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지우
<누구나 비밀은 있다> 은밀한 비밀이 있으면 행복해

[조선일보 2004-07-25 16:52]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 세 자매의 막내인 미영(김효진)은 ‘사랑은 쇼핑’이라고 믿는 재즈가수다. 그녀는 최수현이란 남자를 나긋나긋하지 않은 성격과 완벽한 매너, 그리고 정열을 갖춘 남자로 바라본다. 오스트리아 작가 바흐만의 시를 좋아하는 선영(최지우)에게 그 남자는 아버지 기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감성의 소유자. 아내를 불어터진 누룽지처럼 보는 남편과의 관계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진영(추상미)에게 그 남자는 자신의 목덜미가 아름다운 것을 처음 알게 해준 동생의 약혼자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성과 사랑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다른 세 자매와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수현(이병헌)이라는 남자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엮였다. 어느 선술집에서나 흔히 들리는 성에 관한 비유나, 되바라진 20대의 설익은 섹스 예찬이 주를 이루는 초반부 미영 이야기의 지루함을 견디면, 남성들의 ‘처녀’ 공략이 왜 재미있는지를 증명하는 선영 얘기가, 그리고 권태기 부부 성상담론과 같은 진영의 얘기가 펼쳐진다.

한 남자를 다르게 기억하는 자매의 시선이나 관계에 대한 묘사보다는 한 남자의 세 여자 ‘정복’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스캔들’처럼 밀고 당기는 심리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세 여자 눈에 비친 다양한 이병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긴장이 빠진 연애담이란 늘어난 뱃살처럼 매력이 없는 법. 비밀이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앙큼한 선언적 결말을 빼고는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싱글즈’가 넘은 성과 결혼에 대한 완고한 담장을 하나도 넘지 못해 아쉽다. 중견 장현수 감독의 7번째 영화.

(박은주 기자)


[인터뷰] '누구나 비밀은~' 영화 속 세 자매

[중앙일보 2004-07-25 21:14]





[중앙일보 이상언 기자.신동연] ▶ 영화에서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세 자매로 연기한 최지우.추상미.김효진씨(위쪽부터). 이들은 "성격이 서로 크게 달라 오히려 편하게 일했다"말했다. 신동연 기자 세 자매가 있다. 20대 초반의 셋째는 사랑을 쇼핑으로 여긴다. 좋은 물건을 고르는 '거래'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문학 소녀인 둘째는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6살 딸을 둔 유부녀인 첫째에게 사랑은 욕망 해소의 수단이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장현수 감독)는 이 세 여인의 사랑에 대한 해석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를 묻는 영화다. 그 속에는 한 완벽한 남자를 통해 셋 모두 자신이 바라는 사랑을 경험한 뒤의 변화를 살펴보는 실험이 등장한다. 결과는 예상대로 쇼핑. 운명.욕망이 아니라 '4.기타(생활과의 타협 및 약간의 애정)'로 나타난다.


영화 속 세 자매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추상미(첫째).최지우(둘째).김효진(셋째) 씨는 사랑과 영화, 그리고 동시에 사랑했던 남자 주인공(이병헌씨)에 대해 이야기 했다. 로맨틱 코메디 형식인 이 영화는 30일 개봉(18세 이상)한다.


-제작이 막 끝났는데 소감은.


"줄거리가 워낙 재미있게 구성돼서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했어요."(김효진)


"오랜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예쁜 동생들과 함께해서 좋았어요."(추상미)


"난생처음 큰 소리로 욕도 해보고, 오버 연기도 실컷했습니다."(최지우)


(영화에는 둘째 딸인 선영이가 남자 주인공에게 "이 ××놈아"라고 욕설을 하고, 동생에게 "지×하네"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의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


"자신에게 가까이 있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김)


"실제의 사랑은 영화나 꿈 속에서의 사랑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하는 영화죠."(최)


-사랑은 정말 쇼핑인가.


"사람을 잘 살펴보고 신중하게 골라야한다는 점에서는 맞는 것 같아요."(김)


(나머지 두 사람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실 생활에서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나.


