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지우
[연예in] 여리지만 독한 '귀여운 공주님' 최지우

[스포츠서울 2004-07-28 13:12]  

[스포츠서울] 한여름 낮,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톱스타 최지우와 떡볶이를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다.

최지우는 출출한 배를 위로해줄 메뉴로 떡볶이를 지목했고, 인터뷰 사이사이 손가락만 한 떡을 척척 베어물었다.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면서 "원래 뭐든 잘 먹어요.

어떤 작품이든 일단 흑염소 한마리 잡아먹고 시작하면 밤샘 촬영을 밥 먹듯 해도 끄떡없다니까요"라며 웃는 모습이 만 서른살을 앞둔 아가씨가 맞나 싶게 천진하다.

그는 지난 22일 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만나고 돌아왔다. 당시 국빈급 인사가 주로 찾는 일본 동경의 뉴오타니호텔 사장이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처음으로 로비에까지 나와 최지우를 직접 맞았다는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최지우는 일본에 갈 때마다 여느 대통령 못지않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의 일본 내 애칭이 ‘히메(공주)’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눈앞에서 소탈하게 떡볶이를 먹고 있는 그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며 일탈을 즐기던 ‘공주’ 오드리 헵번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국을 넘어 일본, 또 다른 아시아 국가에 ‘순수표’ 매력을 무섭게 전파하고 있는 최지우는 30일 개봉되는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장현수 감독·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로 아시아 전역을 사로잡을 작품 이력을 또 하나 추가한다.

최지우의 출연작이라면 단막극도 삭삭 긁어 사들인다는 일본에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가(550만달러)로 사전 판매된 이 작품은 최지우의 순진하고 대담한 매력을 제법 ‘쇼킹’하게 실어나르고 있다.

세 자매와 한 남자의 ‘동시다발 섹시 연애담’인 이 영화에서 그는 27세의 나이에 연애경험 한번 없는 순진녀에서 이병헌을 통해 성(性)과 사랑에 눈뜨는 둘째딸 ‘선영’으로 나와 코믹하게 망가진다.

“시사회에서 제 베드신이 나올 때 의자 뒤로 숨었잖아요. 창피해서요. 베드신이 있어 첨엔 솔직히 출연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배역도, 전체 내용도 흥미로워 놓칠 순 없었죠. 비록 영화에선 잘렸지만 노출에 몸사린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촬영할 때 가슴을 ‘공사’(천이나 테이프 등으로 가리는 처리)하고 등도 시원하게 노출했어요. 베드신을 놓고 저 혼자 사전에 많이 연구했거든요. 병헌 오빠 등에다 혀를 대는 장면도 시나리오엔 구체적으로 없는 설정이에요.”

최지우는 “그거 너무 야하지 않았나요?”라며 부끄럽다는 듯 코를 찡긋거렸다.

최지우가 이병헌에게 ‘18’자가 들어가는 욕설을 던지는 장면도 이 영화의 폭소 명장면이다. 실제로도 애용하는 욕이 있느냐고 했더니 그의 대답은 “미친 ××요”였다.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화나면 혼잣말로 이 욕을 궁시렁댄다며 까르르 웃었다. 거침 없고 애교 있는 최지우의 말투는 정말 귀엽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최지우가 욕설과 용감한 생애 첫 베드신으로 나름의 파격을 가한 게 짜릿했다.

안방극장에서 최지우는 흥행타율 100%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다. ‘한류 여왕’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데에는 차근차근 구축해온 탄탄한 콘텐츠도 무시 못할 요소다. 그는 분명 연기폭이 넓은 변신의 귀재는 아니지만, 순진무구한 눈물과 착한 이미지로 여러 사람의 감성을 순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독보적인 장기가 있다.

하지만 ‘지성미 콤플렉스’에 빠진 일각에서는 최지우의 이런 특기를 과소평가했다. 바다 건너 열도 사람들이 더 ‘귀하게’ 최지우의 진가를 인정해주고 있다.

한데 ‘누구나~’에서는 그런 시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듯 최지우는 ‘순진표’ 연기를 극대화해 자유롭게 활보한다.

최지우의 최루성 멜로 삼부작이랄 수 있는 STV ‘아름다운 날들’, K2TV ‘겨울연가’, STV ‘천국의 계단’ 등을 거치면서 그는 연기란 게 참 좋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고,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연기했다. 그러나 그때를 떠올리는 그의 기억에 ‘명(明)’과 더불어 ‘암(暗)’도 있다.

“가장 기운이 빠졌던 시기이기도 해요. 왜 사람들은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 다른 걸 가지고 얘기할까 하고 속상해했죠. 매니저에게 ‘실장님’이라고 불렀더니 지나가다 ‘와, 발음을 제대로 하네’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별의별 해괴한 소문도 돌고요. 그리고 왜 제가 새 드라마만 시작하면 코를 성형했다고들 그러죠?”

인터뷰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싶더니 최지우는 손가락으로 돼지코를 만들어 빙빙 돌리며 “저, 정말 안 고쳤어요”라고 깜찍하게 항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 100% 후천적인 배우예요.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는 많이 쑥스러워요. 그래도 제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힘들어도 계속해야겠다 싶죠. 다행히 나이가 들어서인지 나쁜 뒷얘기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요새는 인사성 없는 후배들한테 ‘군기’도 다 잡는다니까요. 별로 무서워하는 것 같진 않지만요.”(웃음)

바람피우는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용서할 수 없고, 사랑 때문에 이불 뒤집어쓰고 울어본 적은 없다는 최지우. 여리지만 한편으로는 대범하고 독한 이 ‘귀여운 공주님’을 우리도 이제는 좀 더 소중하게 대접해야 할 때가 왔다.

조재원기자 jon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5 [스포츠조선]최지우, 日서 자신 이름 붙인 브랜드 상품 출시 스타지우 2004-08-05 5595
564 [이은정 취중토크]어느덧 뻔뻔한 서른 최지우 스타지우 2004-08-02 8014
563 [헤드럴경제]日방송 `지우히메` 신드롬 스타지우 2004-08-02 4821
562 [스포츠한국]"배용준·최지우 온다" 일본이 '들썩'外 스타지우 2004-08-02 4385
561 [기사]`누구나 비밀..` 관객평 `야한 줄만 알았는데, 넘 웃겨` 스타지우 2004-08-02 4482
560 [굿데이]마쓰이 "예쁜 최지우 가장 좋아"…겨울연가에 '푹' 스타지우 2004-07-31 5568
559 [스포츠조선]마쓰이, "최지우 짱!"...日 인터뷰서 "'겨울연가' 전편 다봤다" 스타지우 2004-07-30 6736
558 [스포츠투데이] 최지우…제 키스 맛있죠? "느낌이 중요해"外 스타지우 2004-07-30 7245
557 [스포츠서울]최지우, 日슈퍼스타 기무라 다쿠야에게 또다시 러브콜 스타지우 2004-07-30 4513
556 [스포츠조선]최지우, '누구나 비밀은 있다'서 '욕설+에로틱' 놀라운 변신外 스타지우 2004-07-30 7111
» [스포츠서울]여리지만 독한 '귀여운 공주님' 최지우 스타지우 2004-07-30 4641
554 ........ 뽀대 2004-07-29 4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