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발랄한 로맨틱 히로인

                       
한동안 TV 드라마에서 각광받았던 최지우가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복귀작은 로맨틱 코미디 <피아노 치는 대통령>.
엽기 발랄한 트러블 메이커 여교사로 분한 그녀는 낭만적인 대통령 역의 안성기와
23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는 달콤한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청순 가련형 이미지로 사랑받는 연기자 최지우.
그녀는 담백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아성을
쌓아가고 있다. 혹자는 그녀를 두고 공연하는 남자 배우 덕을 톡톡히 보는 연기자라거나
변신에 약한 정형화된 이미지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배우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착같은 근성과 끈기를 지닌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최지우의 전혀 다른 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는 가련한 얼굴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육점 여주인(박봉곤 가출사건), 마마보이의 아내(올가미),
커리어 우먼(키스할까요), 킬러의 애인(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다채로운 캐릭터로 변신이
가능한 '표정의 조율사'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
전만배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낭만적인 대통령과 트러블 메이커 여교사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여기서 그는 대통령과 '맞짱' 뜨는 여교사로 분해 연기 변신을 꾀한다.
한동안 TV에서 보여준 청순 가련의 이미지를 털어 내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려 하는 것.
이런 그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은 바로 국민 배우 안성기.
그녀는 23살이나 많은 대선배 안성기와 연기 호흡을 맞추며 달콤한 로맨스를 만들어 냈다.

최은수 역할을 맡게 된 계기는?
이미지 변신이 가장 주된 이유겠죠. 물론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영화보다 드라마 이미지가 훨씬 강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겨울연가>의 영향 때문이겠죠. 그래서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안성기의 영향도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지 변신이 첫 번째 이유라면, 안성기 선배님의 권유가 두 번째 이유가 될 거예요.
안 선배님이 제게 전화해 시나리오를 읽어보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읽었다고 대답했더니 선배님이 출연하는데 함께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그러시면서
다시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연락해 달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연기할 배우는 안 선배님 말고 없잖아요.
그래서 안 선배님 믿고 출연하기로 결정한 거죠.

최은수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면?
엽기 발랄한 여선생이죠. 새로 부임한 학급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학생 분장을 할 정도니까.
그러면서도 의리 있는 인물이에요.
초반에는 엽기 발랄한 면이 부각되지만, 대통령과 로맨스를 나누면서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인물로 변해가요.

본인의 원래 성격과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저도 밝고 활달한 성격이에요.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절 처음 보는 분들은 첫인상이 꼭 서울 깍쟁이나 새침데기 같아서 말을 걸기가
어렵다고들 하세요.
특히 남자 분들은 제게 말을 걸면 싸늘한 대답이 날아올 것 같아 대하기 어렵다고 하죠.
약간 낯을 가리는 편이기도 해요. 하지만 저와 친한 분들은 제 성격이 어떻다는 걸 잘 알아요.
간혹 제가 푼수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맡은 역할 가운데 최은수가 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인물일 거예요.

최은수란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 갔나?
촬영에 앞서 따로 준비한 건 없어요.
은수는 밝은 캐릭터인데 연습한다고 밝은 면이 툭 튀어나오는 건 아니니까.
저는 현장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매 신을 찍을 때마다 모두 웃고 즐기면서 촬영했거든요.
안 선배님도 저에게 농담을 건네면서 분위기를 띄워 주셨어요.
그런 것들이 제가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영화 홈페이지에서 보니 대사 호흡이 길어 NG가 많이 나던데, 그 외에 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웃음) NG 많이 냈지요. 밝고 당찬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버하는 역할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고전했어요. 말도 빨리 해야 하고….
그런 걸 잡아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또 제가 3년 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잖아요.
그 사이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드라마 연기가 몸에 배었던 것도
은수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을 주었죠.

최은수가 대통령의 복부에 강한 어퍼컷을 날리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대통령에게 그렇듯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 것 같은가?
(웃음) 못하죠! 설마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그러니까 관객들이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관객들의 상상을 제가 대신 표출하는 거니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잖아요.
저 역시도 연기하면서 무척 재미있었거든요.

만약 영희 같은 문제아가 실제로 자신과 관련된 인물이라면 어떻게 대했을 것 같은가?
아마 은수처럼 했을 거예요.
잘못한 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고치려고 하는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뺨을 때려서라도 고쳐야겠죠. 솔직히 저는 학교 선생님이나 엄마 입장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감싸는 건 문제라고 봐요.
                                               

그럼 본인의 중·고교 시절은 어땠나?
저는 어려서부터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을 모두 좋아했기 때문에 영희처럼
문제아로 성장하진 않았어요. 학교 규율이 워낙에 엄했던 것도 작용했겠지만….
제가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었거든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머리가 길면 선생님이 가위로 머리를 잘라냈어요.
그러니까 머릴 기른다거나 스타일을 바꿔 교복을 입는다는 건 꿈도 못 꿨죠.

