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라] <에어시티> vs <에어시티>│비행기는 양 날개로 난다

준비기간에만 수 년이 걸린 드라마,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려진 드라마, 제작비 60억 원이 투입되고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시장의 한류를 겨냥해 기획된 드라마, 영화배우 이정재와 ‘한류스타’ 최지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최초로 인천국제공항과 국정원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드라마 등등, MBC 주말 특별기획 <에어시티>를 지칭하는 수식어들은 국제공항의 야경만큼이나 화려하다. 하지만 6월 20일 현재 10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이런 평가의 근거는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 화려한 장식을 단 <에어시티>의 순항을 막는 것일까. 조지영 TV평론가와 <매거진t>의 차우진 기자가 <에어시티>의 비행을 따라간다. / 편집자


국경’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묘한 설레임을 준다. 밤 기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국경을 2개씩은 넘나드는 유럽 사람들은 아마도 알지 못할 낯선 매혹이, 그 낱말에 서려있다. 그래서 <에어시티>를 대하는 마음은, ‘국경’을 대하는 어떤 호기심, 동경과 설레임과 닮아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쿨한 당신

<에어시티>는 캐릭터와 배경의 리얼리티,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다. 전면에 드러나는 에피소드의 이면에는 인물의 과거와 갈등, 캐릭터의 변화가 깔려있다. 이 때 <에어시티>가 취하는 태도는 쿨함 그 자체다. 북한 고위층의 자녀가 망명을 신청할 때도, 새 떼가 공항에 밀려와서 이착륙이 어려워 질 때도, 심지어 마약범으로 몰렸다가 풀려나서도 한도경(최지우)은 놀라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도경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운영팀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공항에서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김지성(이정재)은 사랑을 찾아서 망명까지 하려는 북한 고위층의 자녀에게는 그 사랑을 만나게 해주고, 직무 정지 기간에도 홍콩에 잠입해서 범인 검거에 나선다. 공항 운영팀의 강하준(이진욱)은 갑자기 휴가를 내고, 홍콩에 마약범을 검거하러 나선다. 그게 다 ‘사랑’때문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이 멋진 남자들이 화보집처럼 뛰어다닐 때마다 한 조각 아쉬움이 남는다. 결정적으로 이들에겐 조직에 속한 개인의 원초적 갈등, 즉 ‘이러다가 잘리지 않을까?’하는 고민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쿨하게 책임을 지고, 쉽게 사표를 쓴다. 물론, 사표는 쉽게 반려된다. <에어시티>엔 너무, 완벽한 사람들이 사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공항에 일하는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촬영하러 가는 사람들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이륙이 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시티>엔 버릴 수 없는 미덕들이 많다. 공항이 배경이니, 공항이 늘 나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천공항을 거의 전면으로 드라마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성과다. 소재와 표현의 지평이 또 한 뼘 넓어진 것이다. (여전히 그럼에도 ‘본원’의 문턱은 높다)<에어시티>의 대표집필을 맡은 이선희 작가는 전작인 <모델>과 <거침없는 사랑>등에서 직업이 캐릭터에 미치는 영향 혹은 일과 연애가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다 깨지는 순간의 파열음을 주목하곤 했다. <에어시티>도 단순히 ‘공항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정도로 폄하 당하기는 억울한 장점들을, 방대한 취재파일 곳곳에 숨겨두고 있다. 데이트 좀 하려고 들면, 누군가 공항에서 자살기도를 하던가 공항 시스템에 에러가 생긴다던가 하는 난항을 겪지만 <에어시티>는 일과 사랑을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할애하는 모험(?)을 택한다. 매주 우리의 공항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위협에 노출된다.

그건 난데없는 새떼가 될 때도 있고, 한 통의 장난 전화가 될 때도 있으며, 민감해진 정치상황이 될 때도 있다. 아마도 매번, 업무 매뉴얼에는 없는 새로운 사건들이 터지는 것 같다. 온갖 일이 터져도 비행기는 뜨고 내려야 하며, 사람들은 오고 가야하고 수화물들은 제 주인을 찾아가야 하니, 일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이제, 그 곳의 사람들이 좀 더 반응하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에어시티>의 주인공은, 공항이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글 조지영

<에어시티>가 감당해야할 무게

<에어시티>는 화면 곳곳에 제작진들이 애쓴 흔적이 보이는 드라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나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에어시티>는 그래서 불행하다. 최지우와 이정재가 출연하고 준비 기간에만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 이 60억 짜리 프로젝트는 드라마 작가들이 주축이 된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야심작이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기대를 받아왔다. 여기에 본격적인 전문직 드라마라는 기획의도와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인천공항과 국정원이 정면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에어시티>의 드라마적 매력이었다. 방영 전부터 제작진이 ‘충분한 사전 조사를 통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 또한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10회까지 방영된 <에어시티>는 그리 높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에어시티>는 하나의 전례다

<에어시티>의 부진에는 역설적으로 ‘치밀한 사전 조사’의 영향이 커 보인다. 인천공항과 국정원을 ‘최초’로 TV에 등장시킨다는 설정과 일본 자본이 투입되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흔적이 자주 눈에 뜨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어시티>는 한국이라는 정치적 공간과 공항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 이를테면 여권 위조, 마약밀매, 북한 관련 소재처럼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등장하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영역을 소재로 발견해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소스들은 드라마의 내러티브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보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콩 마약 조직을 집착적으로 뒤쫓는 국정원 요원 김지성(이정재)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항에서 다양한 군상들과 부딪치며 맺어내는 관계들은 기계처럼 훈련된 한 개인의 인간적 성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요소이고, 북한 고위층의 딸이 헤어진 연인을 찾아 한국에 밀입국한다는 설정은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이 낳은 비극적 사랑이라는 요소와 그 정치적 배경으로부터 가능한 음모론이 동시에 등장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였다. 하지만 <에어시티>는 딱 거기까지만 보여준다. <에어시티>의 제작진들은 자신들이 발굴해낸 소재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간과 배경이 만드는 매력적인 소재들이 단지 드라마의 낭만적 소재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의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지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에어시티>가 소재주의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조사하고 준비한 자료들에 어떤 드라마적 상상력을 입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드라마가 제시하고 있는 남다른 가능성과 참신한 소재들이 <에어시티> 이후에 만들어질 드라마들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에어시티>는 하나의 전례이고 이것이 바로 <에어시티>를 남다르게 봐야하는 이유다.

글 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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