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휴일 가벼운 마음으로 집 안 청소하고,
컴퓨터도 가볍게 하다가
예전에 ‘겨울연가’를 보고 저장한 파일들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준상과 유진의
아름답고 순수하며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랑과 함께합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온갖 매체에서 떠들썩하던 2000년 초반에는 사는 것이 힘들어서
TV나 드라마는 저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011년에 운영하던 체육관을 여러 가지 안 좋은 이유로 폐업하고
사랑하던 연인도 떠나고
무기력한 날들,
그때 우연히 예능프로그램(1박2일)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어떤 여배우가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 물놀이 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고
‘히메’ 라고 하기에 일본 핏줄인가? 하는 정도로 생각하다가
‘겨울연가’를 접하게 되었었습니다.
나의 고교 시절에도 나의 유진이가 있어서였는지 모르지만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로 그냥 빨려들어 갔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멀찍이 누워서 보다가, 앉아서 보면서 울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서 울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사발면으로 대충 때우면서 새벽 4시경까지 10회분을 보고
지쳐 자고 일어서나서 그 상태 그대로 나머지 10회분을 본 기억,
알맞게 격정적이면서 전체적으로 서정적이고 잔잔한 울림은
멋진 풍경들과 함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대단하면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들이 삶의 온 궤적을 다 흔들어 놓았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십수 년 넘게 배우는 지식 따위는
정말이지 티끌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겨울연가’에서 감동한 다른 모든 사람 또한 비슷하게 그러했을 것입니다.
‘겨울연가’를 다 본 후에 한 일은
‘겨울연가’를 첫 회부터 다시 보게 될 뿐,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인생을 걸었던 체육관도 폐업하고 사랑하던 연인도 떠나보낸 채,
무기력한 날들 속에서
무너져 가는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빛이 들어 왔습니다,
고교 시절 준상과 유진은 순수하고 애틋한 청춘으로 빛났습니다.
고교 시절 저와 저의 유진도 그러했습니다만,
이후로 서로 아픔을 간직한 채 이십 여년 넘게 다른 곳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일상 속에서 추억의 향기들이 스칠 때마다
준상을 떠올리는 유진이가 되어 버린 삶이 있었습니다.
어찌 ‘겨울연가’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시리즈 전부를 며칠 걸려 2회분을 다 보고 한 일은
첫 회부터 마지막 편까지 다시 빠르게 보기 하며
준상과 유진만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면서
유진의 표정, 말투, 걸음걸이, 몸짓, 다양한 표현들을 함께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겨울연가’ OST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겨울연가’ 속 이미지들을 모두 저장해서 슬라이드로 바탕화면을 만들었으며
그러한 모든 것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마음의 흐름이었습니다.
‘겨울연가’를 보고 나면 여성들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준상이 자리하고
남성들 마음속에는 유진이가 자리 한 채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현실적인 사랑도 그렇게 스며들 듯 와서
웃기고 울리고 실망하고 행복하게 머물다가 떠나가거나
人間이 지닌 내재적인 한계로 인해
함께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빛을 잃은 채로 살아가지만
여성들 마음속의 준상과 남성들 마음속의 유진은 이상향처럼 빛나는 채로 영원합니다.
현실적인 사랑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밖을 나가도 사람들의 이기심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삐쭉대며 찌르는 이 아픈 세상에서,
준상과 유진의 아름답고 순수하며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상향처럼 자리한 사람마다의, 나의 준상 나의 유진도 소중합니다.
‘겨울연가’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준 많은 분을 위해
한 번은 고마움의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유진’ 이가 되어
대단하면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그 이상의 가치들로
많은 사람의 삶의 궤적을 긍정적으로 흔들어 놓은,
많은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해 준
지우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우님이 사랑하는 모든 것,
지우님과 함께 영원하기를
축복하고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