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짧아지고,남자들은 길어졌다. 또 여자들은 까마귀처럼 새까맣게,남자들은 팔색조처럼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다.

다름 아닌 요즘 젊은 남녀 헤어스타일의 상반된 현상이다. 여성들의 경우 어깨 넘어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리고 새까맣게 염색한 ‘여고생 스타일’로,남성들은 한동안 세련된 남성미의 전형처럼 여겨졌던 레옹 스타일이나 짧은 스포츠형 헤어스타일 대신 ‘장발’을 선호하고 있다.

자끄 데상쥬 헤어디자이너 김태은씨(38·명지대점)는 “여자 손님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긴 머리카락을 가볍게 잘라내고 화려하게 물들였던 머리색도 까맣게 바꿔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가수 채정안을 비롯해 최지우 이영애 김희선 등 연예계 스타들이 영화나 CF,TV 드라마에서 예전의 긴 머리를 잘라버리고 검게 염색을 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회사원 조모씨는 최근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최지우 스타일로 머리를 바꿨다”며 “컬러염색을 한 것보다 검은 머리가 훨씬 얼굴색을 맑고 선명하게 해줘 청순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경우 이와 반대로 장발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항상 양쪽 귀가 훤히 드러나도록 짧게 머리를 쳤던 남성들이 요즘 머리를 기르겠다며 미용실에 발을 뚝 끊고 있는 것. 짧은 머리에 비해 여유롭고 부드러워 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 장발을 선택하는 이유다.

장발족의 출현 역시 고수 이동건 정준호 배용준 등 연예계 스타들의 영향.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 잡지에서 남성들의 장발머리가 주류를 이루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70년대 통기타 가수들의 더벅머리를 연상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냥 내버려 둔 것이 아니라 공들여 가꾼 장발이기 때문. 셔츠깃을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에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주고,여기에 밝은 오렌지나 와인,카키브라운 등으로 색을 입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