"지우는 꽃미남을 좋아하는데, 우리 둘은 얼굴은 별로 안따져요. 저는 따뜻하고 유머감각 있는 사람, 만날수록 끌리는 사람이 좋아요."(추)


-"영화 '트로이'를 예로 들자면 저는 올란도 블룸(파리스)을, 언니는 에릭 바나(헥토르), 효진이는 브래드 피트(아킬레스) 같은 외모를 좋아해요. 물론 올란도 블룸은 '트로이'가 아니라 '반지의 제왕'을 보며 반했구요."(최)


-이병헌씨도 멋진 남자 아닌가.


"농담도 심각하게 할 정도로 진지해서 무서웠어요. 나중에는 친해졌지만…."(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기도 해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분이죠. 남자 주인공이 이병헌씨라는 점이 이 영화의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최)


-만약 남자 친구가 있는데 영화의 남자 주인공처럼 외모 뛰어나고, 지적이고, 경제력도 갖춘데다가 성격까지 좋은 사람이 접근한다면 받아들일텐가.


"닥쳐봐야 결과를 알겠죠."(추)


"당연히 한번 만나보지 않겠어요.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김)


"모르겠는데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최)


이상언 기자 < joonny@joongang.co.kr > 사진=신동연 기자 < sdy11@joongang.co.kr >


비밀이 있는 곳에 도덕도 있다

[필름 2.0 2004-07-26 03:40]

세 자매의 캐릭터는 다소 전형적인 구석이 있지만 내숭 떨던 그들이 겉치레를 벗고 순수한 욕망에 충실하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쾌감은 거기까지다. 영화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한다.

자유연애주의자 미영(김효진)은 자신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남자 상일(탁재훈)이 지루해지자 그를 차버린다. 재즈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영은 새로운 남자 탐색전에 들어가는데, 마침 그녀 앞에 잘생기고 돈 많고 매너 좋은 남자 수현(이병헌)이 나타난다. 완벽한 남자 수현에게 푹 빠진 미영은 그를 가족들에게 소개한다. 그런데 그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미영 혼자가 아니었다. 결혼한 첫째 언니 진영(추상미)과 남자라곤 만난 적도 없는 순진한 둘째 언니 선영(최지우) 역시 수현의 매력에 빠져든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러브 액츄얼리> 등을 만든 영국 로맨틱 코미디 명가 워킹 타이틀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어바웃 아담>의 아담처럼 세 자매를 유혹하는 남자 수현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다만 흠(?)이 하나 있다면 동시에 세 여자에게 접근한다는 것. 세 자매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혹하는 그는 언뜻 ‘선수’처럼 보인다. 철없는 미영에겐 부드러운 매너로 접근하며, 연애 한번도 못해본 공부 벌레 선영에겐 유명한 시인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남자인 것처럼 접근한다. 그리고 부부 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유부녀 진영에겐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항상 여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할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그 말이 의미심장한 건 세 자매가 수현 앞에서 그들이 ‘원하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백마 탄 왕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선영은 수현을 갖기 위해 적극성을 드러낸다. 부부 생활의 권태기에 빠진 진영은 수현을 통해 그동안 억눌러왔던 숨겨진 욕구를 드러내게 된다. 심지어 여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르던 막내 남동생 대영조차 수현에게서 그 비결을 배운다. 이렇게 인물들의 숨겨진 자아와 욕망을 한 꺼풀 벗겨내는 역할을 맡은 수현은 비현실적이고 존재감이 없는 인물로 느껴진다. 영화 속에선 직업이나 가족 관계 등 수현에 관한 어떤 것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가 각기 다른 세 자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수현을 바라보는 세 자매는 수현에 대해서 단편적인 사실밖에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현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세 자매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법칙> <라이방>을 만든 장현수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가볍고 재미있게 만들자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세 자매의 캐릭터는 다소 전형적인 구석이 있지만 내숭 떨던 그들이 겉치레를 벗고 순수한 욕망에 충실하는 과정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쾌감은 거기까지다. 영화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비밀이 있다는 건 그 비밀을 감출 도덕과 규범 또한 가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도발적으로 내지르며 시작한 영화가 마지막에 이르러 도덕 교과서처럼 마무리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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