안성기와 멜로 연기를 해 본 소감은?
이 영화 전에 <박봉곤 가출사건>과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함께 출연하긴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죠. 촬영장에서 만난 시간보다 오히려 영화제 때 만난 시간이 더 길 정도였으니까요.
앞서 말한 대로 처음에는 안 선배님만 믿고 촬영했어요.
영화계 대 선배님과 공연하니까 안심이 되잖아요. 저보다는 오히려 다른 분들이 걱정을 많이 했죠. 제 파트너가 안성기 선배님이라고 하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제대로 그림이 나오겠어"라며
걱정하는 거예요. 그런 분들이 지금은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해요.
다른 사람들은 안 선배님 하면 국민 배우, 자상한 남편,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겠지만, 저는 달라요. 꼭 개그맨 같아요. 너무 웃겨요. 촬영장에서 어찌나 웃었던지 눈가에 주름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리고 미리 준비해 오는 건지, 아니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촬영장에서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너무 잘 하시는 거예요. 그때마다 당황하면서도 너무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죠. 촬영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면서 상대배우의 연기력을 자연스럽게
최대치로 끌어 올려주는, 말 그대로 "연기의 장인" 같은 분이에요.

영화에선 신분과 나이의 장벽을 극복하고 사랑을 나누는데, 실제로 그런 남자가 나타나면 은수처럼 사랑에 빠질 것 같은가?
(웃음)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하고 사귀어 본 적이 없어요.
또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분들은 제가 막내라서 그런지 아빠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사랑에 나이나 신분이 중요하진 않겠죠.

그럼 이상형의 남자는?
특별한 이상형은 없어요. 음… 제가 하는 일을 최대한 존중해 줄 수 있는 남자라면 좋겠어요.
또 막내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저를 잘 챙겨주는 자상한 남자가 좋아요.
제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는 남자, 그러면서도 친구 같은 남자라면 금상첨화겠죠.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가 완성되고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일 때까지가 피를 말리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개봉 날짜가 다가올수록 심판대에 오른 선수처럼 불안하고 초조하죠.
최근에 영화를 많이 봤어요. <중독>이나 <밀애> <몽정기> 등 한국 영화들은 거의 다 봤거든요.
그런데 한국 영화를 보면 기분이 남달라요. 스크린이 너무 큰 거예요.
너무 커서 얼굴이 이∼만하게 나오기도 하고(이 말을 하면서 최지우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어쩔 때는 세밀한 묘사, 하다못해 병헌 오빠의 얼굴 떨림까지 다 표현될 정도니까
걱정이 앞서는 거 있죠. 내가 어떻게 했을까, 그때 동작은 너무 오버 아닐까,
그때 장면은 너무 조잡해 보이지 않을까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언제 개봉이냐고 물으면 영화가 재미있으니까, 저 연기 잘 했으니까
보러 오세요 라는 말이 안나와요.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대만 금마장 시상식에도 다녀왔는데, 자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나?
이번에 대만 가서 깜짝 놀랐어요. 몇몇 사람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공항부터 호텔까지 팬들이 몰려오는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 한국 연기자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생겼어요.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하는 공약처럼 배우 최지우가 팬들에게 약속하는 공약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제가 <아름다운 날들>보다는 <겨울 연가>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렸고 <겨울 연가>보다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마다 더 나은 연기를 보여 팬들에게 인정받겠다는 것을 말예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앞으로 해야 될 영화나 드라마가 많잖아요.
솔직히 제가 성격파 배우나 카리스마 강한 배우가 되겠다는 말은 못해요.
다만 매 작품마다 실망시키지 않고 조금씩 발전된 연기를 보여드리겠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캐릭터 강한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캐릭터가 제한적인 드라마에서는
거친 여자 역을 맡아보고 싶고, 영화에서는 정통 멜로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다음 출연작은?
아마 드라마보단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지금 몇 작품을 보고 있어요.
홍콩에서 촬영하는 영화도 있고요. 몇 달 쉬었더니 빨리 출연하고 싶어요.


최지우는 최근 아시아 각국에 불어닥친 한류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대만에서 방영 하고 있는 <겨울연가>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고,
또한 이인항 감독이 연출하는 홍콩 영화 <노화청춘>에 캐스팅 되어 활동 영역을
아시아로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배고프다'. 진정한 배우 최지우로 거듭 태어나는 순간까지,
그녀는 줄기차게 영화와 '맞짱' 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글: 임준택 기자, 사진 이정훈  
200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