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신화,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KBS가 2002년 새해 첫 미니시리즈로 내놓는 ‘겨울연가’는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최근 미니시리즈에서 잇달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BS가 단단히 각오하고 내놓는 야심작이고,‘가을동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윤석호 PD의 첫 프리랜서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용준과 최지우가 포진한 호화 캐스팅이다.

특히 두 사람이 극중에서 연인으로 등장하기는 지난 97년 KBS 드라마 ‘첫사랑’ 이후 5년 만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첫사랑’에 출연할 당시 장래가 촉망되는 새내기였던 최지우는 그래서 이번 작품에 더욱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신인이어서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 더구나 용준 오빠는 말수도 적어 너무 어렵고 힘들었는데,이번에 다시 만나니까 너무 편해요.”

겨울비가 살짝 내리던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에서 배용준과 함께 ‘겨울연가’의 첫 촬영에 나선 최지우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촬영을 쉬는 틈틈이 짓궂은 장난을 치며 깔깔거리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부터 사귀었던 소꿉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만약 메인 연기자의 궁합으로 드라마의 성패를 따진다면 ‘겨울연가’는 이미 성공을 보장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지만 최지우가 이번 드라마에 주연을 맡으면서 즐거워하는 데는 좋은 상대역을 만났다는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최지우는 예전의 새치름한 귀염둥이나 청순가련형에서 벗어나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생기 넘치고 적극적인 여인 정유진을 연기한다.

연출의 윤석호 PD는 “직접 만나보니 드라마에서 보인 것처럼 울고 짜는 청승맞은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활력이 넘치는 멋진 성격이라 마음이 놓였다”며 그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극 중에서 10년 전 헤어진 첫 연인을 만나 다시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펼칠 최지우도 이번 변신이 만족스러운 듯 “원래 제 성격과 딱 맞아요”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최지우는 전작인 SBS ‘아름다운 시절’이 끝나고 활동을 쉬는 동안 만사 제쳐놓고 학교 공부에 매달렸다.

입학할 때만 해도 과 수석을 차지해 전액 장학금을 받았던 그녀는 지난 학기 드라마 촬영 때문에 학과 공부를 소홀히 해 장학금을 놓친 것.

그래서 이번에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시험 준비를 했다.

남보다 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괜히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다는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용히 같은 과 근로장학생 1명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는 선행을 하고 있다.

5년 전의 첫 만남 이후 다시 만난 최지우에 대해 배용준은 “그때만 해도 애기 같았는데,이제는 모든 면에서 어른이 다 됐다”고 했다.

연기자로서,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로서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 대한 흐뭇한 발견이다.

내년 1월 초 ‘겨울연가’를 통해 안방극장에 모습을 보일 최지우의 새로운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