등도 올 가을 일본에 본격 진출한다. 그만큼 J-POP 시장에서 K-POP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 아닌가.

우: 현재 진출한 가수의 인지도는 일부 마니아에 국한돼 있다. 보아만이 성공했다. 노래와 춤 실력도 뛰어나지만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일본어로 의사 소통이 된다는 점이다. 데뷔 때부터 일본을 겨냥, 트레이닝받았고 굳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숨기진 않았지만 일본어를 곧잘 해 J-POP 가수로 인식돼 있다. 또 시대 흐름도 잘 맞았다. 아무로 나미에가 전성기에서 하락중이었고 하마사키 아유미는 보아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이: <겨울연가>의 후광을 입었지만 연기자 겸 가수인 박용하와 <겨울연가> 주제가를 부른 류는 정착을 잘한 셈 아닌가. 이들의 쇼케이스에 7000명의 팬이 몰려 '욘하짱' '류사마'라며 열광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음반이 두 달만에 20만 장 이상 팔려 오리콘차트에도 올랐다. 또 박용하는 후지 TV <동경만경> 촬영팀이 대본까지 수정해 가며 한국에 들어와 카메오인 그를 엔딩 컷으로 잡았다. 단순한 반응은 아닌 것 같다.

우: 박용하 류는 귀에 익은 한국 노래를 일본 노래로 개사해 부르는 정도다. 이수영이나 쥬얼리는 일본 작곡가가 쓴 곡으로 만든 음반을 발매했는데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 활동하던 오리지널 이수영이 좋다. 일본풍 노래를 불러 오히려 생경했다.

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한류로 이어가기 위해 한국의 연예인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일본 진출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충고할 점이 있나. 한국에서도 '너도 나도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우: 매니지먼트사는 기획력을 갖춰야 하고 연예인들은 일본어를 공부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보통 한국 가수의 경우 노래보다 사인회만 하고 돌아가는데 절대 금물이다. 최소 6개월 이상 체류하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가수는 음반만 발매하고 돌아간다. 또 일본은 문화 콘텐츠를 수용하는 폭이 넓은 나라다. 드라마 영화 음반 등 다양한 장르와 일본에 들어맞는 마케팅 전략을 짜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종합해보면 일본 내 한류 열풍을 거론하기엔 이른감이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어쩌면 일본의 갑작스런 관심에 한국이 너무 들떴는지도 모른다. 올해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돼 한국에서도 일본 드라마와 음반이 속속 수입됐지만 <겨울연가> 같은 ''대박 상품'은 없었다. <겨울연가>가 한·일 문화 교류 계기의 견인차가 되려면 일방통행 같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관심보다 한국이 일본 문화 콘텐츠를 수용하려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우: 맞다. 지금은 일방통행 사랑이다. 요즘에는 한국 가는 비행기 좌석이 없을 정도다. 5년 전에는 서울에 일본인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명동 압구정 어디든 많다.(웃음)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스타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꾼 건 사실이다. 역사적인 앙금이 남아있지만 문화교류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없다.

도쿄=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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